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이등병의 편지

    입력 : 2017.07.15 03:02

    [마감날 문득]

    말 안 듣고 제멋대로이며 자기밖에 모르던 아이를 끝내 보내기로 했다. 지금 꼭 훈련소에 입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가야 한다면 지금 가는 게 좋겠다는 것이 가족회의 결론이었다. 아이는 입소하러 가는 승용차 안에서 서운하고 슬픈 듯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고 했다.

    "잘 갔다 와" "건강해야 돼" 같은 말을 외치며 손을 흔드는 가족들 모습에 아이는 아무 표정 없이 훈련소로 들어갔다고 했다. 그 무표정이 원망으로 읽혀 괴로웠다고 아내는 전했다. 아이가 집에 없는 첫날 저녁, 아내는 말했다. "가야 한다니까 보내긴 했지만 걱정이 되네. 집이 텅 빈 것처럼 허전한 것은 둘째 치고, 밥은 잘 먹는지 함께 있는 친구들과 잘 지내는지 말이야. 걔가 워낙 내성적이어서 다른 아이들한테 치일 것 같기도 하고…. 집에 있을 때는 그렇게 꼴 보기 싫더니 막상 없으니까 또 보고 싶어지네. 어떻게든 보내지 말걸 그랬나 몰라."

    딸도 덧붙였다. "걔가 우리하고 있을 때나 말썽 피우고 하지 말라는 짓만 골라 하고 그랬지, 사실은 되게 순한 애잖아요. 사실 걔가 집단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지 너무 걱정이 됐어요. 그런데 어찌 됐든 집에 없으니 섭섭하면서도 좋은 건 있네요. 걔 신경 쓰지 않고 제 할 일을 할 수 있게 됐으니까요."

    아이가 훈련소에 입소한 지 하루 만에 동영상 편지가 도착했다. 아이의 근황을 보여주는 동영상이었다. 영상 속 아이는 훈련소 동기들과 함께 뛰고 구르며 잘 적응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집 아이들은 매끈하고 늠름한데 우리 집 아이만 어딘가 촌스럽고 맹하게 보이는 것이 마음에 조금 걸렸지만, 그것이 첫 집단생활을 하는 아이에 대한 가족의 지나친 걱정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훈련소에서 보내준 동영상 편지를 보며 안심하는 동시에 잘 견뎌낼지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잘 할 거야. 이제 훈련 마치고 돌아오면 비로소 남자가 되는 거라고. 대한민국 남자들이 군대 다녀와야 진짜 남자가 되듯이, 우리 개도 더 이상 아무 데나 똥오줌 싸지 않는 진정한 대한민국의 수컷 강아지가 될 거야." 우리 집 개는 열흘간의 배변훈련소 교육을 마치고 곧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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