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FTA 개정, 겁먹을 이유 없다

      입력 : 2017.07.14 03:18

      미국 측 요청으로 한·미 FTA 개정 협상이 불가피하게 됐다. 협상은 오는 11월쯤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측이 보내온 서한은 '개정' '수정'이란 표현을 사용해 기존의 '재협상' 입장보다는 수위가 낮아졌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한 미 정부 관계자들은 협정의 틀 자체를 뒤집는다는 의미의 '재협상'이란 표현을 주로 써왔다. 한·미 FTA 전반을 손대기보다 부분적인 수정을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정부도 한·미 FTA 자체의 가치는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FTA 발효 후 5년간 우리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0.62%포인트 증가한 반면, 미국의 한국 시장 점유율은 2.14%포인트가 늘었다.

      미국은 향후 FTA 협상에서 자동차·철강 등 주력 제조업의 무역역조 시정과 법률 시장 개방, 스크린쿼터 폐지, 신문·방송사 지분 소유 허용 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우리 무역의 12%를 차지하는 2위의 교역 상대국인 만큼 FTA 협상 결과에 따라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통상 주무 부처인 산업자원부 주도로 범(汎)정부적 대응 체제를 꾸리고 치밀한 준비를 갖춘 뒤 협상에 임해야 한다.

      우리가 수세적 입장을 취하거나 겁먹을 이유는 없다. 미국이 지적하는 불공정 사례들을 보면 사실과 다르거나 FTA 규범으로 해결할 사항이 아닌 것들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불공정 무역의 대표적 분야로 자동차를 들고 있으나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 수입은 22%나 늘어났다. 미국이 클레임 거는 우리의 연비 규제 역시 유럽연합·일본보다 약하고 다른 비관세 장벽도 미국이나 글로벌 기준에 미흡하지 않다. 이런 점을 설명하면서 미국 측의 오해를 해소해야 한다.

      동시에 우리가 적자 보는 지식재산권과 여행 서비스 분야의 불균형 문제를 공세적으로 제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 유리하게 설계됐다는 지적을 받는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분야에서도 양보를 끌어내야 한다. 한·미 FTA가 발효된 지난 5년간 양국 모두 상대국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다. 미측도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미국 국내 정치적 측면이 큰 협상인 만큼 지혜만 발휘하면 파고를 충분히 넘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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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FTA 개정 협상에 대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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