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토크] "단색화, 하얀 광목 위에 놓인 붉은 수 같은 것"

    입력 : 2017.06.29 14:43

    [아트클래스] 윤진섭 미술평론가에게 듣는 '단색화 이야기'

    작은 갤러리에서 무거운 작품을 관람하다 보면, 허전하다 못해 외롭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작품명 무제라는 라벨을 볼 때면 더욱 그렇다. 작품명처럼, 이내 머리 속도 무제가 된다.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라는데,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갤러리를 둘러보는 것은 좋아하지만, 여전히 미술이 막연하게 느껴진다면 아트 클래스에 관심을 가져보자. 클래스에서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미술 사조를 훑어보고, 현 미술 트렌드를 읽어내며, 갤러리 뒤편의 솔깃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 지식이 자양분처럼 깊게 뿌리를 내려 그림을 보는 눈을 키워주고, 재미를 알게 해줄 것이다. 6월 27일, 한국 미술계 거장 4인과 함께하는 '문화스쿨 IN ART CLASS'가 열린다. 첫 강의는 '단색화'라는 주제로 윤진섭 씨가 맡았다. 윤진섭 씨를 만나 이번 아트 클래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미술평론가 윤진섭씨.
    리안갤러리 서울에서 만난 미술평론가 윤진섭씨./안호성 C영상미디어 기자
    ―이번 클래스에서 '단색화와 한국 미술의 과제'라는 주제로 강의를 맡았다. 한국의 단색화를 세상에 처음 알린 이라던데, 자세히 이야기해달라.

    1990년대에 평론가로 활동하면서 단색화야말로 세계에 내놓을 만한 한국적인 작품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2000년 광주비엔날레 특별전 큐레이팅을 맡으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일본의 모노하(物派)와 한국의 단색화를 비교하는 전시였는데, 그때 'Dansaekhwa'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했고, 이후 국내외 미술관계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회자됐다.

    2012년, 초빙 큐레이터의 자격으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한국의 단색화' 전시를 다시 한 번 열었고, 그 전시를 통해 단색화는 대중적인 관심을 얻게 되었다. 단색화와의 오랜 인연만큼 나는 단색화 작품을 좋아한다. 내가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을 강의하게 되었다.

    ―국내외에서 한국의 단색화에 대한 이야기가 한창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단색화 애호가이자 미술 평론가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이 해외에서 회자된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프랑스 페로탱갤러리 같은 해외 갤러리 관계자들이 한글은 모르면서 '단색화'라는 단어는 정확하게 발음할 정도다. 2~3년 전부터 국제갤러리를 비롯해 몇몇 정상급 화랑들이 단색화 전시에 가세했고, 해외의 유명 화랑들이 기획전을 열면서 오늘날의 단색화 열풍이 만들어졌다. 다만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것을 우려하는 바다. 비평이나 미술사와 같은 학술적인 접근보다 작품의 가치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상업적 행위가 보인다. 이는 단색화를 세계 미술사 속에 편입시키려고 했던 애초의 목표를 상당히 훼손시킬 수 있는 부분이다.

    ―단색화의 미학을 무엇으로 보나.

    나의 단색화에 대한 단상은 하얀 광목에 먹색, 붉은색 수가 놓인 이불과 같은 것이다. 백색, 오방색 등 우리나라의 색감에 행위의 반복성을 통해 질감까지 더해져, 보면 볼수록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예술은 보편성을 지닌다. 해외 미술 관계자들도 단색화가 가지고 있는 이 미학적 우수성을 마음으로 느낀다. 전통을 베이스로 현대적인 미감을 내포한 단색화는 서구의 미니멀리즘이나 일본의 모노하와 완전히 다르다. 자연친화적이고 자기수행적인 작업의 산물이기 때문에 그런 포인트를 놓치지 않고 감상하면 좋겠다.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작가의 입장에서 사람들이 미술 작품을 어떻게 즐겼으면 좋겠나.

    1970년대 우리나라가 산업화되면서 주거양식이 아파트가 되지 않았나. 그때부터 동양화의 수요가 급락했고 단색화는 고정적인 팬층을 확보해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서양식 고급 레스토랑이 많아지면서 더욱 각광받았고. 나는 단색화 작가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단색화는 생활 속 예술로 즐기기에 참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바람직한 미술 컬렉터의 자세는 무엇인가?

    컬렉터는 끊임없이 공부해야 한다. 예술에 대한 조예를 높이고,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작가에 대해 호기심을 가져야 한다. 작가를 이해하는 것이 곧 작품을 이해하는 것이다. 많이 보고, 많이 느끼고, 많이 들어야 한다. 아트 클래스가 그러한 공부에 도움이 될 것이다.


    ☞ 윤진섭 미술평론가는

    홍익대 회화과 및 이 대학원 미학과를 졸업했다. 웨스턴 시드니대 철학박사, 제3회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 전시총감독, 한국미술평론가협회 회장, 시드니대학교 미술대학 명예교수, 국제미술평론가협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90여 회의 국내외 전시를 기획했으며 현재 프리랜서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이진우 2016년작 ‘무제’.
    이진우 2016년작 ‘무제’.
    김근태 2016년작 ‘적정’.
    김근태 2016년작 ‘적정’.
    문화스쿨 IN ART CLASS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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