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더맨과 하이파이브 했어요"

    입력 : 2017.07.04 03:05

    소아 조로증 앓는 홍원기군, 방한한 주연 배우 톰 홀랜드 만나
    "진짜 만나다니 꿈만 같아요"

    "우와, 진짜 스파이더맨이다."

    지난 2일 서울 영등포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의 한 행사장. 안으로 들어서던 홍원기(11)군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5일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스파이더맨으로 나오는 배우 톰 홀랜드(21)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감탄사를 연신 터뜨리는 홍군에게 홀랜드가 손을 내밀어 '하이파이브'를 했다. 홀랜드가 "스파이더맨이 그렇게 좋아?"라고 물었다. 홍군과 아버지 홍성원(40)씨가 몸으로 답했다. 평소 집에서 하듯 아버지가 홍군을 번쩍 들어 벽을 타고 오르게 하고, 땅에 내려온 다음 영화 속 스파이더맨 같은 자세를 취한 것이다. 홀랜드는 신기하다는 듯 웃으며 "진짜 스파이더맨 같다. 한 번 더 해달라"고 했다.

    영화‘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감독 존 와츠와 배우 톰 홀랜드, 홍원기군, 배우 제이컵 배덜런(왼쪽부터).
    영화‘스파이더맨: 홈커밍’의 감독 존 와츠와 배우 톰 홀랜드, 홍원기군, 배우 제이컵 배덜런(왼쪽부터). /홍성원씨 제공
    이 자리는 희귀병 '소아 조로증'을 앓는 홍군을 위한 비공개 팬 미팅이었다. 홍군 가족은 홀랜드와 영화감독 존 와츠, 배우 제이컵 배덜런 등과 20분간 시간을 함께 보냈다. 홍군은 홀랜드에게 스파이더맨 옷을 입은 자신이 그려진 티셔츠를 선물했다. 홀랜드는 홍군에게 사인을 해주며 '큰 사랑을 담아(Lots of love)'라고 썼다. 홍군은 "여태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제일 반가웠어요"라며 "2탄이 개봉할 때도 꼭 만나고 싶다"며 웃었다.

    홍군의 신체 나이는 75세에 달한다. 남들보다 7배 정도 빠르게 노화(老化)가 진행되는 희귀병 '소아 조로증'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일한 환자다. 스무 살까지도 살기 어려운 병으로 아직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가족은 2014년 미국 보스턴 조로증 연구센터의 치료약 임상시험에 참가해 희망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뚜렷한 효과는 없었고 구토 등 후유증은 심각했다. 더는 아들의 고통을 지켜볼 수 없었던 가족은 일주일 만에 약을 끊었다.

    홍군은 어릴 적부터 동경한 영웅 '스파이더맨'을 만나는 게 꿈이었다. 홍씨는 "아들이 늘 튼튼한 몸으로 정의를 이루는 수퍼 히어로들을 동경했다"고 말했다. 이 소식을 접한 온라인 기부 플랫폼 '쉐어앤케어'는 지난달 중순 '스파이더맨이 되고 싶은 원기의 꿈'이라는 캠페인을 통해 "원기가 스파이더맨을 만나게 도와 달라"고 했다. 네티즌 수천명이 앞다퉈 소셜미디어에 공유했다. 지난달 17일 '스파이더맨' 배급사인 소니픽처스가 "꼭 꿈이 이뤄지게 돕고 싶다"고 연락하면서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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