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與圈)은 13일 국회 정상화를 위해 종일 긴박하게 움직였다. 추경과 장관 인사 문제를 연계하며 국회를 보이콧해온 야당을 설득하기 위해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과 전병헌 정무수석이 잇따라 국회를 찾았고,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반대로 "송영무·조대엽 둘 중 한 사람은 정리해달라"는 메시지를 들고 문 대통령을 찾아갔다. 결국 '조대엽 사퇴와 국회 정상화'를 맞바꾸는 방식으로 국회가 다시 돌아갈 조짐이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반발할 조짐도 있지만, 국민의당만 돌아서면 법안과 예산 처리엔 큰 문제가 없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추경은 추경, 인사는 인사"라며 이 둘을 연계하고 있는 야당과 타협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는 "참으로 답답하다"며 "국회에 다시 한 번 요청드린다.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 야당에서는 "이런 식이면 국회 보이콧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웃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인사는 인사대로 추경은 추경대로 논의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에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국민의당에 보내 추미애 대표 대신 ‘머리 자르기’ 발언에 사과하게 함으로써 추경 협조를 이끌어내는 동시에 여당 지도부 건의를 수용하는 형식으로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를 자진 사퇴시켰다.

[청와대 '검찰 수사지휘권 박탈' 첫 액션]

[청 유감표명에 국민의당 추경심의 복귀]

하지만 오후 들어 상황은 확 바뀌었다. 문 대통령은 예고 없이 임종석 비서실장을 국회로 보내 국민의당 박주선 비대위원장, 김동철 원내대표를 만나게 했다. 그동안 국민의당은 '문준용씨 특혜 의혹 제보 조작 사건'과 관련해 추 대표가 "안철수 전 의원과 박지원 전 대표가 몰랐다고 하는 건 '머리 자르기'"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국회를 보이콧해 왔다. 박주선 위원장은 이날 임 실장 회동 직후 의원총회에서 "임 실장이 추 대표와 관련해서 '왜 정치적 오해를 살 수 있는 상황을 조성했는지 청와대로선 알 수 없다. 걱정 끼쳐 미안하다. 진심으로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실상 사과했다"며 "또 제보 조작 사건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려가 개입돼선 안 된다. 대통령도 수사를 기획해선 안 된다고 얘기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의총에서 격론이 있었지만 국회 의사일정에 협조키로 결정했다. 이로써 다른 야당이 불참하더라도 추경 심사는 가능해졌다. 국민의당은 또 정부조직법 개정안 심사에도 복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임종석 실장이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나 추미애 대표를 언급했느냐 안 했느냐는 문제를 두고 잠시 청와대와 국민의당 간에 충돌 양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이 공식 브리핑에서 "임 실장은 추 대표에 대해 언급한 바가 전혀 없다"고 해 국민의당이 반발한 것이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김동철 원내대표와 다 같이 들었는데 임 실장이 하지도 않은 말을 내가 했다고 하겠느냐"며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다"고 했다.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임 실장은 박 위원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 "추 대표와 관련해 사과한 게 맞는다"고 확인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임 실장이 국회를 방문한 것과 비슷한 시각,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을 만났다. 국회 정상화와 연계돼 있는 장관 인사 문제 등을 풀기 위해서다.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등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노동부 장관 후보자 등에 대한 지명 철회를 요구하며 추경 심사 등을 거부해왔다. 박 수석부대표는 70분간의 회동 이후 브리핑을 통해 "4당 입장과 당내 의견 등 국내 종합적 상황을 충분히 설명했고 대통령은 경청했다"며 "우 원내대표는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주실 것을 건의했고, 대통령은 숙고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최소한의 조치'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여권 관계자들은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 등을 요구한 것"이라고 했다. 박 수석부대표는 관련 질문에 "더는 말할 수 없다"며 "이 문제는 인사권을 가진 대통령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로 돌아와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등 야당 원내지도부에게 "곧 조치가 있을 테니 협조를 부탁한다"는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국회 상황이 정리되던 오후 6시쯤, 조대엽 후보자는 "제 임명 여부가 정국 타개의 걸림돌이 된다면 기꺼이 사퇴의 길을 택하겠다"며 사퇴했다. 청와대는 오후 7시 30분 송영무 국방부, 유영민 미래부, 정현백 여성부 장관을 임명했다. 여권 관계자는 "뒤에서 조 후보자를 압박하는 등 철저한 시나리오를 짜놓고 움직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