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편의점에서 세상을 쓰다

    입력 : 2017.07.15 03:02 | 수정 : 2017.07.19 15:20

    [박돈규 기자의 2사만루] 日 아쿠타가와상 수상… 소설'편의점 인간'작가 무라타 사야카
    19년째 편의점 알바… 경험 살려 소설로
    "새벽 2시에 일어나 집필… 글 쓸 땐 동물에 가까워"

    지난해 일본 아쿠타가와(芥川)상 수상자는 24시간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시상식장에 나타났었다. 무라타 사야카(村田沙耶香·38). 대학 시절부터 글을 쓰며 틈틈이 편의점에서 일해왔다. 수상작은 소설 '편의점 인간'. 작가는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받고도 일주일에 사흘은 편의점으로 출근한다. 19년째다.

    지난 7일 아쿠타가와상 주관사인 도쿄 문예춘추(文藝春秋) 본사에서 그를 만나자마자 손톱에 눈길이 갔다. '편의점 인간'에서 편의점 점원인 여주인공 후루쿠라가 계산기를 두드리려고 가지런히 손톱을 자른 손을 무릎 위에서 어루만지는 장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작가도 손톱이 짧았다.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은 손톱을 가리키며 편의점에서 파트타임으로 계속 일하는 까닭을 물었다.

    "작가도 글이 막힐 때가 있어요. 하는 일이 글쓰기뿐이라면 얼마나 괴로울까요. 저는 다행히 일주일에 세 번 편의점 점원이 됩니다. 정해진 매뉴얼에 따라 일할 땐 머릿속이 맑아져요. 온종일 방에 틀어박혀 있는 것보다 낫지요. 손톱을 가지런히 자르고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 건 규칙입니다. 대신 (보이지 않는) 발톱에는 페디큐어를 해요."

    소설‘편의점 인간’을 써 일본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무라타 사야카는 요즘도 일주일에 사흘은 도쿄의 어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편의점은 24시간 멈추지 않는다. 소설‘편의점 인간’을 써 일본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무라타 사야카는 요즘도 일주일에 사흘은 도쿄의 어느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그는“글이 막힐 때 머릿속을 말끔히 헹굴 일터가 있다는 건 축복”이라고 했다. /문예춘추·그래픽=이철원 기자

    소리로 가득 차 있는 편의점

    소설 '편의점 인간'은 '편의점은 소리로 가득 차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손님이 들어오는 차임벨 소리, 바코드를 스캔하는 소리, 돌아다니는 하이힐 소리, 페트병을 하나 꺼낼 때 안에 있던 페트병이 데구루루 굴러오는 소리…. 주인공 후루쿠라는 소리에 따라 반사적으로 움직인다. 18년 동안 편의점에서 일했고 연애 경험은 없다. 이곳에선 세계의 부품이 될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다.

    ―일터에서 등장인물과 이야기 뼈대를 건졌군요.

    "막연하지만 편의점 알바를 그만두고 나이가 좀 더 들어서 쓸 생각이었어요. 다른 재료로 이것저것 글을 지었는데 영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어쩌다 편의점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신기하게도 술술 풀렸지요."

    ―저축해둔 소재를 당겨 쓴 셈인데, 탈고할 때 좀 허탈하지 않았나요?

    "반대로 상쾌했어요. 몹시 응축해 꺼내놓은 기분이랄까요. 기묘한 실험을 해봤는데 뭔가 나왔구나 싶었죠. 제가 쓴 소설은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설정 탓에 읽을 때 불쾌감을 느낀다는 독자가 많았는데 '편의점 인간'은 그렇지 않다는 평을 받아 더 흡족했습니다."

    ―첫 문장은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실마리일 텐데 뽑아내는 과정은 순조로웠나요?

    "주제를 정하고 나서 제일 먼저 떠오른 문장이에요. 편의점에선 소리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거든요."

    ―한국에서도 1인 가구 증가와 더불어 편의점이 3만개를 넘겼어요. 밤을 개척하는 자본주의이자 '익명성' '무관심' 같은 낱말부터 떠오르는 장소인데, 이 소설은 뜻밖이었죠. 질서정연하게 움직이는 세계처럼 편의점을 그렸으니까요. 그곳에 있으면 편안한가요?

    "익명성이나 무관심은 손님 입장일 뿐 점원은 그렇지 않아요. 팬티라거나 좀 창피한 물건도 팔지만 민망해할 필요없이 살 수 있는 곳이죠. 겉에서 보면 자동판매기와 같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선 실제로 저 같은 사람이 일하고 있지요. 표면적으로는 매뉴얼대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손님에게 맞춰가면서 섬세하게 대응하는 겁니다."

