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삼성, 4인 집단체제…물산 합병은 경영권 승계 일환"

    입력 : 2017.07.14 18:44 | 수정 : 2017.07.14 18:55

    "삼성 출자구조 취약…안정화 작업 필요성 느꼈을 것"
    "朴 용인 없으면 승계 어려워…마무리하려면 李 능력 보여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날 오전 이 부회장이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는 모습. /뉴시스

    김상조(55)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 한 달을 맞은 14일 휴가를 내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기 위해서다. 직접 차량을 운전해 법원에 도착한 그는 “공정위원장으로서의 직무 수행이 아니라서 연가 휴가를 냈고 개인 자격으로 왔기에 관용차를 가져오지 않고 개인차를 운전해서 왔다”고 말했다.

    그는 법정에서는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단의 질문에 강연하듯 현안에 대해 조목조목 설명하며 답변을 이어갔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임원들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답변에 적절히 활용하기도 했다.

    특검팀이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나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계획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과 무관하고 계열사의 경영상 판단이라고 주장한다’고 하자 김 위원장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합병이나 지주사 전환 계획은 해당 회사 이사회가 결정할 권한이 없었을 것”이라며 “삼성 미래전략실에 의해 결정이 이뤄지고 집행된 (경영권 승계) 시나리오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삼성그룹의 출자 구조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지금 삼성그룹의 출자구조는 국내외 변화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취약한 구조”라며 “삼성은 출자구조나 승계구도를 안정화하기 위한 추가 작업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이 “대통령이 ‘부의 편법 승계에 반대한다’는 입장만 표명해도 삼성이 편법적 승계는 시도도 못했을 것 같은데 어떤가”라고 특검팀이 질문하자 김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한다”고 동의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위나 공정위의 법 집행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굉장히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건희 회장이 쓰러진 뒤 삼성 내 의사결정이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 장충기 전 차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 등 4인 집단체제로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내용을 김종중 전 팀장에게 전해들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법적·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있는 의사결정 전에 (김 전 팀장이) 알려준 사실이 많았다”고 부연하며 메르스 사태 대응,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을 사례로 들었다.

    해체된 미전실에 대해서는 부정적 의견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삼성은 외형적으로는 이사회나 주주총회에서 의사결정이 이뤄지지만 모든 게 사전에 미전실에서 취합되고 결정되는 조직”이라며 “이름은 바뀌어왔지만 기능은 언제나 총수 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것에 비해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키워드로 새로운 사업에서의 성공을 꼽았다. 그는 이 부회장을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과 비교하면서 “경영권 승계를 완성하려면 새로운 사업에서 성공해 경영능력을 인정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정몽구 회장이 정 부회장을 기아차 사장으로 임명하고 그룹 차원에서 지원해 기아차를 회생시켰다. 정 부회장의 능력에 대해서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며 “그에 비해 삼성이나 이건희 회장은 이 부회장에게 경영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게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