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때리던 프랑스, 180도 달라졌다

    입력 : 2017.07.12 03:05 | 수정 : 2017.07.12 08:11

    [마크롱, 내년부터 17억원 이상 자산가 감세 추진]

    노동개혁 이어 소득·법인세 감면
    저성장 탈출 위해 親기업 정책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이르면 내년부터 고소득자들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부자 감세' 정책을 실시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1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감세(減稅)를 통해 국내 투자와 고용, 소비를 촉진하고 해외 기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취임한 이후 두 달도 안 돼 노동 개혁에 이어 부자 감세까지 추진하는 등 친(親)기업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는 이날 FT 등과 가진 인터뷰에서 "130만유로(약 17억원) 이상 자산을 가진 개인에게 부과하는 부유세 세율을 구간별 50~60%에서 30%로 일괄해 낮추고, 금융 투자로 얻은 소득은 부유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는 세제 개편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동산 자산에 대해서만 부유세를 물리겠다는 것이다.

    필리프 총리는 "이르면 내년부터 부자 감세에 들어갈 것"이라며 "2019년까지 완전히 세제 개혁을 마칠지, 아니면 단계별로 할지 등을 현재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전임 올랑드 행정부의 '부자 증세' 정책과 정반대다. 올랑드 전 대통령은 취임 초인 2012년 금융을 '적'으로 규정하고 연소득 100만유로(13억원) 이상 고소득층에 최고 75% 소득세를 물렸다. 그 결과 자산가들이 세금을 피해 줄줄이 해외로 빠져나갔고, 기업의 해외 이전 사례도 속출했다. 국적을 포기하는 프랑스 기업인들도 있었다. 결국 올랑드 대통령은 도입 2년 만에 이 법안을 폐지하고 개인 소득세를 최고 45% 수준으로 낮췄다. 필리프 총리는 이번에 소득세율을 더 인하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법인세율도 낮춘다는 계획이다. 필리프 총리는 지난 4일 의회 첫 시정연설에서 "프랑스가 세금 분야의 챔피언으로 남아선 안 된다"며 현재 33.3%인 법인세율을 오는 2022년까지 25%로 낮추겠다고 했다.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두 달도 안 돼 지지층의 반감을 살 수도 있는 부자 감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저성장에 빠진 프랑스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지난해 프랑스 경제성장률은 1.1%, 실업률은 10%를 기록했다.

    프랑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은 2008년 이래 줄곧 유럽연합(EU)이 제시한 상한선(3%)을 넘어설 정도로 국가 부채가 위기 수준이기도 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같은 경제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달 중순엔 파격적인 노동 개혁 법안도 발표했다. 개별 기업 노조에도 단체교섭 권한을 부여해 산별노조에 지나치게 집중됐던 권한을 분산하고, 현행 법정 노동시간(주당 35시간)은 유지하되 초과근무 수당을 대폭 줄이는 등 기업에 유리한 내용이 담겼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마크롱 대통령은 일반 법률이 아닌 행정명령 형태로 입법을 추진해 오는 9월 21일까지 개혁을 마무리짓겠다고 밝혔다.

    마크롱 행정부는 앞으로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런던 금융가를 빠져나올 기업들을 끌어들여 프랑스의 경제성장을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관련한 경제 유인책도 발 빠르게 내놓고 있다. 필리프 총리는 지난주 금융업 종사자에게 최고 과세 구간을 적용하지 않고, 내년으로 예정돼 있던 금융거래세 확대 계획도 취소하겠다고 밝히는 등 런던을 떠나는 은행들을 겨냥한 정책들을 발표했다. 연금과 실업수당 등 복지제도 축소도 뒤이을 것으로 보인다.

    FT는 "마크롱 대통령이 경제 회복 등 국익에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그 외의 사안에는 기득권을 내려놓고 있다"며 "정부 안팎의 반대파를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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