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산하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22일 오후 청와대 인근 인도에 그늘막 형태의 천막을 세웠다가 23일 서울 종로구청에 의해 철거당했다. 철거 과정에서 구청 직원들과 민노총 조합원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민노총은 21일에도 농성 천막을 쳤다가 22일 구청에 의해 철거당했었다. 청와대는 오는 26일부터 청와대 앞길을 24시간 개방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앞길을 시민을 위한 산책길로 개방하겠다는 것인데, 앞뒤 가리지 않는 민노총으로서는 가장 좋은 시위 장소가 열린 셈이다. 이미 민노총 불법 천막은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 등에도 세워져 있다.

민노총은 23일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에서 정부를 향해 '최저임금 1만원 인상과 전교조 합법화를 즉각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정도는 지켜봐 달라'고 했고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길게 보고 조금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지만 민노총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민노총은 오는 30일엔 이른바 '사회적 총파업'이라는 걸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중이다.

문재인 정부는 친(親)노조 정책 방향을 갖고 있는 정부다. 정부 출범한 지 두 달도 안 됐고 장관들 임용 과정에서 잇따른 실책으로 정부 구성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자기들에게 우호적인 정부가 '좀 기다려달라'고 하고 있는데도 민노총은 청와대 턱밑까지 농성 천막을 치면서 압박하고 있다. 민노총 부위원장이라는 사람은 21일 "촛불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본 문재인 정권"이라고 했다. 정부 출범에 도움을 줬으니 그 빚을 갚으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은 정부 출범 이후 기획재정부 차관이나 청와대 비서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새 정부의 상전이나 되는 듯 행세해왔다.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출범했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은 노조 친화적 태도를 보이다가 화물연대와 철도노조의 파업을 겪고 나선 '노조 특혜를 해소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민정수석으로 있으면서 그 과정을 겪었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 기득권 집단인 민노총은 '물러설 수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는 황당한 말까지 하면서 정부와 국민을 겁주고 있다. 제 세상 만난 듯한 불법 농성 천막에 구청은 어쩌지 못하고 경찰은 수수방관하는 모양새다. 만약 정부가 민노총에 쩔쩔매고 끌려만 다니면 청와대 앞길은 얼마 안 가 온갖 농성 단체의 천막촌으로 변해버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