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미래] 이른둥이, 마을이 키웁니다

    입력 : 2017.06.27 03:06

    [더나은미래―기아대책 '도담도담' 캠페인] (1) 일본 이른둥이 선진 현장을 가다

    37주 미만·2.5㎏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전 세계 10명 중 한 명꼴
    日 이른둥이 위한 닥터카·닥터 헬기 상시 대기… 국내 지원 제도 벽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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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니가타 시민병원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의 간호사가 이른둥이와 함께 포즈를 취했다. / 박혜연 기자
    전 세계 10명 중 한 명이 '이른둥이'로 세상에 나온다. 이른둥이는 출생체중 2.5㎏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미숙아를 뜻한다. 출산율은 급격히 감소하는데, 국내 이른둥이 출산은 계속 증가해왔다. 2005년에는 전체 신생아 중 4.8% 수준이었던 이른둥이가 2015년에는 6.9%(3만408명)까지 늘었다. 일본은 1958년부터 일찍이 이른둥이 양육 지원 사업을 시작, 같은 해 '미숙아 신생아 학회'를 발족시킬 정도로 이른둥이 지원에 앞장선 국가다. 조선일보 더나은미래는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과 함께 이른둥이 지원을 위한 '도담도담' 캠페인을 기획, 일본 니가타(新潟)현을 찾아 지원 현황 및 전달 체계를 살펴봤다.

    ◇닥터 카·닥터 헬기… 산모와 아이 지키는 통합치료센터

    니가타현은 인구 250만 지방 중소도시. 현에서 가장 큰 병원인 니가타 시민병원 안에 '주산기모자보건센터(이하 주산기센터)'가 자리 잡고 있다. 1987년 문을 연 이곳에는 극소 저체중 출생아(출생 체중 1500g 미만) 550명을 포함, 약 1400명의 이른둥이가 다녀갔다. 병원 3층에 위치한 주산기센터에 들어서니, 산부인과 병동과 고위험 산모집중치료실(MFICU),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이 한데 모여 있었다. 이곳에는 현재 약 30명의 이른둥이가 머물고 있다. 나가야마 요시히사(永山善久) 신생아과 과장은 "임신 사실을 신고하고 모자건강수첩을 교부받은 산모는 임신 건강 조사를 받는다"며 "센터는 이때 조기 발견된 고위험 산모를 출산 전 미리 입원하게 하는 '모체 반송'을 실시해 산모와 아이를 돌본다"고 말했다. 나가야마 과장은 "연간 태어나는 1500g 미만 극소 저체중 출생아 40~50명 중 대부분이 센터에서 태어나 입원한다"고 덧붙였다.

    모체 반송이 여의치 않을 때엔 의사가 직접 찾아가 분만을 돕는다. 시민병원 바로 옆 구급센터(119)에는 일반 구급차와 의사가 직접 출동하는 닥터 카(DOCTOR CAR)가 있었다. 4톤 트럭을 개조한 닥터 카는 시 소유이지만, 응급 상황이면 병원이 함께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건물 옥상에는 중환자를 이송하는 닥터 헬기도 있다. 나가야마 과장은 "환자 유형에 맞춰 신생아용 인공호흡기부터 인큐베이터까지 전부 세팅해서 출동한다"며 "닥터 카 내부에는 호흡기와 석션 등 웬만한 의료기기를 다 장착하고 있다"고 밝혔다.

    주산기센터에는 이 밖에 호흡기나 뇌성마비 등의 문제로 귀가하지 못하는 신생아를 위한 치료실인 GCU(Growing Care Unit)도 있었다. 퇴원을 앞둔 산모와 가족들도 함께 양육법을 배울 수 있는 패밀리 케어(family care)실도 있어, 센터 안에서 출산 전후 과정을 한꺼번에 연계 지원받을 수 있는 구조다. 니가타현에는 이 같은 주산기센터가 8개나 있다. 일본은 정부 주도로 1996년 전국 병원에 주산기센터를 설치 운영해왔는데, 현재 150개에 달한다. 국내는 현재 시범 운영 중인 13곳을 제외하고는 이런 통합치료센터가 부재한 상황이다.

