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7년째 월급 200만원 제자리… 청소하는 이유 "家長 책임감"

    입력 : 2017.06.27 03:06

    환경미화원 복지 개선 얼마만큼…
    종량제 수수료 투명한 관리·현실화 등 청소서비스 질 강화, 복지개선은 언제
    주말 일하지만 휴일근로수당 없어 대부분의 미화원 투잡 뛰어

    서울시는 지난 2014년 10월, 25개의 자치구와 함께 '종량제 수수료의 투명한 관리, 종량제 수수료 현실화, 공정한 청소업체 선정' 3가지를 통해 청소서비스 질 강화 및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의 복지를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현장은 얼마나 개선됐을까. 대행업체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두 명을 따라 직접 현장에 나가봤다.

    A씨가 쉬는 환경미화원 휴게실 주방 모습.
    A씨가 쉬는 환경미화원 휴게실 주방 모습. /김인한 청년기자
    주말 일하지만 휴일근로수당 없어, 월급 7년째 200만원 못 미쳐

    올해로 7년째 도로변 청소를 하고 있는 환경미화원 A(42)씨는 아들 두 명을 둔 가장이다. 건설 현장 납품사업을 하던 그는 건설사의 부도와 함께, 지난 2010년 개인사업을 접었다. 이후 생계를 위해 적지만 일정한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청소 업무를 시작했다. 그는 "월급이 200만원도 안되니까 가족들에게 많이 미안했었다"라며 "아들 초등학교 다닐 땐 마주칠까봐 집에서 멀리 떨어진 동에서 근무하기도 했다"며 회상했다.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 5시. 그는 왕복 6차선 도로 가장자리에서 빗자루를 들고 바닥을 쓸고 있었다. "대부분 새벽부터 시작해. 주말이 지난 월요일은 청소량이 평소보다 많기도 하고, 자칫 출근시간이랑 청소시간이 맞물리면 정해진 구역 청소를 못할 수도 있거든." A씨가 속한 구의 청소 시작 시간은 오전 6시임에도 불구하고, 1시간 전부터 대부분의 환경미화원들이 청소를 시작한다.

    A씨와 동료들은 일주일 중 각자 정한 하루만 쉬고 주 6일을 일한다. 휴일에 따라 주당 39시간 또는 40시간 일을 하게 되는데, 이 시간 안에는 토·일요일도 포함된다.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연장근로와 야간근로(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사이의 근로) 또는 휴일근로에 대하여는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하여 지급하여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A씨가 속한 청소대행업체는 주말을 제외한 이른바 '빨간날'인 법정공휴일에만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한다. 각종 수당을 포함한 한 달 급여는 7년 전부터 지금까지 대부분 20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이었다.

    아침 청소를 마친 A씨가 도시락을 열었다. 김치, 나물, 마른반찬, 김 그리고 밥이 끝이었다. 이 메뉴로 아침과 점심을 해결한다. A씨를 비롯한 환경미화원들은 대부분 집에서 준비해 온 도시락으로 두 끼를 해결한다. 식비 12만5000원을 아끼기 위해서다. A씨가 속한 자치구의 가로 청소 예산은 작년 대비 5.7%가량 늘어났는데, A씨의 기본급은 3.7% 상승에 그쳤다. 회사에서 지원하는 한 달 식비도 4년째 12만원대다.

    A씨가 이용하는 휴게실에는 기본적인 화장실조차 없었다. A씨는 "화장실이 없어 용변을 샤워실에 봐야 하는 상황도 있다"며 "배가 아플 땐 주변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하는데 이마저도 쉽게 사용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환경미화원 근로 특성상 땀을 많이 흘리고, 근무복에 오물이 묻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2014년 '청소 대행 체계 3대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청소 대행 업체 환경미화원 휴게실 수를 직영 환경미화원 휴게실만큼 늘리고, 근로 여건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휴게실 여건만 봤을 땐 달라진 게 없었다.

    청소 환경미화원 A씨의 2014~2017년 한 달 급여(단위: 원)
    종량제 봉투 수거 환경미화원 B씨, "투잡도 많이 뛰어요"

    서울시 청소 업무는 구별로 예산을 책정해 자율적으로 운영한다. 이런 운영 시스템 탓에, 업무 방식의 차이도 크다. B씨(41)가 속한 자치구는 가로 청소 환경미화원은 직영으로 운영한다. 하지만 재활용, 종량제, 음식 봉투 수거 업무는 대행업체에 맡긴다. 19년째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도 초창기에는 종량제 봉투 수거 담당이었다가, 지금은 운전과 종량제 봉투를 적환장(매립장에 가기 전 쓰레기를 임시로 모아두는 곳)에 내리는 업무를 맡고 있다.

    B씨는 A씨와 업무는 달랐으나, 근로조건은 비슷했다. 계약은 1년 단위, 근무 시간은 오후 8시부터 오전 4시까지. 하루에 8시간 근무다. 휴일 근로수당도 따로 없다. 매월 식비도 15만원가량. 올해로 20년 남짓한 경력이지만, 월급은 세전 250만원가량이다. 수거 차량 뒤에 올라타 종량제 봉투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들은 세전 230만원 정도. B씨는 "가정 있는 사람은 월 300만원은 있어야 먹고살기 때문에 우유 배달이나 아르바이트 등 투잡을 뛰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B씨도 청소를 끝내고 짧게 자고 난 후, 오전부터 서울의 한 대학가 앞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왜 이 일을 시작했냐고요? 고정적으로 월급 받을 수 있는 일이니까. 근데 이거 아무나 못 해요. 사람들이 개념 없이 쓰레기 봉투 안에 유리병 깨진 거, 이쑤시개도 막 넣잖아요. 저도 많이 찔려봤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공공부문 일자리 늘리겠다고 했는데, 우리는 해당 안 되는 거죠?" B씨는 다섯살 딸과 세 살 아들을 키우고 있다. 청소를 하는 이유를 묻자 "가장의 책임감"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에 관한 공약에 희망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한편, 장만수 서울시 도시청결팀 팀장은 "종량제 봉투 수수료의 점진적 현실화를 통해 청소 재정을 확대하면서 환경미화원 임금 및 근로여건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득 B씨의 자조 섞인 말이 생각났다. "종량제 봉투값? 많이 올랐죠. 근데 우리는 그 돈 어디갔는지 몰라요. 올라간 만큼 우리 월급도 올라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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