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일본 도쿄(東京) 주오(中央)구 긴자(銀座)역 주변 미쓰코시 백화점. 쇼핑 후 물건 면세를 받으려는 중국인과 한국인 관광객 수십 명이 60㎡쯤 되는 면세 코너에 몰려 있었다. 한국인 김정민(27)씨는 "빨리 면세 혜택을 받은 뒤 다른 장소로 넘어가려고 했는데 줄이 길어 2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1시간 동안 면세 코너를 찾은 관광객만 300여 명. 중국인과 한국인이 3분의 2 정도였다.

26일 오후 일본 도쿄 주오구(中央) 긴자(銀座)역 인근 소형 면세점에서 중국인들이 쇼핑하고 있다. 관광버스 4대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 150여명이 면세점 안에 들어서자 금세 매장이 활기를 띠었다.

같은 날 오후 1시 30분 미쓰코시 백화점 인근에 있는 소형 면세점 앞에는 대형 관광버스 4대가 정차했다. 버스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 150여 명이 물밀듯이 면세점 안으로 돌격했다. 계산대 담당을 제외한 매장 직원 8명이 곧장 관광객들에게 붙어 분주하게 물건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드 특수 누리는 일본

[문대통령 "사드 환경영향평가, 철회 의미 아냐"]

[애틀랜타 주재 일본 총영사 "위안부는 매춘부"]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으로 지난 3월 15일부터 시작된 방한 단체관광 상품 전면 금지 조치가 지난 22일로 100일이 됐다. 그 기간 동안 국내 관광 시장은 집중 타격을 입은 반면 일본은 '사드 반사 특수(特需)'를 누리고 있다. 일본 정부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달 방일 외국인 관광객이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한 229만4700명으로 5월 기준으로 최고를 기록했다. 1~5월 누적 관광객도 1141만700명으로, 연간 기준 가장 빠른 속도로 1000만명을 넘어섰다. 국가별로는 한국인 관광객이 282만7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9%, 중국인 관광객은 269만45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 증가했다. 중국인은 한한령으로 한국 대신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발길을 돌렸고, 한국인들도 중국 여행을 상당수 포기하고 일본행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바람에 내수 부진으로 허덕이던 일본 유통업계도 되살아나고 있다. 일본백화점협회가 지난달 발표한 올해 4월 백화점 업계 매출은 4527억엔으로 전년 동월 대비 0.7% 증가하며 14개월 만에 플러스 성장으로 전환했다. 일본백화점협회 관계자는 "방일 외국인 소비가 전체 매출 신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도쿄뿐 아니라 매출 부진이 심각했던 지방 백화점도 밝은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같은 달 백화점 내 면세 매출도 221억6000만엔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현지 관광 가이드 백승대씨는 "올봄부터 밀려드는 한국인 관광객들로 최근 몇 달은 쉬는 날 없이 일한 것 같다"며 "가이드들끼리 좋은 호텔과 식당 잡는 일이 전쟁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 관광업계는 매출 절벽

그러는 동안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지난 4월 107만589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는데, 그중에서 중국 관광객이 가장 큰 폭인 60% 이상 감소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사드 보복 조치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빠지고, 일본인 관광객들도 한반도 정세 불안 등으로 오지 않으면서 한한령 기간인 올해 3~5월 관광업계가 매출 절벽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명동 중심가 화장품 매장들은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곳이 3곳 중 한 곳꼴이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 A씨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사라지면서 명동 상권이 죽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관광객 매출 기여도가 절반이 넘는 면세점 타격 역시 만만찮다. 롯데면세점은 지난 3월 15일 이후 매출이 25% 줄었다. 지난 21일에는 긴급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팀장급 간부 사원과 임원 전원의 연봉 10%를 자발적으로 반납하기로 했다.

국내 호텔업계의 피해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호텔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예약률이 전년 대비 30%가량 줄었다. 더플라자호텔도 중국인 관광객의 예약률이 15%에서 10%로 내려앉았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오는 8월까지 예약률이 0%인 곳도 많아 한한령으로 인한 피해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