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리포트] '자민당 반 토막'의 前兆들

    입력 : 2017.07.10 03:13

    김수혜 도쿄 특파원
    김수혜 도쿄 특파원
    지난 2일 자민당이 도쿄도의회 선거에서 창당 이래 최악의 참패를 한 뒤 자민당 중진 나카타니 겐(中谷元) 의원이 TV에 나와 일본 정국을 세 마디로 요약했다. "디스 이스 다이다게키(大打撃·대타격)."

    나카타니 의원이 말한 '디스(THIS)'는 영어 대명사가 아니라 아베 측근 4인방의 머리글자다. T부터 순서대로 아베 총리가 키운 도요다 마유코 의원, 총리의 오른팔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 총리가 총애하는 이나다 도모미 방위상, 정권의 대들보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을 가리킨다. 이 넷을 키우고 중용한 아베 총리가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였다. 나카타니 의원은 작년까지 아베 정권에서 방위상을 지냈다. 지금껏 아베 총리가 하는 일에 공개적으로 토를 단 일이 없다. 그런 사람까지 TV에 나와 총리 측근을 실명으로 거론할 만큼 요즘 일본 분위기는 심상치 않다.

    도요다 의원은 아베 총리가 발탁해 2012년 총선에 내보낸 일명 '아베 칠드런'이다. 도쿄대, 하버드대, 후생노동성 관료를 거쳐 38세에 국회의원, 41세에 문부성 정무관(차관급)이 됐다. 카메라 앞에선 교양 있는 엘리트지만, 카메라 없을 땐 열두 살 연상 비서관에게 "이 ○머리야! 너는 살 가치가 없어!" 같은 막말을 했다. 참다 못한 비서가 선거 열흘 전 녹음 파일을 폭로했다. 이 파일이 일본 사회에 '땅콩 회항'급 충격파를 몰고 왔다. 도요다 의원이 욕설에 가락을 붙여 "네 딸이 차에 치여 죽어도 '그럴 뜻 없었다' 소리나 하겠지~"라고 노래하는 대목이 특히 파장이 컸다.

    이나다 도모미 일본 방위상. /연합뉴스
    아베 칠드런의 갑질에 수많은 부동층이 '자민당 더 찍어주면 안 되겠다'고 등을 돌렸다. 안 그래도 사학 스캔들 때문에 여론이 부글부글 끓던 차였다. 총리 친구가 운영하는 사학법인에 수의학부 신설 허가를 내주라고 정권 핵심 인사들이 공무원들 팔을 비튼 게 사태의 핵심이다. "못하겠다는 이유를 적어내라"고 실무자들을 윽박지른 사람이 하기우다, 막상 들통나자 "압력 넣은 적 없다"고 시치미 뗀 사람이 스가였다.

    선거 닷새 전 이나다 방위상이 마지막 사고를 쳤다. 자민당 유세장에서 "자위대로서 한 표 부탁드린다"고 말한 것이다. 아무리 일본이 우경화했다지만 선거 때 자위대를 파는 건 금기 중의 금기다.

    그 결과가 '자민당 의석 반 토막'이다. 안 되는 걸 억지로 밀어붙이는 독선, 비판에 귀를 닫는 불통, 힘없는 사람을 막 다루는 교만이 참패를 불러왔다. 시사 주간지 아에라는 '총리와 자민당이 자폭했다'는 표현을 썼다.

    이번 일로 아베 총리의 발밑이 허물어질지, 특단의 조치로 다시 살아날지는 더 봐야 안다. 한국인에게 이 일이 주는 메시지는 다른 데 있다. 보수도, 진보도, 세상의 어떤 권력도 스스로 망하지 남 때문에 망하지 않더라는 간명한 깨달음이다. 국민은 잠시 맡겼을 뿐인데 자기가 영영 잡은 줄 알 때 독선, 교만, 불통이 시작된다. 자폭으로 가는 3종 세트다.

    [인물정보]
    아베가 만만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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