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취] 종교·샤머니즘 넘나들며 '죽음' 탐색한 소설가

    입력 : 2017.07.14 03:04

    '죽음의 한 연구' 쓴 박상륭씨, 캐나다서 별세… 2주 만에 알려져

    소설가 박상륭(77·사진)씨가 대장암 투병 중 지난 1일 캐나다에서 별세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서라벌예대 동창인 아내 배유자(77)씨는 13일 본지 통화에서 "지난해 8월 대장암 판정 뒤 수차례 수술과 합병증으로 괴로워하다 급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면서 "폐 끼치기 싫으니 죽은 뒤에도 소문내지 말라는 고인의 당부로 12일에야 지인 서너 분에게만 이메일로 알렸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고 싶지 않고 부의금도 원치 않는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장례식도 열지 않았다.

    소설가 박상륭
    /조선일보 DB
    1963년 등단한 박씨는 종교·신화적 색채의 형이상학적 작품을 발표해왔다. 기독교와 불교, 샤머니즘을 넘나들며 죽음에 대한 관념소설을 진경으로 일궈낸 작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창녀의 아들인 33세 화자(話者)가 가상의 공간 '유리'에서 40일간 구도하는 내용의 장편 '죽음의 한 연구'(1973)는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작품은 1996년 영화로도 제작됐다. 1994년 완간한 4부작 '칠조어론'과 2008년 낸 장편 '잡설품'은 '죽음의 한 연구' 속편에 해당한다. 1999년 김동리문학상을 받았고, 그해 예술의전당에서 '박상륭 문학제'가 열리기도 했다.

    1969년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가 서점을 운영하며 작품 활동을 해왔다. 박씨는 과거 본지 인터뷰에서 "소설 쓰기로 종교와는 다른 어떤 원형을 찾아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생명"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아내는 "몸은 회복 불가로 망가졌지만 정신은 또렷이 맑아 본인이 쓴 '죽음의 한 연구'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면서 "마지막까지 집필을 계속했지만 결코 출판하지 말라는 부탁을 남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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