    ―후루쿠라가 손님들이 내는 소리에 압도당하지 않으려고 등줄기를 곧게 편 채 '이라샤이마세(어서오세요)!'를 되풀이해 외치는 장면은 경험담인가요?

    "제가 처음 근무했던 매장은 폐점했어요. 그다음에 일한 서너 군데 편의점은 다 처음 문을 여는 곳이었습니다. 점원들이 둥그렇게 둘러서서 배꼽에 손을 모으고 표정과 인사를 연습했지요. 영업 첫날은 늘 붐비니까 아주 큰 소리를 내는 게 중요해요. 조금이라도 작으면 '다시!'라는 점장의 불호령이 떨어집니다(웃음)."

    ―작가에게 편의점이란 일터는 루틴이나 리듬을 갖는 것 말고 장점이 또 있나요?

    "매장에서 연령대가 다른 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돼요. 소설가는 등장인물과 관찰력이 필요한 직업이에요. 사람들을 만나는 데서 오는 즐거움이 컸어요."

    ―19년째 일하는데 직업병처럼 그 장소에서 몸에 밴 습관이 있나요?

    "목소리 톤이 그래요. 크고 잘 울리게 소리를 냅니다. 또 손님으로 편의점에 갈 때마다 흐트러진 단점들이 자꾸만 눈에 들어와요."

    ―지금 목소리는 편의점에서 일할 때와는 다른가요?

    "전혀 다르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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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타 사야카가 지난해 아쿠타가와상 수상 직후 일본 도쿄의 한 편의점에서 사인회를 열었다. 수상작 ‘편의점 인간’을 들고 서 있다. / 문예춘추
    “작가는 본능에 충실한 짐승”

    편의점은 숱한 사람이 스쳐가지만 깊은 관계를 맺지 않고 모든 일은 매뉴얼에 따라 진행된다. 주인공은 숨 막혀 하기는커녕 그 속에서 안심한다. 요미우리신문은 “남과 잘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에겐 기계적 규칙이 되레 구원이 될 수 있다”며 “삶을 꿰뚫어 보는 인간관이 들어 있다”고 평했다. 무라타는 2003년 ‘수유(授乳)’로 군조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데뷔했고, 2009년 ‘은빛의 노래’로 노마문예신인상을 받았다.

    ―후루쿠라가 편의점에서 세상과의 접점을 찾았다면 당신을 세상과 연결하는 끈은 이야기죠. 언제부터 작가를 지망했나요.

    “초등학교 5학년이요. 머릿속 이야기를 풀어낸 글이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괴물처럼 커지는 데 매료됐어요.”

    ―‘넌 왜 그렇게 유별나니’ ‘평범해질 순 없는 거니’ 같은 말을 들었나요?

    “굉장히 내성적이었어요. 낯가림이 심했고 잘 울었죠. 너무 예민해서 어른들 걱정시키는 아이였죠. 운동도 잘하지 못했고 국어(일본어)를 좋아했지만 성적은 평범했어요.”

    ―‘편의점 인간’에서 후루쿠라의 삶은 매장 안에서는 완벽해요. 하지만 밖에선 ‘보통 사람’으로 사는 매뉴얼이 없어 덜거덕거립니다. 무대에서 훌륭한 배우가 일상에선 부적응하는 것처럼요.

    “편의점 안에서는 ‘나는 점원입니다’ 연기할 수 있지만 그 무대에서 내려오면 보통 사람처럼 살 수 없어 힘겨워하는 인물이죠.”

    ―당신은 편의점 직원과 작가, 배역이 둘인 셈인데 작가는 몸에 잘 맞는 옷인가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제가 작가라고 느낄 땐 인간이라기보다 동물에 가까워요. 야성, 본능을 따르는 짐승. 글을 써야 하기 때문이죠. 힘내려고 단것을 잔뜩 먹고 용모는 꾸미지 않아요. 글 쓰는 본능에만 충실합니다.”

    ―오늘은 잘 차려입고 나오셨네요.

    “글을 쓸 땐 알이 두꺼운 안경을 쓰고 추리닝 바지를 입어요. 머리도 헝클어진 채 동물적으로 움직이지요(웃음).”

    ―한국은 일자리가 불안정해요.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삼포 세대’라는 말도 있습니다. 일이나 가정을 통해 사회에 소속되지 않는다고 따가운 시선을 받지요.

    “폭력적이군요. 제겐 그런 처지에 있는 사람을 비난하는 이들도 굉장히 괴롭게 보여요. 모든 걸 이룬 듯한 사람도 실제론 힘겨운 등짐을 지고 있으니까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비난하는 거죠. 어떤 의미에선 그들이 짐을 좀 내려놓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편의점 인간’을 썼어요.”

