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43·사진) 더벤처스 대표는 벤처 투자업계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출신인 호 대표는 2007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동영상 자막업체 '비키'를 창업해 2013년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 라쿠텐에 2억달러(약 2300억원)에 매각하면서 일약 '스타 창업가'로 떠올랐다. 2014년에는 후배 창업가를 돕겠다며 벤처캐피털 '더벤처스'를 설립했다. 더벤처스는 설립 직후 중소기업청이 운영하는 창업기업 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의 운영사로 선정됐다.
승승장구하던 호 대표는 팁스에 참여하면서 지난해 뜻하지 않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팁스는 더벤처스와 같은 운영사가 스타트업에 1억원을 투자하면 정부가 최대 9억원을 추가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때 운영사는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할 수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호 대표가 5개 스타트업으로부터 팁스 선정 대가로 부당하게 많은 29억원 상당의 지분을 챙겼다고 보고 지난해 4월 그를 구속했다.
호 대표는 "검찰이 스타트업의 투자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호 대표는 "스타트업 지분율을 논의할 때는 현금 투자뿐 아니라 창업 보육, 컨설팅 등 무형의 투자 가치도 포함해 정한다"고 맞섰다.
벤처업계에서도 검찰이 스타트업 투자의 현실을 무시한 채 무리한 수사를 벌인다는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엔젤투자협회와 투자운영사, 대학교수, 상당수 스타트업 대표들은 호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며 탄원서를 냈다. 호 대표는 지난해 7월 보석으로 풀려날 때까지 110일간 구치소에서 수감 생활을 했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7년과 추징금 29억원을 구형했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는 호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앞서 서울북부지법도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호 대표의 주장이 타당하다고 봤다. 법원은 "더벤처스가 신규 창업팀을 정부 지원 대상에 선정되도록 추천하는 일은 팁스 운영사로서 해야 할 역할을 수행한 것이어서 불법적인 '알선'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다. 스타트업 지분을 과다하게 취득했다는 검찰 주장에 대해서도 "벤처기업은 단순히 자본이 아닌 기업의 지식·노하우, 유·무형의 지원 서비스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지분이 결정되는 만큼 (더벤처스도) 제도적으로 허용되는 인센티브를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