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들 "우리회사에 특별근로감독 나와달라"

    입력 : 2017.07.14 03:04

    "친노동자 정부가 직접 나서달라" 사측 압박하려 청원서 제출 쇄도
    정부, MBC 등 노조 요청대로 감독… 원래는 대형 산재 사업장 대상

    연도별 근로감독 실시 건수와 위반 건수 그래프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13일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는 KEB하나은행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을 해 달라는 청원서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제출했다. 금융노조는 "KEB하나은행 사측이 노조 선거 개입, 노조 간부 발령 거부, 임금 미지급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한 의혹을 받고 있다"면서, 이날부터 청와대, 국회, 서울지방노동청 등에서 특별 근로감독 실시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최근 노조가 정부에 특별 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노동 존중 사회 실현'을 표방하는 만큼 근로자 권리 보장을 위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와 근로기준법 위반 행위 등을 정부가 직접 조사해 달라는 것이다.

    특별 근로감독 요청은 장기 분규로 노사(勞使) 갈등의 골이 깊어진 사업장 노조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7년 만에 파업을 벌인 부산교통공사에선 노조가 지난 5일 특별 근로감독 실시 청원서를 부산지방노동청에 제출했다. 노조는 부산교통공사가 지난해 3차례 진행된 파업에서 노조 활동과 파업을 무력화하기 위해 명예훼손과 부당 직위 해제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주장한다. 한국석유공사, 경북대병원, 영남대의료원 등도 노조가 부당노동행위를 조사해 달라며, 최근 특별 근로감독 실시를 요청하고 있다.

    일부에선 특별 근로감독 신청을 노사 갈등 국면에서 노조가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를 끌어들이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내놓는다. 특별 근로감독은 보통 대형 산업재해가 발생했거나 중대 부당노동행위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실시된다.

    특별 근로감독 실시, 요청 기업 현황 표

    특별 근로감독은 조사 결과에 따라 시정 기간 없이 즉시 관련자에 대한 형사처벌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정기 근로감독은 위법 행위에 대한 시정 기간(보통 21일)이 주어지고 형사 처벌 없이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부가 노조의 청원을 받아들여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한다면,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나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가 상당히 짙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정부가 노조 요청을 받아들여 장기 분규 사업장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에 착수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MBC에 대한 특별 근로감독 실시가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4일까지 보름 넘게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초 MBC 노조가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청원을 받아들인 것이다.

    정부가 노조 요청을 받아들여 특별 근로감독에 착수하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사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정부가 노조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노조가 특별 근로감독을 청원한다고 모두 들어주는 것은 아니며 사전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어느 정도 파악한 뒤 착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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