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대선 직전인 지난 5월 초 "문재인 후보가 아들 준용씨 특혜 취업에 직접 개입했다"고 주장하며 폭로했던 '녹음 구술 증거'가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26일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직접 나서 사과했다. 이 사건은 준용씨가 억울하다며 국민의당 관계자들을 고소,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당시 국민의당 측은 준용씨가 미국 유학 당시 같은 학교에 다녔던 사람의 증언이라며 음성 변조 녹음을 공개했다. 준용씨가 '아빠가 하라는 대로 했다'는 등의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이 녹음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해보니 한 핵심 당원과 그 당원의 친척이 공모해 원천적으로 조작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 당원은 검찰 소환을 앞두고 그제 사실을 실토했다 한다. 또 자신이 독자적으로 벌인 일이 아니라 이모 최고위원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다.
증인을 조작했다고 준용씨 특혜 취업 의혹 자체가 소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 해도 선거에 이겨보겠다고 여러 사람이 공모해 증인과 증거를 조작했다는 것은 선거제도 자체에 대한 도전으로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국사범으로 다뤄야 한다. 검찰은 국민의당 어디까지 연루돼 있는지 전모를 철저하게 밝혀내야 한다. 국민의당도 모든 협력을 다해야 한다.
우리 선거에서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해도 된다는 풍토가 만연해 있다. 아무리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을 하더라도 이기고 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실제도 그런 일이 있었다. 특히 대통령 권력을 잡는 대선이 그렇다. 2002년 대선 때 병무 브로커 김대업 사건이 대표적이다. 그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부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선거 판도를 흔들어놓았다. 선거 두 달 전 검찰 수사에서 근거 없는 것으로 판명됐지만 이미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뒤였다. 김대업은 나중에 민주당이 사주했다는 식의 증언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수없이 많은 폭로가 이어져 진실과 거짓이 구분되지 않는 지경이었다. 이 모든 것이 단 한 표라도 이기면 100% 권력을 독점하는 제도와 그 독점 권력을 위해서 어떤 범죄라도 저지를 수 있는 풍토 때문이다. 만약 검찰 수사망이 좁혀들지 않았더라면 먼저 실토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조작을 저지른 사람들도 정권을 잡으면 다 덮일 일로 기대했을 것이다. 경제와 사회는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발전해가는데 선거 풍토, 정치 풍토는 정말 달라지는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