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졸았던듯, 깨보니 승용차 깔려있어… 죽을 죄를 지었다"

    입력 : 2017.07.12 03:06 | 수정 : 2017.07.12 15:18

    ['경부고속道 졸음운전 사고' 가해 버스기사 본지 인터뷰]

    "사고 2분전 배차간격 조정위해 앞선 버스 기사와 통화했는데…
    '운행 끝난뒤 8시간 연속 휴식', 실제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아
    고혈압 있지만 특별한 문제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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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김씨는 11일 “내 불찰 때문에 사고가 나서 유족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양승주 기자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 이 사고로 2명이 숨졌다. 김씨는 11일 “내 불찰 때문에 사고가 나서 유족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에서 졸음운전으로 7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광역버스 운전기사 김모(51)씨를 경기도 오산 그의 집 근처에서 11일 만났다. 김씨는 충혈된 눈을 연방 비볐다. "사고 이후 단 1분도 제대로 못 잤다"고 했다. 경찰은 사고 당일 김씨를 조사한 뒤 도주·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며 집으로 돌려보냈다. 김씨가 사고로 숨진 50대 부부 유가족 등과 합의하는 상황을 지켜보고, 2주일쯤 후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사고 당시 상황은 어땠나.

    "오후 2시 40분쯤 경부고속도로 양재나들목을 지나면서 배차 간격 조정을 위해 같은 노선의 앞선 버스 기사와 휴대전화로 통화했다. 이어폰을 귀에 꽂고 했다. 이틀 연속 일한 터라 몸이 뻐근하고 피곤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었는데, 깨어나 보니 이미 버스 앞바퀴 아래 앞서 가던 승용차(K5)가 깔려 있었다. 깜빡 졸았던 것 같다."

    김씨가 운전한 버스는 경기도 오산과 서울 사당동을 오가는 광역버스다. 경찰 조사 결과, 사고 당시 버스는 1차로인 버스전용차로가 아닌 2차로를 달리고 있었다. 주변 차량 블랙박스에 찍힌 영상을 보면, 버스는 첫 추돌 후에도 K5 위에 올라타고 약 30~40m를 그대로 밀고 나갔다.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였나.

    "전날 18시간 정도 근무하고 나서 새벽 1시쯤 잠에 들었다. 사고 당일엔 오전 6시에 일어나 7시 15분부터 운전을 시작했다. 두 차례 왕복을 끝내고, 낮 12시 45분쯤 차고지에 돌아와 쫓기듯 점심을 먹었다. 조금 쉬다가 오후 1시 45분부터 다시 운전을 했다."

    김씨를 포함해 '오산교통' 운전자들은 이틀 동안 하루 16시간 안팎 근무하고 하루를 쉬는 형태로 일했다고 한다. 그렇게 일하면 세금을 제하고 한 달에 275만원쯤 벌었다.

    ―운전이 힘들었는가.

    "하루 운전대 잡는 시간만 16시간이다. 밤늦게 돌아와 새벽 일찍 출근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자는 시간은 5시간도 채 안 된다. 배차 간격을 맞추려면 점심은 보통 50분 안에 해결해야 한다. 왕복 운전 후 주어지는 휴식 시간에도 용변 해결하고 나면 남는 시간이 거의 없다. 조금이라도 더 쉬기 위해 과속하는 경우가 많다. 자기 버스에서 쪽잠을 자다 다시 운전대를 잡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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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젠 휴식시간 법대로 지켜지겠지” - 고속버스 운전기사들이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대합실에서 쉬고 있다. 지난 9일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 사고 등 버스 기사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대형 차량 운전자가 4시간 연속 운전하면 최소 30분 휴식해야 한다는 규정을 만들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도 더 조심했어야 하는 건 아닌지.

    "자기도 모르게 깜빡 졸까 봐 맨정신일 때도 껌 씹고 허벅지 꼬집어가며 운전한다. 이틀 연속 일했으니 더 긴장하고 조심했어야 했다."

    ―'이틀 근무 하루 휴무'는 기사들이 회사와 합의한 것이다.

    "이틀 일하고 하루 쉬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근무 강도가 너무 세다는 것이 문제다. 근무 시간을 줄여보려고 동료들과 수차례 회사에 버스를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회사에선 기다리라는 말뿐이었다. 기사들끼리는 '이러다 큰 사고 난다'는 말을 몇 번 했다."

    오산교통엔 오산~서울 사당 노선에 총 7대가 배차돼 있다. 하지만 실제 운행된 버스는 5대였다. 회사가 기사를 고용하지 않은 탓이다. 오산교통 측은 "수시로 모집을 했는데도 기사를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1일 운행 종료 뒤 연속 휴식 8시간' 규정에 대해선 알고 있나.

    "회사에서 '점차 도입하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 알고는 있었다. 다만 실제로 지켜지진 않았다."

    ―건강 문제는 없었나.

    "고혈압이 있지만, 최근 두 달 동안은 약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문제없었다. 근무가 없는 날은 집 근처 산에 오르며 몸 관리를 했다."

    김씨는 2008년부터 버스 운전을 시작했다. 무사고 10년째다. 2015년 오산교통에 들어온 뒤 한동안 시내버스를 몰다가 4개월 전 광역버스 노선이 생기면서 투입됐다. 그는 "개인택시 기사가 꿈이었다. 무사고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늘 조심했는데…"라고 했다.

    ―사고로 50대 부부가 사망했다.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저 죽을죄를 지었다는 말밖에…. 유족에게 어떻게 사죄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할 수만 있다면 내 목숨과 맞바꾸고 싶은 심정이다."

    ―현재 심경은.

    "아내와 딸 셋이 있다. 가족, 특히 고등학교 3학년인 막내딸에게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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