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이던 K바둑을 인수, 바둑TV와 본격 경쟁을 선언한 SG그룹 이의범 회장. 그는 “교육에 치중하면서 한국 바둑의 글로벌화에 최대한 힘을 보태겠다”고 했다.

사실상 바둑TV 독점 체재였던 바둑 전문채널 시장에 전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세계물산 등 12개 기업을 거느린 SG그룹 이의범(53) 회장이 군소 채널인 K바둑(한국바둑방송) 인수와 함께 본격 경쟁을 선언하고 나섰기 때문. K바둑은 판교에 스튜디오가 완성되는 9월을 '제2 개국' 시점으로 잡고 다양한 행사를 계획 중이다. 전국바둑생활체육협회장과 대한바둑협회 부회장을 거쳐 6년째 한국기원 이사로 활동 중인 이 회장을 지난 7일 만났다. 그는 현재 SG페어바둑최강전과 직장인 바둑대회 스폰서이자 여자바둑리그 SG골프팀 구단주이기도 하다.

―K바둑을 인수하게 된 동기는.

"독점 공급 체제에선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미미하게 마련이다. 과거의 K바둑은 바둑TV의 4분의 1 정도 규모였고, 이런 구도 탓에 바둑 시청자들은 어느 쪽에서도 양질의 프로그램을 공급받지 못했다. 복수(複數) 전문 채널이 경쟁하면서 시청자들을 만족시키고 있는 골프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둑TV는 한국기원 산하 조직이다. 한국기원 이사 신분으로 바둑TV와 경쟁하는 모양새가 어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단법인체인 한국기원이 영리 사업을 하는 것이 옳으냐부터 따져봐야 한다. 방송 부문은 따로 떼내 주식회사 형태로 운영하는 게 맞는다. KBO나 KLPGA가 야구, 골프 채널을 보유하고 영리를 추구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양재호 전 한국기원 사무총장과 김효정 전 기사회장도 나와 뜻을 같이하고 한배를 탔다. 두 분은 한국기원 이사직을 곧 사직한다고 한다."

―어떤 채널을 만들 생각인가.

"K바둑은 바둑 교육방송을 지향한다. 한국기원의 첫째 임무는 바둑 인구 저변 확대, 즉 보급인데 바둑TV의 기여가 충분하지 못했다고 본다. 우리가 그 보완재 역할을 하겠다. 국제대회서 중국에 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국제 경쟁력 제고, 바둑 인구 확대 등 모든 과제의 출발은 어린이 및 성인 바둑 교육이다."

―바둑 시장이 옛날 같지 않다. 바둑TV는 광고 수주 부족으로 거의 수신료에만 의존하는 실정이고 매출도 급감했다. 두 채널이 공존할 수 있을까.

"K바둑을 인수해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적자를 면하는 선에서 최대한 투자하고 파이를 키우는 게 목표다. 수입이 생기면 반드시 보급을 위해 재투자하겠다."

―기전(棋戰) 수 부족 현상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만큼 심각하다. 혹시 K바둑 재개국 기념으로 기전 창설 계획은 없나

"3개의 신규 기전 출범을 준비 중이다. 국내외 프로·아마 오픈전인 SGM배, 한국리그에 빠진 기사들을 위한 프로암 대회인 신성건설배, 그리고 여류 아마추어 대회 등이다(이 경우 SG그룹이 후원하는 국내외 기전은 5개로 늘어난다). 기사들 일자리 확충 방안도 계속 고민 중이다."

―바둑에 남다른 투자와 관심을 보여왔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 바둑 실력은?

"사업을 하다 보면 사람을 판단하고 고용하는 게 가장 어려운데, 내 경험으로 바둑 두는 사람은 언제나 신뢰할 만했다. 나중에 돈을 벌면 바둑계를 위해 쓰겠다는 학생 때 생각을 조금이나마 실천해 기쁘다. 중 3 때 처음 바둑을 접했고 지금은 프로 고단진에게 4점으로 배운다."

―덧붙일 말이 있다면.

"한국기원이 바둑TV를 하루빨리 주식회사로 전환할 것을 촉구한다. 그 전까지는 우리를 선의의 경쟁 파트너로 인정하고 서로 페어플레이 정신으로 함께 노력하자고 제안하고 싶다. K바둑과 바둑TV는 갈등할 이유가 전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