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29일(현지 시각) 홍콩 반환 20주년 기념식 참석을 위해 홍콩을 찾아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가 안정적으로 실현되도록 보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면적인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을 주장하는 대학생들이 시 주석 방문 전날 기습 시위를 벌이고, 범민주파 시민단체들도 30일과 7월 1일 시위를 예고하고 나서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역대 최고 수준의 삼엄한 경비 속에 이뤄졌다.

시진핑(가운데) 중국 국가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오른쪽) 여사가 29일 홍콩 국제공항에 도착해 친중파 홍콩 주민들의 환영을 받으며 미소 짓고 있다. 시 주석은 이날 홍콩 주권 반환 20주년(7월 1일) 기념식 참석을 위해 2박 3일 일정으로 홍콩을 찾았다. 시 주석의 홍콩 방문은 부주석 시절인 2008년 이후 9년 만이며,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이날 정오 부인 펑리위안(彭麗媛) 여사와 함께 전용기편으로 홍콩국제공항에 도착한 시 주석은 트랩을 내려온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9년 만에 홍콩을 방문해 기쁘다"면서 일국양제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시 주석이 홍콩을 찾은 건 국가 부주석이던 2008년이 마지막으로, 2013년 국가주석 취임 이후로는 처음이다. 4분여 회견이 끝나고 군악대 연주 속에 시 주석이 승용차에 오르는 찰나 한 기자가 "(간암 말기 판정을 받은 양심수) 류샤오보(劉曉波·61)에게 자유를 줄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나 승용차는 바로 떠나버렸다. 홍콩 명보는 "그 직후 한 요원이 질문한 기자에게 '시 주석이 질문을 못 들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1일까지 사흘간 홍콩에 머물면서 중국 인민해방군 홍콩 주둔 부대와 홍콩~중국 주하이(珠海)~마카오를 잇는 강주아오(港珠澳) 대교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하고, 캐리 람(林鄭月娥·59) 행정장관이 이끄는 새 홍콩 정부 출범식도 주관한다. 30일에는 홍콩 경찰과 청소년들의 교류 현장을 찾는 등 일국양제에 부정적인 홍콩 젊은층의 민심을 다잡는 행보도 펼칠 예정이다.

시 주석 일행의 숙소인 홍콩섬 완차이 르네상스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호텔, 20주년 기념식장인 홍콩 컨벤션센터 일대는 어른 키보다 높은 개당 2t짜리 바리케이드 300개로 완전 봉쇄됐다. 한 시민은 "10주년이었던 2007년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주석의 방문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했다. 홍콩 경찰은 경비견을 동원해 기자들 카메라와 배낭까지 하나하나 훑었다.

거리에 환영 인파는 없고 바리케이드만 깔려 - 29일 홍콩을 방문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 일행을 태운 차량들이 줄지어 달리고 있다. 도로 주변에는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

[시진핑 9년 만에 홍콩 방문]

["난 중국인"이라는 홍콩 청년 30%→3%]

주권 반환을 상징하는 골든 바우히니아(金紫荊·홍콩의 상징화) 광장은 폐쇄됐다. 이 광장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때 오성홍기가 게양되고 중국 정부가 선물한 골든 바우히니아 상이 세워진 곳이다. 하지만 전날 저녁 학생 시위대 20명이 기습 시위를 하다 체포되는 소동이 벌어지자 경찰은 아예 일반인 접근을 봉쇄해버렸다. 공항에서는 시 주석이 도착하기 전 안전요원들이 기자들 소지품 중 우산을 모조리 압수했다. 홍콩 경찰은 이날 전체 경찰 인력의 3분의 1이 넘는 1만1000명을 투입했고 헬기와 고속정까지 동원해 육해공 보안 작전을 펼쳤다.

홍콩 시내 곳곳에는 '시진핑 주석의 홍콩 시찰을 열렬히 환영한다'는 붉은색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방문' 대신 '시찰'이라고 한 대목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긴장한 분위기였다.

택시 기사 자우밍다(周明德)씨는 "홍콩 사람들은 시 주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길거리서 만난 백발 할아버지는 "일국양제 20년에 대한 젊은이들의 평가는 어떤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려던 젊은 손자를 극구 말리기도 했다.

홍콩의 미래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양극단으로 갈렸다. 시진핑 주석 환영 행사를 개최한 시민단체 신스롄(新社聯)의 찬핑(陳平·62) 회장은 "일국양제 이후 홍콩은 모든 면에서 영국 통치 때보다 좋아졌다"면서 "중국이 잘돼야 홍콩도 잘되는 법인데 시 주석이 이끄는 중국이 잘하고 있어 홍콩의 미래도 밝다"고 말했다.

청년층의 생각은 완전히 달랐다. 홍콩시립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직장을 구하고 있다는 총신이(莊善儀·24)씨는 "중국이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며 "홍콩의 모든 것이 대륙화되는 상황에서 20년, 30년 뒤 미래를 그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저임금 일자리는 넘치는데 홍콩 청년들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답답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