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평화구상 밝히자… 獨전문가 "이 상황서 대화가 되나"

    입력 : 2017.07.07 03:06

    [한반도, 北 ICBM 격랑]
    베를린 연설… "흡수통일 등 어떤 인위적 통일 시도 않겠다"

    - "쉬운 일부터" 4가지 對北 제안
    "10월4일 추석때 이산가족 상봉, 평창올림픽에 北 참가해 달라"

    - 연설 앞부분엔 ICBM 규탄
    "계속 도발땐 北안전 보장 못해"

    - 국제사회 '군사 대응' 거론되는데…
    평화구상 적절한가 의문 제기돼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 정리 표

    문재인 대통령은 6일 독일 베를린에서 원고지 약 40장 분량의 대북(對北) 정책 구상을 밝혔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그 대신 국제사회가 북한 체제 안정을 보장해 주는 방식으로 한반도 평화 체제를 구축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문 대통령 연설 뒤 "특별할 것이 없다. 과거부터 해왔던 대화들이고 평소에 늘 해왔던 주장"이라고 말했듯이 이렇다 할 새 내용은 없었다. 그러나 당장 연설을 들은 독일 현지 전문가들로부터도 "북핵 도발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북한과 대화를 하기는 힘든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이 나왔다.

    문 대통령은 당초 북핵 동결과 그에 따른 단계적 보상 등 파격적 내용을 담은 대북 구상도 고려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북한의 계속된 도발 때문에 내용을 수정해 기본적인 5가지 원칙만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첫째 원칙으로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오직 평화"라며 "어떤 형태의 흡수 통일도 추진하지 않을 것이고 인위적인 통일을 추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로 "북한 핵의 완전한 폐기와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안보·경제적 우려 해소, 북·미 관계 및 북·일 관계 개선 등 한반도와 동북아의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해 나가겠다"며 "그러나 북한이 핵 도발을 전면 중단하고, 비핵화를 위한 양자 대화와 다자 대화에 나서야만 가능하다"고 했다. 셋째로 "(과거에 했던) 모든 남북 합의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승돼야 하는 한반도의 기본 자산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관련국이 참여하는 한반도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했다. 넷째로 "북핵 문제가 진전되고 적절한 여건이 조성되면 한반도의 경제 지도를 새롭게 그려 나가겠다"며 "남북을 경제벨트로 새롭게 잇고 … 끊겼던 남북 철도는 다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비정치적 교류 협력 사업은 정치·군사적 상황과 분리해 일관성을 갖고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수해 ▲감염병 ▲산림 병충해 등의 공동 협력을 예로 들었다.

    옛 베를린 시청에서 연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독일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자신의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했다.
    옛 베를린 시청에서 연설 - 문재인 대통령이 6일(현지 시각) 독일 구 베를린 시청 베어 홀에서 열린 쾨르버 재단 초청 연설에서 자신의 ‘베를린 구상’을 밝히고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에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담대한 여정을 시작하고자 한다”고 했다. /뉴시스

    이어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 쉬운 것부터 하자"며 4가지 대북 제안도 내놨다. 문 대통령은 첫째로 "남과 북은 (2007년) 10·4 선언에서 흩어진 가족과 친척들의 상봉을 확대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며 "이번 추석(10월 4일)에 이산가족 상봉에 성묘 방문까지 개최하자"며 "이를 논의하기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 개최를 희망한다"고 했다. 둘째로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선수단 참가를 제안하면서 "세계의 정상들이 함께 박수를 보내면서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시작을 함께 열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셋째로 "오는 7월 27일은 휴전 협정 64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이날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 행위를 중지한다면 남북 간의 긴장을 완화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적대 행위'에 어떤 행위가 포함되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문 대통령은 "여건이 갖춰지고 한반도의 긴장과 대치 국면을 전환시킬 계기가 된다면 언제 어디서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 대해선 "국제사회에서 '군사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에 적절한 제안이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당장 연설 현장에 있던 쾨르버재단 관계자들은 문 대통령에게 "(북한 도발로) 대화를 시작하기도 전에 대화를 못 하는 상황 아닌가", "북이 (추가) 군사적 도발을 하는 것 아니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ICBM 발사로 달라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국제사회는 강도 높은 제재를 통해 북의 핵 도발을 멈추고 북핵 폐기를 논의하기 위한 협상 테이블로 이끌어내야 한다"면서도 "궁극적 해법은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평화적 방법이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분위기를 의식해서인지 연설 앞부분은 북한의 ICBM 발사에 대한 규탄과 도발 중단 요구에 할애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지와 협력을 받을 수 있도록 앞장서서 돕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또 "북한이 핵 도발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더욱 강한 제재와 압박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북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평화'와 '대화'를 강조하는 연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묻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현지 청와대 관계자는 "당장 어떤 성과로 이어지기 힘든 상황이란 걸 우리도 안다"며 "그러나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가 어디인지 추상적으로라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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