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이 만난 사람] "내 장점은 남과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 통찰력이 살짝 있는 것"

    입력 : 2017.07.10 03:06

    ['1인 미디어의 최고 강자' 대도서관]

    "젠틀하고 재미있게 해보자… '유교 방송'이라는 놀림받아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금방은 좋아도 오래 못가"

    "세이클럽의 '성시경'이었고 목소리가 '송중기' 비슷해
    게임 진행 때는 '문명중기' 요즘은 '유튜브계 유재석'…"

    노랗게 머리 염색한 그는 훤칠한 체구에 건실해 보이는 이웃집 젊은이 같았는데, 인터뷰를 하려면 호칭 정리부터 하는 게 필요했다.

    대도서관은“제 지식은 이런저런 걸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도서관은“제 지식은 이런저런 걸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보식 기자
    ―당신을 어떻게 부를까요?

    "그냥 줄여서 '대도'라고 하시면 됩니다."

    안 줄이면 '대도서관'(본명은 나동현ㆍ39)이다. 대도서관은 한 인터넷 게임에 나오는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따왔다. 그는 '1인 미디어의 최고 강자' '유튜브계 유재석'으로 통하는 유명 인사라고 한다.

    대도서관 유튜브 영상의 정기 구독자는 154만명이다. 10만명 이상이 매일 그가 올린 영상을 찾아보고, 전체 월 조회 수는 1800만~2000만이다. 고졸(高卒) 출신인 그는 유튜브 광고 수입 3000여만원에다 외주 광고, 행사 MC, 강연, TV 출연 등으로 매달 6000만원 이상 번다. 개인이 기업체인 셈이다.

    하지만 중년의 나이 탓으로 핑계 댈 수 있겠지만, 내가 전혀 모르거나 관심 없었던 지하(地下) 세계였다. 이 때문에 그의 생활 공간 겸 작업실인 경기도 분당의 45평형 아파트로 가는 동안 '과연 이런 친구와 말은 통하겠나' 싶었다. 우리가 만난 시각은 오후 2시였다.

    ―대도씨는 올빼미처럼 낮에는 자고 밤에 활동하는 것 같은데, 혹시 지금 막 깼습니까?

    "밤 9시부터 새벽 1, 2시까지 컴퓨터 앞에서 1인 방송을 진행합니다. 유튜브라이브와 카카오TV에서 동시 중계되죠. 하지만 아침 8시에는 깹니다. 아주 피곤하면 낮잠을 좀 잡니다. 규칙적이고 성실한 게 중요하죠. 안 그러면 이런 세계에서 오래 가지 못합니다."

    ―1인 방송 진행자의 수입은 시청자가 쏘아주는 '별풍선'이라고 들었는데요?

    "아프리카TV는 '별풍선'이지만, 제 방송을 중계하는 카카오TV는 '쿠키', 유튜브라이브는 '슈퍼챗'이라는 이름을 쓰죠. 재미있는 것은 각국의 화폐가 들어온다는 점이죠. 세계에 흩어져 사는 해외 교민 시청자들이 엔화, 유로화, 미국 달러, 파운드화, 호주달러를 쏘지요. 하지만 저는 이들에게 '어차피 나는 기업 광고로 돈 버니까 슈퍼챗을 쏘지 말라'고 합니다."

    ―그게 무슨 뜻입니까?

    "세계 각 나라, 각 도시에서 내 유튜브 영상의 조회 수가 높으면 기업 광고가 붙습니다. 뉴욕의 경우 광고 단가는 우리나라보다 7~8배나 됩니다. 유튜브는 글로벌한 매체입니다. 저는 방 안에 앉아 외화벌이를 합니다."

    ―오기 전에 대도씨의 동영상을 보니 왜 '유튜브계의 유재석'인지 알겠더군요. 당초 방송국의 개그맨 공채에 응시해도 됐을 텐데요?

    "고교 재학 중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가정 형편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했어요. 그때는 제가 무얼 하고 싶은지 몰랐습니다. 제대한 뒤인 2002년 후배의 소개로 '세이클럽'에서 취미로 음악 방송 진행을 맡았어요. 목소리만 듣고는 '세이클럽의 성시경'이라는 말을 들었어요(웃음). 1년 동안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지만 저는 밥벌이를 구해야 했지요. 그 뒤 대성학원 계열의 인터넷 강의 관련 IT 업체에 들어갔어요."

