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부산 시민공원에서 인도 해군이 단체로 요가를?

    입력 : 2017.07.01 03:01

    부산 찾는 각국 해군함정

    태평양 인접, 접근성 좋고 쇼핑·관광명소 많아 인기
    美·러·중·터키·칠레… 연인원 1만명 이상 찾아

    선상 공식 만찬장이 '주량 대결장' 되기도
    러시아 해군은 보드카, 中해군은 고량주 권해

    지난 4월 부산 국제시장 입구에 관광버스 5대가 섰다. 쑥색 또는 군청색 군복을 입은 외국군 200여 명이 차에서 내리더니 시장으로 흩어졌다. 러시아 해군 장교와 병사들이었다. 한국·러시아 해군 교류를 위해 러시아 유도탄 순양함인 바랴크함(1만1000t급)과 군수지원함 페첸가함(1만1000t급)이 4월 12일 2박3일 일정으로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 왔는데, 승조원들이 부산 시내로 외출을 나온 것이다. 이들은 자갈치시장과 동부산 아웃렛을 돌며 쇼핑하고, 러시아 선원들이 즐겨 찾는 텍사스 거리에서 고향 음식을 먹고, 2005년 APEC 정상회의 때 푸틴 대통령이 연설했던 누리마루 APEC 하우스도 방문했다. 당시 관광 가이드를 했던 김성건(27)씨는 "러시아 해군이 '마치 블라디보스토크 항에 온 것 같다'면서 좋아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해군뿐만 아니다. 최근 2년간 미국, 중국, 프랑스, 인도, 호주, 터키, 싱가포르, 칠레, 뉴질랜드, 캐나다 해군 함정이 부산을 방문했다. 연인원 1만명 이상이다. 정진섭 해군작전사령관(중장)은 "우리나라에서 부산처럼 다양한 국적의 군인이 많이 방문하는 도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군 함정은 원양 훈련이나 다른 나라와 함께 실시하는 연합 훈련을 할 때 외국 항구를 방문해 군사 외교를 하고 연료와 물, 식자재 등을 산다. 오랜 항해로 지친 승조원도 육상 관광을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외국 해군에게 부산은 한국에서 최적의 방문 장소로 꼽힌다고 한다. 부산은 태평양과 인접해 접근성이 좋고,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쇼핑·관광할 곳이 많고, 해군작전사령부는 항공모함까지 정박할 수 있는 부두 시설을 갖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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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해군 병사가 4월 부산 해운대구 영광재활원에서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왼쪽). 캐나다 해군이 지난달 부산 해군작전사령부에서 한국 해군과 함께 기지 방호 훈련을 하고 있다. / 해군작전사령부
    황선우 해군 작전사령부 계획참모처장(대령)은 "우리 해군과 외국 해군 간 자존심 대결도 치열하다"고 했다. 러시아함 2척(각 7000t급)은 지난 1월 부산을 찾았다. 해군은 외국 함정이 입항할 경우 우리 함정 중 한 척을 '호스트함'으로 정해 손님 대접을 하는데, 당시 호위함인 강원함(2500t급)이 그 역할을 맡았다. 양국 함정 승조원은 친선 축구 경기를 했는데 우리 해군이 1대10으로 졌다. 이후 줄다리기 시합에서도 0대2로 패했다. 해군 관계자는 "우리 강원함이 러시아 배보다 작고 승조원도 적어 선수 선발에 애를 먹었고 마침 겨울이어서 추위에 강한 러시아군이 유리한 점도 있었지만 창피했던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이후 해군은 4월로 예정된 러시아함 방문 일정에 맞춰 미리 대표 선수를 선발해 맹훈련을 실시했다고 한다. 4월 부산을 찾은 러시아 해군은 기다렸다는 듯 축구 경기 제안에 응했다. 결과는 11대1로 한국 해군 승리였다. 이어 줄다리기에서도 2대0으로 한국 해군이 이겼다. 배에서 열리는 공식 만찬장은 각 군의 주량을 겨루는 자리가 되기도 한다. 해군 관계자는 "축구와 줄다리기에 패한 러시아군은 알코올 도수 40도인 보드카를 계속 권했다"며 "중국 해군도 50도가 넘는 고량주를 한 번에 8~9잔 권하기도 했다"고 했다.

    각국 해군은 부산에 머물면서 관광을 하는 등 휴식하는데 그 방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외국 함정이 부산에 입항했을 때 에이전트(대리인) 업무를 하는 씨프렌드해운 이봉호 이사는 "인도 해군은 부산시민공원에서 단체로 요가를 즐겼고 터키 해군은 무슬림이 먹는 음식인 할랄 푸드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동방선박 최희곤 이사는 "6·25 때 UN군으로 참전했던 미국, 캐나다, 터키, 호주, 뉴질랜드 등 해군은 UN군 묘역이 있는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꼭 가서 참배한다"고 말했다. 부산을 가장 많이 방문하는 외국 해군은 역시 미국이다. 미 해군 함정은 주로 한·미 연합훈련에 즈음해 한국을 찾았는데, 방문 횟수와 기간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용산에 있던 주한 미 해군사령부도 작년 2월 부산 작전사령부 기지 안으로 이사했다. 주한 미 해군사령부에 있던 이순신 동상과 천안함 추모비도 함께 이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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