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文 대통령 "북핵 해결할 힘 우리에게 없다"

      입력 : 2017.07.12 03:20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국무회의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가 뼈저리게 느껴야 하는 것은 우리에게 가장 절박한 한반도 문제인데도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해결할 힘이 있지 않고 우리에게 합의를 이끌어낼 힘도 없다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냉정하고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그런데 이런 인식은 웬만한 국민은 대부분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 북한은 딴생각을 하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런 중·러와 미국 사이에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다는 것은 상식이다. 우리가 중간에서 역할을 할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 변수는 되기 어렵다는 것도 상식적 현실이다. 대통령이 새삼스러운 것처럼 말하는 것이 걸리기는 하지만 안보 전략은 현실 위에 수립돼야 한다는 점에서 다행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에 한·미 정상회담에 이어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국가 정상들을 두루 만나 '한국 주도로 해결하겠다'는 것을 강조했다. 베를린에서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며 북을 향해 평화협정 체결과 정상회담을 제안했다. 지난 3일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에도 "(남북 관계) 운전석에 앉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국 '힘의 한계'를 절감했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은 선거 때 "우리가 문제의 당사자이고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등 이웃 나라에만 맡겨둘 수 없다" 같은 말을 계속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 균형자론' 등 환상에 가까운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은 취임 후, 특히 북이 지난 4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미사일 발사 시험을 강행한 뒤엔 이전과 상당히 달라지고 있다. 4일 당일에는 "북이 한·미가 정한 레드라인을 넘어설 경우 우리가 어떻게 대응할지 알 수 없다"고 했다. 며칠 전 독일에서 열린 한·미·일 3국 정상회담에서는 처음으로 '3국 안보 협력'에 합의했고, 시진핑 중국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통령 인식이 현실과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힘이 모자라는 나라는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살펴야 하고 무엇보다 지혜로워야 한다. 지혜는 일의 선후(先後)와 경중(輕重)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느 것을 잃더라도 반드시 얻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결국 우리의 최우선순위는 한·미 동맹일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이만한 위치에 있는 것 역시 한·미 동맹이란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가진 힘을 극대화할 수 있는 장치가 바로 한·미 동맹이다.

      북은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앞에서는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 왔다. 북은 머지않아 핵무기 능력을 더 고도화하고 명실상부한 ICBM을 보유하게 될 것이다. 이 상황이 문 대통령이 말한 레드라인(금지선)이다. 우리의 힘과 그 한계에 대한 냉정한 인식을 갖고 다가오는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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