    ―‘이물질’이라고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어렸을 땐 쓸모있는 사람이 되지 않으면 세상에서 버려지는 줄 알았어요(웃음). 어른이 되고 보니 쓸 만한 도구가 아니어도, 이를테면 편의점 직원이어도 행복할 수 있더라고요. 소설가도 이물질 같은 구석이 있잖아요. 저는 쓸 만한 도구는 아닐지언정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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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타 사야카가 소설가로 데뷔한 2003년 친구 집에서 영감을 받아 뭔가 메모하고 있다. / 문예춘추

    ‘보통 사람’을 강요하는 세상에 일침

    후루쿠라처럼 결혼을 하지 않았고 자식도 없다. 소설에는 ‘당신 같은 여자는 중고예요. 석기시대라면 자식도 낳을 수 없는 나이 든 여자가 결혼도 하지 않고 무리 속을 어정대는 것과 같다’는 대목이 나온다. 무라타는 “후루쿠라는 나쁜 짓이라곤 아무것도 안 했는데 ‘왜 그렇게 살아?’ 소리를 듣게 된 사람을 그리고 싶어 만든 인물”이라고 했다.

    ―처지를 자학적으로 빗댄 건가요?

    “아뇨. 저는 결혼에 대해 심각해지거나 괴로워하지 않아요. 머릿속이 말랑말랑하죠. 인터넷에 숨어서 비난만 해대는 사람들에게 그게 얼마나 끔찍하고 과격한 생각인지 일침을 가하고 싶었어요.”

    ―소설을 읽고 ‘복수(復讐)’라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세상을 향해 날리는 카운터 펀치.

    “보통 사람처럼 살라고 강요하는 사회에 대한 역공이죠. 늘 보통 사람들만 비추는 카메라가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데 180도 회전하면서 이번엔 기묘한 사람이 눈에 들어오는 겁니다. 자신이 보통 사람이라고 여겼는데 이상한 사람을 클로즈업하면 거꾸로 보통 사람이 기묘해 보이는 거죠.”

    ―저마다 얼마나 그로테스크하고 이상한 존재인지 경험해보시라?

    “시선을 바꾸고 입장을 뒤집는 겁니다. 작은 편의점이라는 렌즈를 통해 비뚤어지고 이해할 수 없는 바깥 세계를 비추고 싶었어요.”

    ―‘이 세상은 현대 사회의 거죽을 쓴 석기시대’라는 관점도 흥미로워요.

    “일본에서는 한동안 여자들이 아이를 낳기보다 사회활동에 참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했어요. 최근엔 출산할 계획이라면 빨리 낳는 게 좋다로 흐름이 바뀌었지요. 결국 석기시대와 똑같은 게 아닐까 생각해요.”

    ―‘이상한 사람한테는 흙발로 쳐들어와 그 원인을 규명할 권리가 있다고 다들 생각한다’는 문장을 읽다가 작가도 그런 피해를 경험해본 것 아닐까 싶었습니다만.

    “저는 소설을 씁니다, 하면 결혼도 출산도 하지 않았어도 다들 그러려니 해요. 하지만 제대로 취직하지 않고 알바만 한다고 한심한 인생으로 비난하거나 결혼하지 않는 여성의 인생에 간섭하는 걸 볼 땐 마음이 아파요.”

    ―글이 안 써질 땐 자책도 하나요?

    “데뷔 전엔 더 괴로웠는데 요즘엔 즐겁게 쓰고 있습니다. 새벽 두 시에 일어나서 집필하고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편의점에서 일하고 퇴근하면 원고로 되돌아옵니다.”

    ―날마다요?

    “편의점 알바를 하는 월·화·수요일에 그렇게 해요. 주말엔 될 수 있으면 쉬고 목·금요일은 아르바이트가 없으니 낮에도 글을 씁니다. 원고 뭉치를 가지고 다니느라 가방이 늘 불룩해서 친구들이 놀려요.”

    ―지금의 당신을 형성하는 것 중에서 편의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2할쯤이요. ‘편의점 인간’을 쓸 동안에는 여주인공에게 영향을 받아서 제 말투도 비슷했어요. 지금은 편의점과 관계없는 소설에 매달리는 중이라 흘러간 과거가 되었지요. 작가도 (배우처럼) 다른 작품으로 들어가면 이전 등장인물을 잊고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합니다.”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울 것”

    무라타는 시상식 날 “아쿠타가와상을 타다니 기적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편의점 일을 계속할 거냐고 기자들이 물었다. 무라타가 이렇게 답하는 바람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우선 점장과 상의하겠습니다!”

    ―작가에겐 어떤 의미가 있는 상인가요.

