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회·경제적 민주화 이룰 때"

    입력 : 2017.06.29 03:05

    6·29 선언 30주년 학술대회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미 달성"

    "1987년 6월 29일에 태어난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치에 대한 불신과 대중의 아노미(혼돈) 현상으로 위기를 겪었지만, 2016~2017년의 '촛불 혁명'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

    "민주주의가 발달한 사회일수록 정치에 대한 불신은 높아진다. '신뢰'와 '불신'의 구분을 선악(善惡) 구분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한국 민주주의는 헌정 체제 속에서 움직여 왔다."(김재한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학술대회 '6·29 민주화 선언과 한국민주주의'가 열렸다. 6·29 선언 30주년을 기념해 한국정당학회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부분은 오후의 라운드테이블이었다. 학자들은 지난 30년을 이어 온 한국 민주주의의 문제점과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28일 6·29 선언 30주년 학술대회의 토론자들. 왼쪽부터 하코다 데츠야(아사히신문), 임혁백(고려대), 필립 슈미터(유러피안대학연구소), 강원택(서울대), 송호근(서울대), 김재한(한림대).
    28일 6·29 선언 30주년 학술대회의 토론자들. 왼쪽부터 하코다 데츠야(아사히신문), 임혁백(고려대), 필립 슈미터(유러피안대학연구소), 강원택(서울대), 송호근(서울대), 김재한(한림대). /이태경 기자

    임혁백 교수는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필립 슈미터 유러피언대학연구소장의 분석틀을 한국 상황에서 재해석했다. "슈미터 교수는 현존 민주주의가 정치 불신과 아노미에 빠져 포퓰리즘 같은 병적 증상을 겪는다고 했는데, 실업과 양극화를 겪은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해졌던 한국 상황과 일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민주주의 절차에 따라 진행된 '촛불 혁명'으로 반전이 일어났고, 앞으로 '광장'과 '대의(代議)'가 결합된 민주주의의 실현이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김재한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 정치의 사이클(순환)은 10년 단위로 보수·진보 정권이 교차하고 대중의 욕구 분출을 집권층이 수용하는 등 어느 정도 낙관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진위(眞僞)와 선악이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닌데, 다수가 선이고 소수가 악이라는 거짓을 내세워 자신과 남을 구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송호근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그동안 새 정부가 들어서면 전 정부의 업적과 정당성을 총체적으로 부정했고, 초기에 전 계층을 상대로 높인 지지율이 5년 뒤에 곤두박질해 '지역 지지'로 회귀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고 지적했다. 송 교수는 "30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개혁의 상처를 입었지만 정치적 절차의 민주화는 이뤄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며 "이제는 개인적인 이익을 양보할 수 있는 시민성(市民性)의 함양과 소득 불평등 해소를 통해 사회 민주화, 경제 민주화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토론 사회를 맡은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6·29 선언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타협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이후 융합으로 나아가진 못했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게 정치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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