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치과의는 목디스크, 내과의는 외이도염 달고 삽니다

  • 송내과의원 원장·의학박사

    입력 : 2017.06.24 03:02 | 수정 : 2017.06.26 10:52

    [송태호의 의사도 사람]

    온종일 환자 입안 보느라 목 길게 빼는 치과의
    청진기 꽂고 있는 내과의 의사들도 직업병 시달려

    새 안경을 맞추러 들른 안경점에서 만난 안경사는 젊은 여자였다. 많이 피곤해 보였다. 얼굴이 창백하고 목이 부어 있었다. 나도 모르게 그에게 "혹시 갑상선 검사 받아 보셨어요?"라고 물었다. 처음 보는 사람의 질문에 안경사는 당황스러워하며 갑상선에 병이 있어 치료하고 있다고 했다.

    전화 상담사가 어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고객님?"이라고 말했다는 우스개는 유명하다. 직업 때문에 생기는 해프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선거 유세 기간에 유권자들과 악수하다가 아내와도 악수했다는 에피소드도 정치인이란 직업 때문에 생긴 일이라 하겠다.

    의사란 직업 때문에 일상에서 나도 모르게 직업 정신이 튀어나올 때가 있다. 오랜만에 친구가 병원에 놀러 왔는데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고 묻는 일은 자주 있다. 길을 가거나 TV를 보다가 유난히 창백한 얼굴을 보면 빈혈일 것 같은데 진료를 받았는지 궁금해진다. 한 정형외과 의사 선배는 오랜만에 만난 학교 동기들과 골프를 치러 갔다가 안색이 나쁘다는 타박을 듣고 다음 날 검사를 해서 위암을 발견하고 급히 수술을 하기도 했다.

    직업 때문에 나도 모르게 튀어나오는 버릇을 직업병이라고 하지만 직업 때문에 생기는 진짜 직업병도 있다. 내과 의사에게 자주 생기는 직업병은 외이도 염증이다. 하루 종일 청진기를 귀에 꽂고 청진하다 보면 귀가 너무나 아플 때가 있다. 외이도염이다. 그럴 때면 볼썽사납지만 궁여지책으로 한쪽 귀에만 청진기를 꼽고 청진하게 된다.

    치과 의사들의 대표적인 직업병은 목 디스크다. 환자 입안을 보느라 거북이처럼 목을 길게 빼고 일하기 때문이다. 사마귀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피부과 의사에게는 주사를 놓느라 생긴 손의 굳은살과 관절염이 따라다닌다.

    꽤 독특한 직업병을 가진 순환기 전문 의사도 있다. 한쪽 팔에만 털이 없는 것이다.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스텐트를 시술하는 심혈관 중재술을 많이 하는 의사들에게만 생기는 병이다. 시술 도중에는 방사선 영상을 보며 환자 상태를 살핀다. 방사선에 노출될 수 없으니 납으로 된 옷을 입는다. 그 옷은 정육점에서 일하시는 분들이 입는 옷과 비슷하게 생겼다. 납이 들어 있어 꽤 무겁다. 그 차폐복을 입고 목에 차폐가 되는 띠를 두르고 그 위에 수술 가운을 입는다. 하지만 팔은 무방비다. 항상 같은 쪽에서 시술을 하다 보니 그쪽 팔만 방사선에 자주 노출돼 일종의 피부염이 생긴 결과다. 방사선 촬영기를 많이 쓰는 정형외과 의사나 방사선과 의사들 손에도 방사선 피부염은 잘 생긴다. 수술 장갑에 방사선 차폐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석 전공의 시절에는 하루 종일 그 시술에 보조 의사로 투입되곤 했다. 하루는 오전에 바쁘게 검사와 시술을 끝냈는데 다른 날보다 훨씬 더 피곤했다. 알고 보니 깜빡하고 수술 가운 안에 차폐복을 입고 있었다. 방사선 노출량 때문에 한동안 수술실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당했었다. 다행히 방사선에 의한 다른 부작용은 없었다.

    자기 직업에 충실해서 얻는 직업병을 일종의 훈장으로 생각한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작업 환경이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아 얻는 직업병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며 인재일 뿐이다. 지금도 산업 현장에서 일하는 여러 사람이 작업 환경 때문에 생명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직업병이 사라져야 우리 사회도 더 살기 좋은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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