    ―고졸인데 어떤 자격으로 입사했습니까?

    "처음엔 아르바이트로 들어갔어요. 직원들이 하는 콘텐츠 기획 업무가 너무 멋있게 보였어요. 그때 기본적인 영상 촬영, 편집 등을 배웠습니다. 그러다가 미디어팀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됐어요. 그 뒤에 SK커뮤니케이션즈로 옮겨 신규 사업 기획 파트에서 일했어요."

    ―그쪽은 대기업인데, 학벌 때문에 차별이나 불이익을 받지는 않았나요?

    "직장에서는 전혀 없었는데, 2009년 직장을 그만두고 제 사업을 하려니까 학력이 문제됐어요. 고졸이라 주위에서 신뢰를 못 받았어요."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뒀습니까?

    "주위에서는 말렸지만, 아무래도 제 자신을 '브랜드'로 만들어야 장래가 있을 걸로 봤어요. 그래서 '1인 미디어'에 발을 들여놓은 거죠. 당시 인터넷 방송은 저질 C급 문화로 취급받았어요. 욕설, 막말, 성적 농담은 기본이고 여성 진행자는 옷을 벗는 걸로 알려져 있었으니까요. 저는 젠틀하면서 재미있게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이 때문에 '유교 방송'이라는 놀림도 받았지요. 하지만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은 금방은 어떤지 몰라도 오래가지 못하죠."

    ―대도씨는 어떻게 그런 이치를 알았습니까?

    "남과 다르게 생각해보는 것, 통찰력이 살짝 있는 거죠(웃음)… 33세에 늦게 시작했고 사회를 알았으니까요."

    ―'다음 tv팟'에서 게임 방송으로 시작했지요?

    "제 게임 운영 실력은 일반인 클래스입니다. 프로게이머들이 나와 전문적인 공략법을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저는 실수하고 도전하고 시청자와 같이 극복하죠. 그 과정에서 제 나름의 허세를 방출하고 각종 광고 패러디, 스토리를 집어넣습니다. 게임을 소재로 한 재밌는 예능이죠."

    ―이런 입담과 스토리 텔링 능력은 타고난 것이겠지요?

    "원래 수다를 떨거나 다른 사람들을 재미있게 해주는 걸 좋아했습니다. 회사 다닐 때도 여직원들과 수다 떨기 위해 다녔으니까요. 스토리 텔링에 대해서는 대학 진학을 못 하고 입대하기 전까지 빈둥대면서 비디오 가게에서 2000원 내고 하루 종일 다섯 편씩 봤던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그때 본 영화 내용이 불현듯 떠올라 게임 진행에 써먹게 돼요."

    ―게임 진행 방송의 선두 주자라고 하더군요.

    "다음tv팟의 게임방 한정 인원이 1000명이었는데, 꽉 채운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요. 욕설 없이 재미있게 하니까 게임을 모르는 여성들도 많이 들어왔어요. 당시 진행한 게임이 '문명 V'였는데, 제 목소리가 송중기와 비슷해 '문명중기'로 불렸어요(웃음)."

    '1인 미디어의 최고 강자' 대도서관(오른쪽)
    ―송중기와 닮았다고?

    "그때는 컴퓨터에 카메라를 설치할 형편이 안 돼 제 얼굴이 노출 안 됐으니까요. '문명' 게임을 하는 제 목소리만 송중기였어요. 송중기도 뭐 지금처럼 유명했던 게 아니라 여자들한테만 인기가 있을 때였어요."

    ―인기만큼이나 수입도 있었겠군요.

    "당시 다음tv팟에는 수익 구조가 없었어요, 그전 직장에서 번 돈이 모두 떨어져 쌀 한 줌으로 미음을 끓여 사흘을 버틴 적이 있었어요. 직장 다닐 때 이미 어머니까지 돌아가셔서 저는 돌아갈 집이 없었어요."

    ―'세이클럽'에서처럼 수익 없이 또 취미 활동만 한 건가요?

    "수익은 없었으나 다들 재미있어하는 걸 보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어요. 큰물에서 놀고 싶어 당시 시청자들이 많이 몰렸던 아프리카TV로 2011년 옮겼어요. 내 게임방 1000명 중 절반이 따라왔어요."

