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불안한 메르켈… EU 자체 핵우산 만지작

    입력 : 2017.07.08 04:01

    [美가 방위비 분담 비판하며 EU 흔들자 '안보 홀로서기']

    - 美 전력 축소 땐 러 위협 노출
    '英이나 佛이 핵우산 제공하고 다른 나라가 재정 지원하는 방식'
    獨,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

    유럽이 전후 70여 년간 계속된 미국의 핵우산에서 벗어나 자체적인 핵우산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의 방위비 분담금 문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계속하면서 미국이 유사시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의회는 최근 미국 대신 영국이나 프랑스가 핵우산을 제공하고, 이에 대해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들이 재정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에 대해 법률적 검토 후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이번 법률 검토 보고서는 프랑스 등이 핵우산을 제공할 경우 독일이 재정 지원을 하는 것이 법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유럽연합(EU)도 일부 예산 규정을 바꾸면 가능할 것으로 봤다.

    보도에 따르면 독일 집권 여당인 기독민주당의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지난해 말 이 문제에 대한 법률 검토를 요청했고, 독일 의회의 법률 검토팀이 최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당시 키제베터 의원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유럽에서 미군 전력을 대폭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럽은 이제 독자적인 핵 억제 전략 마련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했다.

    현재 유럽 국가 중에선 프랑스가 300기, 영국이 215기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네덜란드·벨기에·이탈리아 등에는 미국의 전술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이 유럽에 배치된 전술 핵무기를 철수할 경우 프랑스와 영국을 제외한 나머지 유럽 국가는 당장 러시아 등의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영국의 한 외교 소식통은 "영국이 조만간 EU를 탈퇴할 것이기 때문에 핵 억제력에 관한 한 독일 등은 프랑스에 더욱 무게를 둘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유럽에선 영국·프랑스 등 기존 핵무기 보유국의 핵우산을 '빌리는' 차원을 넘어 다른 회원국들도 독자적으로 핵무기 개발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의 '안보 홀로서기' 움직임은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눈에 띄게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달 초 EU 집행위는 EU의 공동 군사장비 구입 및 기술 개발에 투입하겠다며 오는 2019년 5억유로(약 6500억원) 규모 유럽방위기금 설립을 승인했다. 독일 도이체벨레는 "이 금액은 2020년 두 배인 10억달러(약 1조3000억원)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했다. 지난 3월엔 아프리카·중동 등 역외에서 이뤄지는 EU의 군사 활동을 총괄하는 군 지휘부(MPCC) 창설 계획이 승인됐다.

    유럽의 독자적인 핵우산 방안이 현실적으론 구체화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뉴욕타임스는 "독일과 EU가 실제로 미국 대신 유럽의 독자적 핵우산을 도입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며 "이럴 경우 미국과 유럽이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널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7~8일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독일 함부르크를 방문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6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만나 '묵직한 악수'를 나눴다고 독일 DPA통신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미국을 방문한 메르켈 총리의 악수를 거부해 두 사람 간 불편한 관계를 그대로 노출했었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유럽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누그러뜨리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됐다. 트럼프는 지난 5일 폴란드에서 "서방세계가 미래에 살아남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다"며 유럽의 이민 정책 등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