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에서 자취하던 대학생 김원종(27)씨는 자격증 학원에 다니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학원이 있는 서울 종로 인근 원룸은 한 달에 70만원. 서울에 머무는 동안 전남대 근처 월세 30만원짜리 방은 그냥 비워둬야 할 형편이었다. 조금이라도 비용을 아끼기 위해 학교 커뮤니티에 '두 달간 월 25만원에 방 빌려 드립니다'는 글을 올리자 금세 전화가 왔다. 5만원이라도 싼 방을 구하려는 학생이 연락한 것이다.
최근 방학을 맞아 대학가에서는 월세나 전세로 사는 방을 다시 세놓는 '전대(轉貸)'가 성행하고 있다. 방학 때는 자격증 공부나 기업의 인턴 채용에 합격한 대학생의 단기 임대 수요가 증가한다. 이들에게 어학연수나 고향 집에 돌아가는 대학생들이 한두 달씩 자신이 살던 방을 재임대하는 것이다. 실제 대학교 커뮤니티나 인터넷 부동산 카페에는 '2학기 개강 전까지 2~3개월 단기로 사실 분 구합니다' '6개월 정도 살 단기 원룸 구합니다' 등의 글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고 있다.
◇월세방 다시 세놓는 대학생들
전대는 월세·전세로 세들어 사는 원거주자가 조금 싼 월세로 자신의 방을 재임대하는 것이다. 원거주자는 전대로 방이 비는 기간 조금이라도 돈을 벌 수 있고, 전대 세입자는 값싼 월세에 방을 구할 수 있다.
대학생 김모(23)씨는 최근 대전시 중구 중촌동 근처에서 두 달간 머무를 '전대 원룸'을 찾고 있다. 한 대기업 인턴에 합격해 회사 근처에 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 30만원 수준. 하지만 대학생인 그에게 보증금 마련은 쉽지 않다. 그는 "보증금이 필요 없는 전대 월세 수요자가 많아 방을 구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대학가 전대가 성행하는 이유는 보증금과 월세 상승 등으로 주거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대의 월 실질 소비 지출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주거비(수도비 등 포함)'(18.9%)였다. 취업 포털 사이트 '알바몬'은 "혼자 사는 대학생들의 한 달 평균 주거비가 63만원에 달한다"는 설문 조사 결과를 지난 3월 발표했다.
집주인 허락 없이 방을 재임대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민법 629조 위반)이다. 전대 계약도 대부분 계약서 없이 구두로 이루어진다. 이 때문에 기물 파손이나 월세나 관리비 납부 등을 둘러싸고 당사자 간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경북대 인근에서 다른 학생의 월세 원룸을 빌려 살던 김동민(23)씨는 샤워 시설 고장 문제로 집주인과 크게 다퉜다. 김씨는 한 학생이 군 입대를 하며 내놓은 원룸을 6개월 동안 재임대해 살고 있었다. 샤워 시설은 김씨가 입주 전 이미 망가진 상태였다. 하지만 집주인은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물어내라"며 요구했다. 전대차 계약서가 없던 김씨는 꼼짝없이 돈을 물어냈다.
◇부동산 동아리 성행… 빚내서 투자도
주거비 부담의 쓴맛을 본 대학생들은 일찌감치 부동산 투자 공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회에 진출한 이후에도 집값 때문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 제대로 투자하는 법을 배우겠다는 것이다. 지난 3월 고려대에는 학내 최초로 'KREDIT'이라는 부동산학회가 생겼다. 부동산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아파트와 건물 투자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하고, 업계 전문가나 투자 경험자를 초빙해 강의를 듣기도 한다. 서울 내 여러 대학의 재테크·투자 동아리들도 증권이나 주식 투자 중심에서 벗어나 유튜브에서 부동산 투자 관련 동영상 강의를 듣고, 부동산 관련 서적을 나눠 읽는 식으로 부동산 스터디를 운영한다고 한다. 한 부동산 스터디에 참여 중인 대학생 김제호(27)씨는 "돈을 차곡차곡 모아 몇 년 안에 직접 부동산 투자를 할 생각으로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입 사원이나 사회 초년생들은 빚을 내면서까지 부동산 투자에 뛰어들기도 한다. 서울 한 중소기업에 다니는 최모(28)씨는 지난달 서울 성동구에 있는 6억원대 아파트를 샀다. 최씨는 부모님의 도움과 회사 신용기금 대출, 은행 대출 등 사용 가능한 자금을 모두 모아 부동산에 투자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지점에 문의해 보니 하루 30건 대출 상담 중 20·30대 회사원 상담이 10건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