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큰 돈 과감하게… '덕질' 오빠 직구족 늘었다는데

    입력 : 2017.07.15 03:02

    '해외 직구' 대세된 3040 남성들

    /일러스트=이철원
    대기업에 다니는 노은석(42)씨는 3년 전 이혼하고 서울 방배동에 혼자 산다. 골프·낚시·스키와 음악감상을 즐긴다. 취미에는 돈을 아낌없이 쓰는 편이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아마존과 일본 엔재팬 같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골프 가방과 골프채 헤드커버, 골프화 등을 사들이는 데만 600달러(68만원)를 썼다. 관세를 좀 물긴 했지만 세일 기간에 산 덕에 한국에서보다 25%가량 싸게 샀다고 믿고 있다. 지난달엔 캐나다 온라인 몰에서 스피커를 200달러가량에 샀다. 노씨는 "직구를 해보니 한국에서 팔지 않는 희귀상품을 구하는 재미가 있더라. 남들이 쉽게 구하지 못하는 한정판 제품을 손에 넣는 재미에 빠져 때론 큰돈 주고도 직구를 한다"고 했다

    오랫동안 '해외 직구(해외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직접 구매하는 것)'의 큰손은 30대 여성으로 꼽혀왔다. 그러나 요즘 업계에서는 "진짜 큰손은 30~40대 남성으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돌고 있다. 이른바 '오빠 직구족'이 등장해, 이들이 업계의 가장 큰 고객이 됐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가 올해 상반기 구매 고객의 해외 직구 거래액을 분석한 결과, 1위는 여전히 30대 여성(26%)이었지만, 2위는 30대 남성(19%)이었다. 30대 남성의 직구 액수는 작년보다 46%나 뛰어올랐다. 남자들이 그만큼 빠르게 해외 직구에 빠져들고 있다는 뜻이다.

    남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것은 TV·청소기·에어컨·냉장고 같은 대형가전제품(37%)이었다. 가격이 꽤 나가는 제품을 해외직구로 사들이는 것이다. 두 번째로 많이 사는 건 스포츠·레저용품(20%), 그다음이 화장품·건강보조식품(19%), 패션 잡화(11%)였다.

    한 번 물건을 살 때 여자보다 큰돈을 과감하게 쓰는 것도 이들 남자 직구족의 특징이다. G마켓에 따르면, 올해 해외 직구 전체 고객 중 1회 평균 구매액이 가장 높은 건 40대 남성이었다. 2위는 30대 남성, 3위는 50대 이상 남성, 4위는 20대 남성이었다. 여성은 5위가 되어서야 나왔다(40대 여성). G마켓 오혜진 대리는 "해외 직구 시장이 작년보다 14%가량 성장했는데, 여성 구매량은 5% 늘어난 반면, 남성 구매량은 30%가 늘었다. 특히 40대 남성 구매량은 43% 늘어났다"고 했다. 11번가에서도 비슷한 분석을 내놓는다. 30대 남성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14만9300원이었지만, 30대 여성의 1인당 평균 구매금액은 12만7700원이었다. 남자가 한 번에 2만원 정도 더 쓰고 있는 셈이다.

    여성 직구족이 외국 사이트에서 싼 물건을 찾아 나서는 것과 달리, 남성 직구족들은 희소성에 더 집중하는 양상을 보인다. 남궁설 신한트렌드연구소 소장은 "이른바 직구 1세대로 불리는 30대 여성들이 자신의 옷이나 아이 관련 상품 중에서 싼 것을 찾아 나섰다면, 최근 3040 남성들은 소위 얼리어답터나 덕후적 소비성향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 없는 상품을 골라 적극적으로 사들이다 보니 한번 물건을 살 때 돈도 더 많이 쓰는 편"이라고 했다.

    작년 블랙프라이데이(11월 21~27일) 기간 신한카드 고객이 가장 많이 사들인 물건은 다이슨 청소기(7억9000만원어치)로 꼽혔다. 남 소장은 "남성 고객들은 배송 기간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다. 최신 상품이냐 아니냐를 더 따진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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