    ◇협동으로 아이 키우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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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혜연 기자
    니가타뿐 아니라 일본 전역의 신생아는 엄마 배 속에서부터 출생 이후까지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 2000년 '건강한 부모와 아이 21'라는 일본 정부의 10년 시책이 시행되면서 더 체계를 갖췄다. 각 지자체마다 지역 의료기관과 보건소, 행정단위 등 여러 서비스 제공 기관이 협력해 아이를 돌본다. 병원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아이 연령에 따라 조산사 또는 행정보건사(간호사)가 주기적으로 가정을 방문해 건강조사 및 상담을 하는 식이다. 혼마 아키(本間 あき) 니가타현청 복지보건부 모자보건 담당자는 "일본의 이른둥이 지원 체계는 '협동 의료'가 기본"이라며 "협동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가장 많은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생아의 퇴원 계획부터 지역 보건 체계의 도움은 시작된다. 신보 아키코 니가타 지역보건사는 "시의 지역 보건사가 병원 코디네이터의 퇴원 계획(discharging plan) 결정부터 참여하고 이후 가정 방문 등으로 서포트한다"며 "아무리 병원에서 아이를 돌보는 방법을 배워도 불안감이 크고, 특히 호흡기를 달고 있거나 한 이른둥이의 경우 퇴원할지 말지 고민하는 부모를 돕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니가타시의 경우 평균 2~4회 이뤄지는 가정 방문 횟수가 기본 6회에 달한다. 이렇게 수집되는 아이의 건강 정보는 지역 의료 네트워크 안에서 공유되며, 자연스럽게 이른둥이 밀착 지원이 이뤄진다. 지자체는 이른둥이 양육 의료비 조성, 자립 지원 의료비, 이른둥이 부모 모임도 지원한다. 아베 기미 니가타시 지역보건사는 "발달에 문제가 생기기 쉬운 이른둥이의 경우, 1년 6개월, 3년 등 생애 주기별로 가정을 방문하고 필요하면 추가적 검사를 한다"며 "엄청난 고립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는 이른둥이 부모들을 위해 마련한 육아지원 부모 모임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나가야마 과장은 "일본의 이른둥이 팔로 업(follow-up) 제도는 30년을 거쳐 만들어졌다"며 "30년 전에는 불과 한 살 아동까지만 지원됐으나 주민들의 적극적 요구와 일본 정부의 지원 덕분에 폭이 늘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른둥이 가족이 이런 의료 서비스를 받는 데 드는 돈은 사실상 0원. 국가의 국민건강보험과 지자체 보조금으로 거의 100% 보장받는다.

    ◇일본에 30년 뒤처진 국내 이른둥이 지원… 제도의 벽 높아

    일본이 이러한 통합적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의료보험'이 있다. 모든 이른둥이 관련 의료 서비스가 하나의 보험 체계 안에 들어 있어 여러 기관의 협동은 물론, 이른둥이 가족들의 부담도 덜 수 있다. 와다 마사키(和田雅樹) 우오노마 기간병원 신생아학과 교수는 "니가타현에서는 출생 체중 1500g 미만 아동은 15세까지 필요한 모든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신생아집중치료실(NICU) 퇴원 후 장애가 심해진 경우도 의사 진단에 따라 추가 지원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와다 교수는 "니가타시의 경우 모든 의료 서비스의 개인 부담금이 최대 520엔(약 5200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반면 국내 이른둥이들은 금전적, 물리적으로도 큰 부담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그나마 올 1월 1일부터 정부가 36개월 미만 이른둥이의 외래진료비 본인 부담률을 10%로 줄였으나, 재활 등 기타 서비스는 여전히 부모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강진선 강동경희대병원 NICU 파트장은 "우리나라는 재활 치료비 등 비급여 의료비와 모유 강화제(모유에 영양분을 더해주는 이른둥이 필수 영양제) 등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까지 오로지 부모 몫이 돼 견디기 어려운 구조"라며 "서울의 유수 대형 병원들이 시설이나 치료 기술 면에서는 훨씬 앞서 있을지라도, 이런 치료센터가 수도권에 밀집돼 있어 체류비와 치료비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가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찬우 기아대책 생명지기본부장은 "우리나라의 보건 의료 서비스 전달 체계는 병원, 지역 보건소, 정부가 제공하는 서비스 간 단절·분절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른둥이와 같은 사각지대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본부장은 "우선 어머니와 아동에 관한 분리된 관리체계 개선을 위해 모자보건법의 시급한 개정으로 지역 보건소의 역할과 기능을 다듬는 등 국내 이른둥이에 대한 지속적 관리 및 지원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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