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2일만에 선전포고… 정부, 내년쯤 예상했다가 당혹

    입력 : 2017.07.14 03:01 | 수정 : 2017.07.14 07:46

    [美, 한·미FTA 개정협상 요구]

    - 美, FTA 개정 협상 공식 요구
    美 "FTA 이후 무역적자 급증" 자동차·철강 분야 집중 공격…
    정부 "對美 흑자 2~3년간 급감… 미국車 한국 수입증가율 더 높아"

    트럼프, 지지율 높이려 앞당긴 듯…한국은 통상 컨트롤타워도 없어

    전문가 "서비스 분야 불균형과 투자자-국가소송제 개선 요구를"

    13일 오전 5시 산업통상자원부의 통상 담당 A서기관은 휴대전화 소리에 잠이 깼다. 주미 한국 대사관에서 예고 없이 걸려온 전화였다. 미국 수도 워싱턴 DC 시각으로 12일 오후 4시. 통화 용건은 미 무역대표부(USTR)가 한·미 FTA 개정 협상을 논의하기 위한 특별 공동위원회 소집을 요청했음을 알리는 것이었다. 정부 내 통상 관련 부처에는 즉각 비상이 걸렸다. 당초 1년쯤 뒤에야 재협상 통보를 예상했던 산업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지금까지 양국이 상대의 전력을 살펴보는 장외 탐색전을 펼쳤다면 이젠 링 위에서 본격적인 공방전을 벌여야 하는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자동차·철강 집중 공략하면서 폭넓은 서비스 개방을 요구할 듯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가 특별 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하면서 가장 크게 문제 삼은 부분은 미국의 무역적자 폭 증가다.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적자는 한·미 FTA 발효 전인 2011년 116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늘었다. 미국은 승용차 연비(燃比) 규제와 한국을 통한 중국 철강의 덤핑 수출을 대표적인 '불공정 무역' 사례로 지목해 왔다. 미국은 이 외에도 법률 시장 개방, 스크린 쿼터제, 신문·방송 등에 대한 외국 지분 투자 허용 등 서비스 분야 개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한미FTA 개정 협상 주요 쟁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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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트럼프 정부는 출범 이후 반덤핑·세이프가드 등 각종 수입 규제를 통해 통상 압박을 해왔다. 특히 미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16개국과의 무역적자를 분석한 보고서를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전무는 "미국이 이 보고서를 근거로 우리나라를 더욱 압박하면서 FTA 개정 협상의 근거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미국 측 주장의 상당수가 오해라는 입장이다. 우선 우리의 대미 흑자는 2015년 258억달러에서 지난해 233억달러로 줄었고, 올 들어선 5월 현재 69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7% 줄며 2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한·미 FTA 체결 후 미국 자동차의 한국 수입 증가율(37.1%)이 한국 차의 미국 수출 증가율(12.4%)보다 3배 가까이 높다. 한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가는 중국 철강은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 물량의 2% 남짓에 불과하다. 정부는 공동위가 구성되면 이런 수치를 들어 미국 측에 조목조목 해명한다는 계획이다.

    통상정책 컨트롤타워도 없는 한국

    당초 정부는 미국의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 시점을 내년 이후로 예상했다. 트럼프 정부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최우선 통상 현안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6개월 이상 앞당겨 미국이 한·미 FTA 개정 협상을 서두르는 것은 미국 내 정치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제현정 무역협회 박사는 "노동자의 표로 당선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지지율이 떨어지자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 지지층을 다시 결집하려는 의도가 보인다"며 "미국 입장에서는 섣불리 공격하기 부담스러운 중국·독일보다는 한국을 좀 더 만만한 상대로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우리는 새 정부 출범 후 통상(通商)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상황에서 한·미 FTA 개정 요구에 직면했다.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통과가 지연되면서 통상교섭본부장 자리는 비어 있고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는 통상 관련 경험이 전무하다.

    "서비스 분야 불균형, ISD 불공정 문제 제기해야"

    국내 통상 전문가들은 한·미 FTA가 상호 이익이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미국에 요구할 부분은 당당하게 주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태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전 통상교섭본부장)는 "FTA를 재협상보다는 업그레이드하는 쪽으로 방향을 맞추면 우리가 나쁠 게 없다"고 말했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특히 미국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평가를 받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우리가 공세적으로 개선을 요청할 분야도 있다"고 말했다. 정인교 인하대 부총장은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와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미국의 공격을 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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