文정부 탈원전 관여한 교수, 고교서 퍼트린 '原電 괴담'

    입력 : 2017.07.15 03:10

    -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 서울 금호고 '황당한 강연 내용'
    "북태평양서 잡힌 고등어·명태·대구 300년간 먹지마라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인 60만명 더 죽고 10만명 이민 갔다
    원전 사고 다음 차례는 한국이다, 사고 확률은 30%"

    "앞으로 300년 동안 고등어, 명태, 대구는 절대 먹으면 안 돼요. 오늘 밤 유언서를 써서 쭉 10세대 내리 손손 (먹지 말라고) 해야 합니다."

    지난 13일 오후 서울 성동구 금호고 시청각실. 김익중 동국대 의대 교수는 고교 1학년생 70명에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설명하면서 "학교 영양사 선생님한테 이런 생선을 급식으로 주지 말도록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놀란 학생들이 "집에서 많이 먹는 건데" "고등어 구워 먹어도 안 되나"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방사능이 북태평양으로 유출돼 이곳에서 잡히는 생선들이 오염됐다는 주장이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가 13일 서울 금호고‘탈핵 강의’에서“한국에서 (중대 사고로 분류되는) 5등급 원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약 30%”라고 말하고 있다.
    김익중 동국대 교수가 13일 서울 금호고‘탈핵 강의’에서“한국에서 (중대 사고로 분류되는) 5등급 원전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약 30%”라고 말하고 있다. 이 계산은 모든 원전의 사고확률이 같다고 가정하고,‘ 연간 사고 확률’같은 시간 개념도 빠진 오류가 있다고 원자력 전문가들은 말했다. /주희연 기자
    이 강의는 혁신학교인 금호고가 마련한 '탈핵(脫核) 강의'였다. 미생물학을 전공한 김 교수는 2009년쯤부터 경주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등으로 활동하며 '반핵·탈원전'을 주장했고, 원자력안전위원도 지냈다. 김 교수는 이날 강연에서 "작년 개봉한 원전 재난 영화 '판도라'의 총괄 자문을 맡았다"며 "지난 대선에선 문재인 후보 캠프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정부의 탈원전 공약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학생들을 동요하게 한 김 교수의 강연 내용 중엔 사실이 아니거나 과장된 내용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북태평양산 고등어 등이 방사능에 오염됐다'는 그의 주장은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후쿠시마 괴담'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2주에 한 번씩 태평양산 고등어·명태 등 주요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실시하지만, 지금까지 기준치(세슘 100Bq/㎏·요오드 300Bq/kg)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례는 없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미국·유럽 등 선진국보다 더 엄격한 기준치를 갖고 있다. 미국의 음식물 세슘 기준치는 1200Bq/㎏으로 우리의 12배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혹여 오염 기준치에 걸리는 고등어를 매일 1년간 먹더라도 CT 한 번 촬영할 때 받는 방사능량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하고, 우리나라 어느 지역에 살든 자연 노출될 수 있는 1년 방사능량의 3분의 1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김익중 교수가 고교생 대상 강연에서 "일본 땅 70%는 방사능에 오염됐고, 이곳에서 수확한 농산물도 오염됐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과 거리가 있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실린 한 논문의 일본 오염 지도를 근거로 들며 이런 주장을 폈다. 일본 식품위생법 기준의 토양 내 세슘 농도는 2500Bq/kg이 안전 기준으로, 당시 이 기준 이상으로 오염된 지역은 후쿠시마 원전 일대에 불과했다. 원자력 전문가들은 "김 교수가 아무런 근거 없이 기준을 5Bq/kg로 낮춰 70%가 오염됐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식품의 허용 기준치도 100Bq/㎏가 넘는데 5Bq/㎏ 넘으면 위험하다고 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김 교수는 또 이날 고교생들에게 "위험성 때문에 세계가 탈(脫) 원전 추세인데, 한국만 돈 욕심에 눈이 멀어 원전 외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 학생이 "영국은 원자력을 예비 발전 장비로 여전히 사용한다고 들었다"고 하자, 김 교수는 "영국은 선진국 중 유일하게 원전을 짓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실제로 지을지 확실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나 현재 세계적으로 원전 60곳이 건설 중이다.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장을 지낸 이재기 한양대 명예교수는 "2010년까지 탈 원전 하기로 했던 스웨덴도 여전히 원전을 쓰고, 핀란드도 새로 짓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일방적 주장을 펼쳐온 인물을 고교 강연에 초청한 것은 교육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대봉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시사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관해 외부 강사를 초빙할 땐 학생들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고교생들에게 일방적 주장을 들려주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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