    “역사가 깊은 상이라 어릴 때부터 TV로 수상자 인터뷰를 봐왔어요. 그런데 저라니, 놀랍고 믿기 어려웠죠. 기자회견을 할 때 카메라 플래시가 팡팡 터졌어요. 평생 그렇게 눈부실 일은 다시 없겠구나 싶었죠.”

    ―점장님은 뭐라던가요?

    “뉴스 다 봤다며 바빠질 텐데 신경 쓰지 말고 근무는 탄력적으로 하자고 하셨죠.”

    ―편의점이 명소가 됐겠네요. 알아보고 데이트 신청하는 남자 손님은 없었나요?

    “제가 어느 편의점에서 일하는지는 비밀에 부쳤어요. 단골손님만 알아보죠. 데이트 신청은 없었고 악수를 요청하는 분은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열심히 해’ ‘앞으로도 계속 써’라며 격려해주셨어요.”

    ―수상 후 시급(時給)은 좀 올랐나요?

    “하하하. 전혀요. 한 시간에 낮에는 960엔(약 9650원), 밤에는 1050엔을 받아요.”

    ―아쿠타가와상 상금 100만엔은요?

    “너무 바빠서 쓸 시간이 없었어요. 영어 회화를 배우는 데 쓸까 궁리 중이에요.”

    ―온화한 겉모습과 달리 별명이 살벌하네요, ‘크레이지(crazy) 사야카’씨.

    “작가와 작품 사이의 격차가 커서 붙은 별명이에요. 저는 낯가림이 심하고 얌전한 편인데 소설은 과격하고 살인이 많이 등장합니다.”

    ―소설에서 왜 툭하면 살인을 저지르나요?

    “인간의 금기(禁忌) 중에 그만큼 강력한 게 없으니까요. 살인은 석기시대부터 존재했고 흥미로워서 자꾸만 다루게 됩니다.”

    ―한국어판 서문에는 편의점에서 함께 일했다는 알바생 수진씨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학 2학년 때 편의점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수진씨를 만났어요. 남자 친구에게 연애편지 쓰는 모습을 가끔 봤지요. 유학 마치고 귀국해 결혼했다고 하는데 소식이 끊겼어요. 그 매장은 폐점했지만 당시 동료와는 지금도 정기 모임이 있습니다. 수진씨가 ‘아, 무라타가 편의점을 무대로 소설을 썼구나’ 하고 읽어준다면 기쁠 거예요. 언젠가 연락이 닿아 다시 만나기를 소망합니다.”

    ―신작을 쓰려면 섭취하는 세계가 달라져야 하나요?

    “(생각에 잠겼다가) 소설은 쓸 때마다 늘 아쉬운 부분이 있어요. 할 말을 다 하지 못한 것처럼요. 아주 짧은 장면에서 스쳐간 인물인데 계속 마음에 남으면 다음 작품에서 주인공으로 등장시켜요. 연쇄반응처럼요(웃음). 전작의 결핍을 메운다고 할까요.”

    ―농사와 비슷하군요. 감자 농사를 지으면 일부를 씨감자로 남겨 이듬해 심잖아요.

    “그런 걸지도 모르겠네요(웃음).”

    ―전작 중 ‘소멸세계’가 한국에서 곧 출간될 예정이에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 그 시선 속에 여성이 느끼는 감정을 세밀하게 그렸다고 들었습니다.

    “어릴 적 만화영화를 보면 남자 주인공이 예쁜 여자를 볼 때 눈동자가 하트로 바뀌었어요. 못생긴 여성을 볼 땐 그렇지 않았지요. 아, 저렇게 아름다운 여성이 돼야 하나보다 싶었죠. 어른이 돼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눈이 하트로 변하는 몸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지요. 그런 편견 때문에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라면서 소설을 씁니다.”

    ―‘편의점 인간’을 읽으며 편의점은 당신의 연인이자 스승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편의점에 지금 어떤 말을 들려주고 싶은가요?

    “사실 매장에서 일할 땐 매우 진지해요. 이제 여름이라서 편의점이 가장 붐비는 시즌입니다. 편의점에 하고 싶은 말은, 음…우리 열심히 해서 매출을 최대로 뽑아보자!”

    원작은 세로쓰기고 5만부가 팔린 한국어판은 가로쓰기다. 컴퓨터 작업도 세로쓰기로 한다는 무라타는 “수진씨가 보여준 연애편지 같은 한글은 가로쓰기라서 아름답고 신비로운 느낌이 든다”고 했다. ‘편의점 인간’은 다음 달 대만, 연말엔 중국에서 출간될 예정이다. 인터뷰를 마치고 우롱차를 사러 편의점에 들렀다. “이라샤이마세!” 제복을 입고 알바를 하며 하루에도 수백 번 “어서오세요!”를 외칠 소설가가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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