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엄마 "도망치듯 이사했죠, 거기선 숨쉴수 없어서"

입력 2017.07.13 03:05 | 수정 2017.07.13 08:17

인천 초등생 살해범 재판에 나와 담담하게 증언하다 끝내 울먹여
"학교 다녀오겠다고 나갔는데… 가해자, 제대로 처벌 받기를"
"누군가 나쁜 생각하고 있다면 마음 고쳐먹길 바란 뜻서 출석"
방청객들 흐느껴 법정 눈물바다… 살해범도 몇 차례 울음소리 내

인천 초등생 여아 살해 사건의 피의자인 김모(17)양에 대한 재판이 12일 오후 2시 인천지법 413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김양은 지난 3월 29일 낮 12시 45분쯤 인천시 연수구의 한 공원에서 초등학교 2학년생인 A양(8)을 꾀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간 뒤 목 졸라 살해하고 흉기로 시신을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날 재판의 첫 증인은 피해자의 어머니(43)였다. 검정 카디건에 바지 차림. 긴 머리는 뒤로 묶었다. 얼굴은 수척했다. 여덟 살이던 막내딸을 잃은 어머니는 법정까지 힘든 걸음을 하게 된 이유를 묻는 검사의 질문에 피의자 김양을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 나쁜 생각을 한다면 마음을 고쳐먹고,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르고 착하게 살아갈 곳이 되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다음은 피해자 어머니의 법정 증언 전문

"막내가 학교에선 적응을 잘 못했어요. 1학년 때 조퇴를 많이 했어요. 학교 가기 싫다고 2학년 초에도 그랬습니다. 친구가 생기면서 그런 게 사라졌어요. (사건이 났던) 그날 아침엔 깨우기도 전에 일어나서 옷 다 입고 즐겁게 웃으면서 학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아이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니까 엄마한테 뽀뽀해주고….

아이한테 스마트폰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해서 최대한 (휴대전화를 사주는) 시기를 늦추고 있었어요. 학교에서 나올 때 친구들에게 빌려서 (제게) 전화를 자주 했습니다. 공원에서 놀 때는 근처에 아이 데리고 있는 아주머니한테 전화를 빌리라고 제가 가르쳤어요. 집으로 전화를 꼭 하라고.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요.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으로 숨진 A양의 어머니(왼쪽)가 12일 인천지법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안경을 낀 피의자 김모(오른쪽)양은 고개를 숙이고 피해자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인천 초등생 살해 사건으로 숨진 A양의 어머니(왼쪽)가 12일 인천지법에 출석해 증언하는 모습. 안경을 낀 피의자 김모(오른쪽)양은 고개를 숙이고 피해자 어머니의 말을 들었다. /이철원 기자

(아이가 없어져서) 경찰에 실종신고 할 때도 '애가 돌아오면 부끄럽겠다' 생각하면서 신고했어요. 그냥 누구네 집에서 한잠 자고 있는 게 아닐까.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를) 찾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CCTV에 (아이가 김양의) 아파트로 올라가는 장면만 보이고 내려오는 장면은 없어요. 계속 경찰들과 지켜봤는데 어느 순간 경찰들이 갑자기 조용해졌어요. 아무도 말을 안 해주는데 신랑(남편)이 울면서 어떡하냐며…. 우리 아이가 안 온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아이 얼굴이 그럴 줄은 몰랐어요. (경찰이) '얼굴은 남았다' '괜찮다'고 해서 가족과 보러 갔는데. 얼굴이 그럴 줄 몰랐어요. 눈도 못 감고, 얼굴의 반이 검붉은 시반으로…. 예쁜 옷 입히고 싶었는데 그럴 상태가 아니어서 옷을 조각조각 잘라서 입혔어요. 그 예쁜 애가. 누구나 같이 따라 웃게 만들던 그런 애가 그런 모습으로 있는 게 마지막이었어요. 어른들은 (아이가) 죽으면 가슴에 묻는 거라고 하는데 그렇게 보낼 수가 없어서 수목장을 했습니다.

막내는 모든 사람을 사랑했어요. 아빠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고, 힘세고 뭐든지 다 해주는 사람이고 아빠가 있으면 하나도 무서운 게 없다고. 온 가족에게 걔는 정말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같은 아파트에 살던) 할아버지, 할머니도 수시로 전화하시고 그랬어요.

지금 심리 상담을 온 가족이 받고 있어요. 저랑 남편은 약을 먹으라고 그러시더라고요. 그런데 겁이 났어요. 그 약을 손에 쥐게 됐을 때 내가 어떻게 할지. 막내가 혼자서 나를 기다리는 거 아닌가 생각이 들면 내가 어떤 행동을 하게 될지 겁나서 약을 먹지 못했습니다.

잠도 잘 수 없고 숨도 쉴 수가 없어서 도망치듯 이사했습니다. 그곳만 벗어나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 같아서.

가해자가 언젠가 세상에 나왔을 때 우리 아이가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자기가 얼마나 잘못된 짓을 했는지 제대로 벌 받아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 이렇게 또 나쁜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다면 이 일을 보고, 듣고 하면서 나쁜 짓 하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게 정당한 벌이 내려지길 원합니다. 내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바르고 착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곳이 되기를 원합니다. 내 아이는 그렇게 가서는 안 되는 아이였어요."

어머니가 증언하는 동안 방청석에서는 여러 차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다. 증언을 끝내자 피의자 김양의 변호인은 "남은 가족과 자식을 위해서라도 마음을 추스르시길 바랍니다. 피고인은 나이에 맞게 정당한 판결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김양은 변호사가 말하는 도중 두 번 큰 목소리로 "죄송합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증언할 때도 몇 차례 울음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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