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극동 지역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건설 노동자들이 월급 절반 이상을 정부에 뺏기면서 노예 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1일(현지 시각) 현지 르포를 통해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북한이 러시아 곳곳에 파견하고 있는 노동자 숫자는 수만명에 이른다. 북한 노동자 고용이라는 측면에서는 북한의 최대 후원자인 중국에 못지않은 규모이다.
이들은 열악한 시설에서 생활하면서 노예처럼 노동을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 신문은 "러시아 제2의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월드컵 축구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는 최소 1명의 북한 노동자가 사망했고, 모스크바 도심에 건설되고 있는 초호화 아파트 건설 현장 인근 누추한 모텔에서는 지난달 2명의 북한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면서 "극동 지역의 벌목장은 스탈린 시대의 강제수용소를 연상시킨다"고 했다. NYT는 이어 "인권단체들은 북한 정부가 주도하는 이 같은 노동자 파견을 '현대판 노예무역'이라고 비판하고 있지만 북한 노동자들은 뇌물을 주고서라도 러시아로 나오려고 하고 있다"면서 "북한 상황은 훨씬 더 열악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현지 러시아 업체들은 북한 노동자들을 환영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들은 주택 개·보수 현장에 주로 투입되는데 "숙련도가 높고 아침부터 밤까지 오로지 일만 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는 고객용 웹사이트에 "북한 노동자들은 질서 있고 열심히 일하며, 휴식시간도 짧고 담배도 자주 피우지 않는다"고 썼다.
북한 노동자들은 월급을 정부에 착취당하고 있다. 현지의 한 건설업자는 NYT에 "북한 노동자들이 2006년에는 매월 1만7000루블(약 31만1000원)을 정부에 빼앗겼는데 지금은 5만루블(약 94만4500원)까지 늘었다"며 "내가 고용한 북한 노동자 중 가장 임금이 높은 사람은 월급의 절반 이상을 빼앗긴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북한 연구 기관들은 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가 3만~5만명 선이며 북한 정부가 매년 이들로부터 1억2000만달러(약 1373억원) 정도를 거둬들이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