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식 조기야, 굴비 명맥 이어다오

    입력 : 2017.06.26 03:03

    [히든 시티] [9] '굴비 영광' 재현 나선 영광군

    어장 황폐화에 조기 어획량 줄자 치어 입식비 전액 지원하고 해양수산과학원은 양식기술 전수
    서해특산시험장선 種보존·생산용 참조기 2~6년생 3000마리 키워

    전남 해양수산과학원 영광지원 서해특산시험장(옛 참조기센터)엔 참조기가 산다. 이곳 종(種) 보존·종자 생산동 안에 있는 지름 6m, 높이 2m인 콘크리트 원형 수족관에 2~6년생 어미 참조기 3000여 마리가 헤엄친다. 큰 참조기 한 마리는 무게 400g, 길이 35㎝에 이른다. 참조기뿐 아니라 부세, 민어 등 민어과 어종의 성어(成魚)와 치어(稚魚) 10만마리가 크고 작은 36개 수족관에서 양식되고 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구에 꾸덕꾸덕 마른 참조기 굴비가 줄에 엮여 선창가에 쌓여있다
    전남 영광군 법성면 법성포구에 꾸덕꾸덕 마른 참조기 굴비가 줄에 엮여 선창가에 쌓여있다. 쓴맛이 나는 소금물인 간수를 빼고 1년 이상 숙성시킨 질 좋은 영광산 천일염으로 절인 참조기는 해풍과 주야의 습도, 햇볕 등을 머금고 굴비로 변신한다. /전남도
    이 시험장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2005년 참조기 양식에 나섰고, 2009년 3월 국내 최초로 대량 양식에 성공했다. 2015년 3월에는 전국 최초로 참조기의 '사촌 격'인 부세 양식 기술을 확보했다. 황남용 연구사는 "종 보존용 어미 참조기는 한 두름(10마리, 큰 사이즈 기준)에 100만원 이상을 줘도 안 판다"며 웃었다. 그는 "시험장에서 5분 거리인 칠산바다에서 잡은 참조기들이 수족관에서 6세대째 번식해 다양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조기 양식으로 '옛 영광' 되찾는다

    영광군은 2009년부터 조기 어획량 증가를 노리고 해양수산과학원과 함께 길이 5㎝짜리 참조기 치어 300만마리를 칠산바다에 방류했다. 회유성 어종인 조기의 재포획률은 15.6%. 바다에 흘려보낸 100마리 중 16마리쯤이 성어가 돼 잡힌다는 뜻이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서해특산시험장에서 양식되는 종(種) 보존용 참조기들이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전남도 해양수산과학원 서해특산시험장에서 양식되는 종(種) 보존용 참조기들이 콘크리트 수조 안에서 헤엄치고 있다. /조홍복 기자
    영광의 업체 2곳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이달 초 서해특산시험장에서 참조기 치어 14만마리를 들여와 시범 양식을 시작한 것이다. 영광에서 본격적인 조기 양식을 시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영광군은 치어 입식비 8000만원 전액을 지원했고, 해양수산과학원은 양식 기술을 전수하기로 했다. 배현진 영광굴비협동조합 이사장은 "굴비의 원재료인 조기 가격이 너무 비싸 굴비 생산자들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렵다"면서 "참조기 전용 양식장을 만들고, 활어 상태의 참조기를 관광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사업 전략을 완전히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올해 양식 성공 여부에 따라 내년에 20억원을 조기 치어(1000만마리) 보급에 투입해 20개 이상 업체가 조기 양식에 나서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군은 양식 산업 육성 외에도 가공시설 확충, 유통·판매 활성화, 466개 굴비 제조업체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올해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사업비 500억원을 투입해 지역 경제의 큰 축을 담당하는 굴비 산업 부흥에 나선다.

    그 많던 조기는 어디로 갔을까

    조기는 명태와 함께 '국민 생선'이다. 1970년대까지는 봄 철쭉꽃이 떨어질 무렵이면 조기 떼가 칠산바다에 찾아들었다. 조기를 소금에 절이고 해풍에 꾸덕꾸덕 말리면 굴비가 된다. 영광 굴비는 '영광 법성포 참조기 굴비'를 일컫는다. 이때 사용하는 소금은 1년 이상 간수(소금물)를 빼고 숙성한 영광산 천일염이다. 영광은 국내 천일염의 13%를 생산한다.

    해양수산과학원 영광지원 서해특산시험장
    그런데 지난해부터 일부 대형 마트에선 서부 아프리카 수역에서 잡히는 긴가이석태가 참조기 굴비 대체용으로 팔리고 있다. 긴가이석태는 날카로운 바늘 모양 지느러미가 있어 '침조기'로 불리는 어종이다. 한정식집에서 나오는 '굴비 정식'엔 대부분 중국산 부세가 쓰인다. 참조기보다 부세를 선호하는 중국은 30~40년 전부터 부세 양식에 나서 한국 시장을 점령했다.

    참조기를 포함한 민어과 조기류 생선은 어장 황폐화와 무차별 포획 등으로 씨가 말라가고 있다. 법성포에서 50년 이상 굴비 장사를 한 강철(70)씨는 "조기가 줄면서 예년에 5월까지 이어지던 조업이 요즘은 3월이면 끝난다"고 했다. 국내 참조기 어획량은 2011년 5만9000t에서 지난해 1만9000t으로 급감했다. 연간 국내 전체 소비량인 6만t엔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올해는 지난 3월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가 더 줄었다. 업체마다 추석용 굴비로 가공할 참조기를 확보하기 위해 비상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중국산 참조기와 부세, 아프리카 조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준성 영광 군수는 "청탁금지법 시행, 어획량 감소에 따른 참조기 원가 상승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면서 "조기 양식 등 다양한 활로를 찾아 '굴비의 고장'이라는 옛 영광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지역정보]
    전라남도 북서부에 위치한 영광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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