    ―왜 이들은 TV 지상파나 케이블 채널 대신 대도씨가 진행하는 1인 방송을 볼까요?

    "1인 미디어의 매력은 시청자와 개별 접촉이 이뤄지는 거죠. 제가 게임 속 인물을 왼쪽으로 이동시키고 있으면, 채팅방에 들어온 시청자가 '오른쪽이 궁금해요. 오른쪽으로 가봐요'라고 해요. '그렇게 해볼까'라며 바꿉니다. 시청자는 그런 점에서 쾌감을 느끼는 거죠. 생방송 진행할 때마다 1만~2만명이 들어왔어요. TV에서는 그런 게 안 되잖아요."

    ―진행할 때 어떤 점에 가장 주의합니까?

    "어떤 사안에 대해 무작정 '저건 쓰레기야'라고 비하할 때 시청자 중 그 대상이 되는 사람이 꼭 있거든요. 그러면 상황이 커질 수 있어요. 어떤 게임에서 제가 상점 주인 역이었는데 상품을 집어 들고 달아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해 '아줌마, 아줌마 거기 서!'라고 코멘트했다가, 커뮤니티에서 여성 비하라고 갑론을박이 벌어졌어요. 그 뒤로는 '아줌마'가 아닌 '아주머니'라고 해요(웃음). 일부 진행자는 공격적인 악플 때문에 멘털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어요."

    ―대도씨의 아내도 '윰댕'이라는 이름으로 1인 방송을 진행한다면서요?

    "우리 부부는 같은 시간대에 가장 멀리 떨어진 방에서 각자 방송을 진행합니다. 제 아내는 어젯밤 '아무 맛 대잔치'라며 아이스크림을 간장에 찍어 먹는 장면을 보여주니, 시청자들이 아주 즐거워했어요. 이런 쓸데없는 걸 하는 것도 '1인 미디어'입니다. 우리 사회 기준에서 그동안 가치 없는 걸로 취급받던 콘텐츠가 소비됩니다. 게임, 엔터테인먼트, 뷰티, 음악, 요리, 키즈 등 각종 분야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해보는 겁니다. 자신의 취미가 수익이 되고 직업이 될 수가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물은 전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쏟아져 마치 백사장 모래 같은데, 어떻게 주목받을 수 있지요?

    "시청자들이 유튜브에서 대도서관이 허니버터칩을 먹는 장면을 봤다 하면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닙니다. '다른 사람은 허니버터칩을 어떻게 먹을까' 궁금해하며 관련 영상을 검색하게 됩니다. 색다른 기획과 편집 능력을 갖추고 연관되는 주제의 영상을 꾸준히 올리면 유튜브에서 성공할 수 있어요. 어느 순간 트렌드에 맞는 게 딱 걸리면 그전까지 영상이 다 소비되는 대박이 터질 수 있어요."

    ―대도씨는 날마다 방송 진행으로 쏟아내기만 하는데, 어떻게 써먹을 아이디어를 충전합니까?

    "저는 잡념이 많습니다. TV 예능 프로를 보면서 나라면 저걸 어떻게 만들었을까, 식당에서 음식 맛이 별로일 때는 나라면 어떻게 다르게 만들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책도 많이 사는 편입니다. 지금은 책 볼 시간이 많이 없지만 일단 사서 보관은 해놓지요. 저는 다양하게 알고 있지만 그 깊이는 손톱의 한끝밖에 안 돼요. 기획자는 굳이 깊이 알 필요는 없습니다. 더 깊이 알아야 할 때는 전문가를 부르면 되고, 저는 이런저런 걸 섞으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할 줄 아는 수준이면 되죠."

    CJ E&M은 대도서관과 같은 '유튜브 기획, 진행자'들과 파트너 계약을 하고 있다. 회사는 마케팅, 저작권 관리, 콘텐츠 유통 등을 지원하고, 이들이 유튜브에서 얻는 광고 수익을 나눈다. 현재 계약된 숫자만 1200팀. 이들의 상위 5%는 월 수익이 910만원 선이다. 이 중 '토이 몬스터'가 현재 1위다. 구독자 수는 약 431만명이고 월평균 2~3억명이 조회한다. 액체장난감 등 비(非)언어적 소재로 영·유아의 놀이 방법을 알려주기 때문에 99%가 해외에서 시청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파워풀한 세계의 존재를 몰랐으니 내게 '상식 없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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