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조선] 文 대통령이 송영무 지명을 고수한 이유

    입력 : 2017.07.02 06:54

    지난 6월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 /뉴시스
    “존경하는 김학용 의원님, 음주운전 문제 제기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 6월 28일 열린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자유한국당 김학용 의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김 의원은 송 후보자의 중령 시절 음주운전 문제를 제기하는 등 청문회를 앞두고 송 후보자에 대한 의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져 ‘송영무 저격수’로 부상했었다. 때문에 송 후보자의 이런 언급은 의례적이라 하더라도 다소 뜻밖으로 받아들여졌다.

    이날 청문회에서 가장 논란이 된 것도 음주운전 문제였다. 음주운전은 송 후보자가 경남 진해 해군작전사령부에서 복무하던 1991년 3월 25일 발생했다. 당시 한·미 연합 팀스피리트 훈련 기간 중이었지만 부하들과 회식을 한 뒤 만취 상태로 진해 시내에서 운전을 하다가 진해경찰서에 적발됐다. 송 후보자 측은 “팀스피리트 훈련이 끝난 날 부하들에게 격려 회식을 한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당시 송 후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1%였다. 면허취소와 함께 당시 도로교통법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는 수치다. 하지만 송 후보자는 당시 면허취소는 물론 군 당국의 어떤 처벌이나 징계도 받지 않았고 관련 서류도 남아 있지 않다. 야당 의원들은 “하늘이 돕지 않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는 말이냐”며 은폐 의혹을 제기했지만, 송 후보자는 “왜 그렇게 됐는지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며 은폐 의혹을 부인했다.

    청문회가 끝난 뒤 송 후보자에 대한 여야 간 견해가 엇갈려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은 6월 29일 오후까지도 이뤄지지 못했다. 여당은 “송 후보자는 일부 흠결이 있기는 하지만 시급한 국방개혁의 적임자로 판단된다”는 입장인 반면, 청문회 전부터 송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주장해온 야당은 ‘부적격’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아예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혀 6월 29일로 예정됐던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도 열리지 않았다. 이제 공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넘어가 문 대통령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처럼 임명을 강행할 것이냐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다.

    송 후보자는 청문회 이전에 로펌에서의 월 3000만원, 총 10억원의 고액 자문료와 방산업체 자문역, 네 차례의 위장전입, 고액 자문료 논란에 대한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가 있다”는 부적절한 해명, 군납 비리 수사 중단 의혹 등 의혹이 잇따라 제기돼 낙마 가능성이 제기됐었다. 특히 청문회 전날인 6월 27일 음주운전 문제가 불거져 ‘치명상’을 입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6월 27일 오후 ‘청와대가 송 후보자 지명을 철회하고 정승조 예비역 대장(육사 32기)을 새 후보로 지명하는 발표를 할 것’이란 ‘지라시’가 돌기도 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지라시’ 내용을 부인하며 청문회가 끝난 6월 29일 오후까지 송 후보자 지지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거의 모든 신문이 사설에서 송 후보자에 대해 비판적으로 다루고 시중 여론도 좋지 않은 것에 비춰 보면 의외라는 반응들도 나온다.

    그 배경에 대해 군내에선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본다. 우선 문 대통령이 국방개혁을 믿고 맡길 국방장관 후보자는 송 후보자만 한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찌감치 문재인 대통령의 군사 분야 핵심 브레인 역할을 해와 유력한 국방장관 후보로 거론됐었다. 2008년 전역한 지 4년 만인 2012년 문재인 대통령 지지단체인 ‘담쟁이포럼’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이번 대선에선 문재인 캠프 국방안보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국방·안보 분야 공약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합참 전략기획본부장(중장)을 지내며 ‘국방개혁 2020’ 수립과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도 그의 발탁에 영향을 끼쳤다.

    그와 관련된 의혹 중 로펌 고액 자문료 등은 이미 청와대 검증과정에서 논란이 됐었고, 한때 전직 공군참모총장 등이 유력한 국방장관 ‘대타’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송 후보자가 지명된 것은 문 대통령의 국방개혁에 대한 의지와 개인적 인연 등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군의 주류인 육군 출신을 장관으로 임명해서는 국방개혁이 제대로 될 수 없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송 후보자 지명 강행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기무사, 의혹 제보자 색출 나서
    송 후보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의 국방개혁 방향에 대해 “북한과 동북아에서의 새로운 안보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군을 재창설한다는 차원과, 전작권을 환수해 군사주권을 확보한다는 차원 등 두 가지 명제를 갖고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젊은이들이 가고 싶어하는 군 문화 창조, 한·미 동맹의 상호보완적 발전, 여군 확대, 방위산업 육성 등 6대 개혁과제도 제시했다.

    두 번째로는 송 후보자 관련 의혹들의 상당수는 군내 반개혁 세력 등의 조직적 음해 또는 저항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는 청와대의 시각이 거론된다. 청문회 전날 제기된 음주운전 의혹이 대표적이다. 26년 전 벌어졌던 사안으로 경찰은 물론 기무사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한다. 극소수 관계자만이 알고 있던 사안이 정치권에 제보가 된 것이다. 일각에선 송 후보자가 총장 시절 개혁 대상으로 삼아 불이익을 받았던 일부 ‘집단’이 제보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음주운전 문제가 불거진 직후 ‘청와대 송영무 지명 철회, 후임 정승조 내정’이란 ‘지라시’가 돌았던 것도 청와대를 더욱 자극했다는 후문이다. 한 소식통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일련의 움직임이 송 후보자에 대한 군내 반개혁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자 음해, 나아가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군 통수권에 대한 도전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무사가 송 후보자 의혹 제보자 색출에 나선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런 맥락이라는 얘기다.

    군 일각에선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송 후보자에 대해 정치권과 언론의 무리한 의혹 제기도 많았다며 동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위장전입을 네 차례 한 데는 췌장암으로 투병했던 아버지, ‘신경아세포종’이라는 암과 싸웠던 둘째 딸 등과 관련된 아픈 가족사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딸이 10년간 휴가를 470일이나 사용했다는 의혹도 두 번의 출산휴가와 병가, 연차 등을 합친 것으로 특혜가 아니라는 것이다. 송 후보자의 선친은 투병 끝에 1989년 작고했고, 둘째 딸은 16살 되던 해인 1995년 8년간의 투병생활 끝에 숨졌다.

    야당이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송 후보자 임명 강행 여부는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한 뒤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내에선 문 대통령이 결정적인 추가 악재가 돌출되지 않는 한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소식통은 “송 후보자의 권위와 신뢰가 많이 손상됐기 때문에 장관에 임명되더라도 군 장악이 쉽지 않을 수 있으며 리더십 회복을 위해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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