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 칼럼] "퇴임 후 3년간 교회 근처로는 발길 끊겠습니다"

    입력 : 2017.07.12 03:14

    올 연말 퇴임하는 이춘수 목사, 개신교 신문에 목사 초빙 광고
    "후임에 짐 되지 않겠다" 다짐… 내려놓기 실천… 아름다운 퇴장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저는 12월 첫 주 은퇴 예배드리고 멀리 이사하겠습니다. 최소 3년은 교회 근처에도 오지 않겠으며 공적으로 성도(聖徒) 그 누구도 만나지 않겠습니다. 후임 목사님이 목회에 잘 뿌리 내리시고 마음껏 주의 사역 감당하시도록 기도만 하겠습니다."

    두 달 전 개신교 주간지 '기독공보'에 이색 광고가 실렸다. 평택 동산교회가 낸 담임목사 청빙(초빙) 광고다. 보통 담임목사 청빙 광고는 자격 요건과 신청 마감 정도만 간략히 알린다. 그런데 평택 동산교회 광고는 이춘수(65) 담임목사의 특별한 '스토리'가 담긴 편지였다.

    "33년 전 부임 당시는 '피난민촌 교회'라는 별칭으로, 살아 있는 사람 집보다 죽은 이의 유택(幽宅)이 많았던 공동묘지 마을. 그래도 교회를 사랑하고 목사를 마음 다해 섬겨주신 성도들의 헌신으로 이제 동산교회는 경기 남부 지역에 아름다운 교회로 든든히 서게 되었습니다."

    광고를 통해 '교회 가계부'도 공개했다. '2017년 4월 현재 재적 인원 3511명, 매주일 출석 성도 1500여명, 교회학교 850명(교회학교 교사 217명 포함), 2017년 예산 23억원….' 이어 "예배당과 사회봉사관, 선교교육관이 구비되어 있으며 교회 주변(차로 5분 거리)에 미래 사역 위한 3000평 부지(꿈의 동산)를 구입해 두었습니다. 교회 부채는 전혀 없으며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2016년 좋은 교회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라고 적었다. 광고 문구처럼 평택 동산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경기 남부 지역의 대표적 교회 중 하나로 꼽힌다. 미자립 교회를 돕고, 통일에 대비해 선교 기금을 모으고, 필리핀의 한국인 혼혈아(코피노)에게 장학금을 보내는 등 선행으로도 칭송받고 있다. 이 목사는 교단 정년(70세)보다 5년 앞당겨 은퇴한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는 광고였다. 어느 조직이나 리더십 교체는 위기와 기회의 양면을 갖고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다. 교인들에게 은퇴하는 목회자는 '편한 옷' 같은 존재다. 새 옷은 왠지 어색하고 불편해서 자꾸 편한 옷을 찾기 쉽다. 목회 기간이 길수록, 재임 시절 교인이 크게 늘어난 '부흥'이 일어났다면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전임자와 후임자 사이에 갈등과 균열이 생기곤 한다. 이의용 교회문화연구소장(국민대 교수)이 최근 '후임자 청빙 오고(五考)'라는 글에서 마지막으로 '전임자의 아름다운 퇴장'을 꼽은 것도 이런 문제 때문이다.

    이춘수 목사가 염려한 것도 바로 전·후임 갈등이었다. 이 목사는 전화 통화에서 "당연한 일이고 목회자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이 내려놓기 제일 좋은 때"라고 했다. 교회도 두 차례에 걸쳐 예배당을 신축할 정도로 은혜롭게 성장했고, 교인들과의 관계도 좋은 이때 그는 "스스로 짐이 되지 말자"고 결심했다고 했다. "성도님들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하지요. 제가 주례를 선 교인이 아이를 낳고 그 아이들이 성장해 다시 결혼식 주례를 서고 있습니다. 문제가 생기면 교인들은 당장 저를 찾아오고 싶어하겠지요. 그걸 피하려고요. 구멍가게도 3년은 지나야 자리를 잡는다고 하지 않습니까. 후임 목사님이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잘 섬길 수 있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지요."

    이 목사는 "노욕(老慾)을 스스로 예방하기 위한 것"이라고도 했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섭섭해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그런 서운함이 생기기 전에 내려놓는 게 낫다고 생각했지요." 그래서 아예 광고를 통해 스스로 대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은퇴 후엔 그동안 도와온 지방의 후배 목회자들을 찾아다니며 함께 주일 예배 드리고, 손잡아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식사 대접하면서 지낼 계획이라고 했다. 그러다 보면 3년이 넘을 수도 있다고 했다.

    흔히 '버리고 떠나기' '내려놓기'를 이야기하지만 실천은 어렵다. 전화 통화에서 이춘수 목사는 거듭 "당연한 일이다. 특별하지 않다"고 했다. '특별하지 않다'는 그의 말이 특별하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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