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가·흥부가… 여기는 우리의 '소리 바다'

    입력 : 2017.07.14 03:04

    [우리 곁의 박물관] [8] 고창 판소리박물관

    신재효 선생 고택 있던 자리… 명창들 유품·자료 2700여 점
    북 치며 추임새 넣는 고수 체험, 소리굴에선 성량 측정할 수 있어

    전북 고창 판소리박물관 지도

    전북 고창 판소리박물관은 조선 후기 춘향가·흥부가·수궁가 등 판소리 여섯마당을 집대성한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1812~1884) 선생과 명창들을 기리는 곳이다. 신재효 선생의 고택 '동리 정사'가 있던 자리에 북 형태의 둥근 모양으로 지어진 이 박물관은 명창들의 유품과 자료 2700여 점을 품고 있다. 지난 2001년 개관 이후 150여만명이 다녀갔다.

    연면적 1433㎡, 지상 2층 건물은 명예의 전당, 소리마당, 아니리마당, 발림마당, 기획전시실로 나뉜다. 1층 명예의 전당엔 송만갑·임방울·박초월 등 명창의 사진이 걸려 있다. 이 사진은 판소리 애호가이자 서예가였던 벽소(碧笑) 이영민(李榮珉·1881~1962) 선생이 일제강점기에 찍은 것이다.

    명예의 전당을 지나면 판소리 유파(流派)의 특징과 명창들이 사용했던 북, 합죽선 등을 만날 수 있는 소리마당이 나온다. 이 공간에선 명창들의 목소리를 담은 SP(Standard Play) 음반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선 1920년대 중반부터 국악을 중심으로 음반이 활발하게 나왔다. 판소리박물관엔 이 시기 제작했던 음반들이 잘 보존돼 있다. 1927년 만들어진 송만갑의 '박타령'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국내는 물론, 일본과 만주 등에서 100만장이 팔렸다는 임방울 명창의 '춘향전 쑥대머리' 음반도 있다. 쑥대머리는 옥에 갇힌 춘향의 머리를 쑥잎에 비유한 말로 일제강점기 가장 인기 있었던 판소리다. 춘향전 쑥대머리는 1929년 매일신보사가 주최한 '조선 명창 연주회'에서 임방울을 세상에 알린 데뷔곡이기도 하다. 김범중 판소리 박물관 문화해설사는 "국악 음반은 1960년대까지 2500여 장이 나왔고, 그중 판소리의 인기는 압도적이었다"며 "판소리박물관에선 사료적 가치가 큰 당시의 음반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 판소리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2층 기획전시실에서 명창들의 소리를 감상하고 있다. 이곳엔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소희·안숙선 명창 등의 소리가 음악 파일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전북 고창 판소리박물관을 찾은 사람들이 2층 기획전시실에서 명창들의 소리를 감상하고 있다. 이곳엔 중요무형문화재인 김소희·안숙선 명창 등의 소리가 음악 파일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고창군

    전시실 중앙 아니리 마당에선 신재효 선생의 업적을 살펴볼 수 있다. 1812년(순조 12년) 고창에서 태어난 그는 판소리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구전으로 전해지던 판소리 여섯마당을 정리했고, 이름난 명창들을 육성·후원했다. 판소리를 배우려는 사람들을 모아 전문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판소리 애호가였던 흥선대원군은 신재효를 운현궁에 자주 불렀다고 한다. 고종이 1877년 '신재효를 통정대부(通政大夫·정 3품)로 삼는다'는 교지(敎旨)를 내린 것도 그의 재능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가로 72㎝ 세로 52.5㎝ 크기의 이 교지는 신재효가 직접 쓴 판소리 작품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

    명창들이 득음(得音)하기 위해 홀로 수련했던 공간을 재현한 ‘소리굴’. 천장엔 방문객이 성량(聲量)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장치도 있다.
    명창들이 득음(得音)하기 위해 홀로 수련했던 공간을 재현한 ‘소리굴’. 천장엔 방문객이 성량(聲量)을 측정해 볼 수 있는 장치도 있다. /고창군

    발림마당에선 판소리를 체험해 볼 수 있다. 판소리 여섯마당을 듣고 한 소절씩 따라 부를 수 있는 음향시설과 북을 치며 판소리에 추임새를 넣는 고수(鼓手) 체험 공간이 있다. 명창들이 경지에 오르기 위해 독공(獨功·득음을 위해 토굴 등에서 하는 발성 훈련)했던 공간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소리굴에선 방문객이 성량(聲量)을 측정해 볼 수 있다.

    판소리박물관 바로 옆엔 신재효 선생의 고택인 동리 정사터가 있다. 한때 1만3223㎡ 부지에 본채·사랑채, 소리꾼들이 머물던 숙소가 있었다. 지금은 사랑채(75㎡)만 남았다. 이 사랑채는 1979년 중요민속자료로 지정됐다. 2005년엔 문화재청이 건물을 복원했다. 박우정 고창군수는 "판소리박물관에서 우리 민족의 심금을 울렸던 소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고, 인근 고창읍성 등을 방문해 전통 문화의 정취를 느낀다면 살아 있는 역사 공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정보]
    전라북도 서남단에 위치한 고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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