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北·中 혈맹' 아니다?

    입력 : 2017.07.13 03:13

    김진명 정치부 기자
    김진명 정치부 기자
    "한·중 정상회담에 배석하셨죠? 그때 시진핑 주석께서 중국과 북한 관계가 혈맹 관계라는 표현을 쓰셨습니까?"

    지난 10일 국회 외통위에서 박병석 민주당 의원이 강경화 외교장관에게 물었다. 시 주석이 지난 6일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북한과 혈맹의 관계를 맺어왔고 25년 전 한국과 수교를 맺어 많은 관계 변화가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 관계가 근본적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고 전한 것은 청와대였다. 회담에 배석했던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회담 직후 우리 기자들에게 전한 내용에 대해 여당 의원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 의아했다.

    강 장관은 "혈맹이란 단어를 쓰셨다"며 "지금 혈맹이라는 것이 아니라 전통적인 (북·중) 관계가 혈맹이었다는 과거의 관계 규정을 하신다는 차원에서 하신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답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과는 어감이 다르다. 박 의원은 정상회담 이틀 후인 8일 방한한 중국 공산당 핵심 관계자를 여야 의원 몇 명과 함께 만났다며 "한 시간 반 정도 대화하는 과정에서 (중국 관계자가) '시 주석이 지금의 북·중 관계를 혈맹 관계라고 얘기한 적 없다'는 것을 누차 강조하면서 '허위 보도'란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또 "확인해서 밝혀주기 바란다"고 강 장관에게 주문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6일 오전(현지시각) 베를린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당 보도를 했던 기자로서 사실을 재차 확인할 필요성을 느꼈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시 주석의 발언이 좀 애매했는데 당시 중국어에 능통한 배석자가 없어서 바로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의 말은 중국 측 통역이 한국어로 전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말은 우리 측 통역이 중국어로 전달한다. 청와대는 중국 측 통역이 한국어로 옮긴 시 주석의 말을 받아 적었다가 기자들에게 알린 셈인데, 오역이나 오해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우리 측 통역이 있었지만 직급과 직무상 상대국 정상의 말에 "무슨 의미냐?"고 질문할 처지는 아니었을 것이다. 대중(對中) 외교를 중시한다는 청와대가 중국어를 이해하고 정확하게 기록·대응할 배석자를 두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정부가 아닌 공산당 채널로 국회에 "허위 보도"를 운운한 중국의 대응이었다. 중국은 사드 문제가 생긴 뒤 줄곧 외교부 공식 라인보다는 송영길 의원이나 이해찬 전 총리 같은 여당 라인을 통해 한국을 움직이려 해왔다. 외교가에서는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와 주한 중국 대사관이 수시로 여당 사람들을 만나는데 뭘 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말도 들렸다. 시 주석이 북한을 혈맹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뒤에서 속살거릴 이유가 없다. 시 주석이 직접, 그게 어렵다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라도 공개 석상에서 "북·중 관계는 혈맹이 아니다"고 천명하면 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입증하면 더 좋다.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하고 추가 제재에 나선다면 세계가 모두 '이제 북·중은 혈맹이 아니구나'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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