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편지] 우리는 '내 고향 물 해설가'입니다

  • 유수용 수필가·내 고향 물 해설가

    입력 : 2017.07.07 03:11

    유수용 수필가·내 고향 물 해설가
    유수용 수필가·내 고향 물 해설가

    '내 고향 물 해설가'를 아시나요? 처음 들어보시지요? '물을 해설한다'는 건 무슨 소리고, '내 고향'은 또 뭐냐고들 묻습니다.

    우리나라는 80%가 농촌입니다. 농촌의 물은 도시의 물과 다릅니다. 특히 농사에서 그 소중함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내가 사는 고장의 물의 근원과 중요성을 알려주는 사람이 '내 고향 물 해설가'입니다. 내 마을의 물을 중심으로 그 흐름과 역사와 이치를 배웁니다. 예를 들면 '물 저금통'인 저수지를 놓고 어디 어디에서 흘러와 모인 것인지, 이것이 우리 고장과 환경을 어떻게 살려주는지를 이야기해 줍니다. 그 물길 주변에 사는 생명들도 알아보고, 무엇 하나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4년 전 농어촌공사에서 '내 고향 물 해설가'를 처음 모집했습니다. 마을 사무장, 그냥 주민, 공사 직원 등 다양한 사람이 선발됐습니다. 작년에는 2기도 선발돼 현재 전국적으로 각 지사 중심으로 40여 명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교육 대상은 주로 학생과 주민입니다. 하늘에서 비가 오면 산의 계곡을 거쳐 마을 저수지로 모이고, 이것이 수로를 따라 논으로 들어가고, 넘치면 냇물로 합류해 송사리·미꾸라지·버들·부들·억새 같은 다양한 생물을 살려가는 생태에 관해서 말합니다. 우리가 마시고 농사짓고 고기 잡는 이 물을 왜 소중히 해야 하는지, 물이 왜 생명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물은 이제 더 이상 '공기 같이 흔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맑은 공기도 이제 더 이상 물처럼 흔하지는 않습니다. 우물물을, 수돗물을 그냥 먹어도 아무렇지 않던 시절은 지나고 물을 사 먹는 시대가 됐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한참 전부터 물 부족 국가입니다. 올해도 길고 긴 가뭄에 전 국토, 전 국민이 고생했습니다.

    제가 사는 경기도 안성도 저수지들이 온통 바닥을 드러내고, 바싹바싹 말라가는 논과 밭을 보며 농심은 타들어갔습니다. 국무총리가 민생 행보차 찾아와 심각한 표정으로 둘러보고 갔을 정도입니다. 편안할 안(安) 자가 들어간 고장은 자연재해가 없는 곳인 줄 알았는데 중부 지방의 대표적 피해 지역이라니 자부심에도 상처를 받았습니다. 최근 장마철은 왔지만 이번에는 강우 분포가 고르지 않아 지금도 전남과 경북 지방은 '마른장마'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안성에 있는 한 저수지 모습. /조선일보 DB
    이럴수록 물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세심한 관리가 절실합니다. 함부로 오염시키지 않도록 더 조심하고, 물 부족 현상이 최소화되도록 치산치수에 더 노력해야 합니다. 수십 년 후 후손들은 물 때문에 우리를 원망할지 모릅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학생들의 눈이 반짝이는 것을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노자(老子)는 '도덕경'에서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다"면서 인격 수양의 근본을 물이 가진 일곱 덕목에서 찾자고 했습니다. 낮은 곳으로 가는 '겸손', 막히면 돌아가는 '지혜', 구정물까지 받아주는 '포용', 어떤 그릇에도 담기는 '융통', 바위도 뚫는 '끈기', 폭포처럼 투신하는 '용기', 결국은 바다를 이루는 '대의'입니다. 이 얘기에도 다들 고개를 끄덕입니다. 댐과 보(洑)를 만들고, 제방을 쌓고 저수지를 늘리는 일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물 교육 역시 중요합니다. 물을 기준으로 내 고장을 보면 지리와 현실이 훨씬 입체적으로 이해됩니다. 고령화, 초고령화로 치닫는 농촌 현실에 활력을 불어넣을 내 고향 젊은이들이 살아갈 터를 다지는 일에도 물에 대한 이해는 중요합니다.

    도시 생활을 접고 고향에 돌아와 산 지 15년이 넘었습니다. 무언가 내 고장에 도움 될 일을 하고 싶어서 제법 많은 교육에 참여하고 수료증과 자격증을 받았습니다. 그중 가장 잘한 일이 '내 고향 물 해설가'가 된 일 같습니다. 고향을 더 깊이 알고 사랑하게 하고, 자연과 환경 살리기의 소중함을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