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보는 눈'도 인공지능 못 당하겠네

    입력 : 2017.06.22 03:04 | 수정 : 2017.06.22 10:27

    [인공지능 면접관에 채용 맡기는 일본 기업들]

    AI, 구직자 경력·성격 분석… 업무에 딱 맞는 인재 골라내
    모바일·PC에 질문 뜨면 대답, 시간·장소 무관… 돈도 안들어
    취준생들 "압박감 덜해 말이 술술"

    취업 준비생 호시노 사오리(가명·21·일본 동부 A국립대 4학년)씨는 최근 지방에 있는 자택에서 도쿄에 있는 기업의 입사 시험을 봤다. 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나이와 출신 학교 같은 개인 정보를 입력한 뒤 약 40분간 컴퓨터 화면에 문자로 뜨는 면접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면접관은 사회생활에서 흔히 생기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당신이라면 어떻게 대응하겠느냐'는 질문을 주로 던졌다.

    이날 호시노씨의 면접관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AI)이었다. 호시노씨는 "올 초 취업 설명회에서 AI로 신입 사원을 선발하는 회사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기존 취업 방식과 어떻게 다른지 체험해보고 싶어 지원했다"고 했다. 호시노씨는 이후 1차 합격 통보를 받고, 도쿄 본사에서 '인간 면접관'과 최종 면접을 했다. 그는 "AI가 사람을 뽑을 수 있나 하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막상 해보니 (전통적인 면접보다 되레) 스트레스를 덜 받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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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호시노씨가 도전한 회사는 직원 1203명의 인터넷 마케팅 회사 세프테니(Septeni)다. 이 회사는 해마다 100여 명 안팎 신입 사원을 뽑는데, 올해부터 그중 20명을 AI 면접을 통해 뽑기로 했다. 이 회사 에자키 슈헤이(江崎修平) 차장은 "지방 취업 준비생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경쟁사가 놓치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AI 전형을 개발했다"며 "첫해여서 전체 지원자 5000명 중 AI 전형 지원자는 250명 정도"라고 했다.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은 "취업 준비생과 기업 모두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게 AI의 장점"이라고 보도했다. 현재 일본 대졸 취업률은 97.6%로 취업 자체는 한국보다 쉽다. 하지만 지방 취업 준비생들은 면접을 보기 위해 도쿄에 갈 때마다 교통비와 숙박비, 식비 등으로 수만엔을 써야 하는 게 사회문제이다. 올해 세프테니 AI 전형에 지원한 야마다 나오코(가명·23·일본 남부 B국립대 4년)씨는 "교통비와 시간이 해결돼 좋았다"고 했다. 사와다 나나(가명·22·일본 북부 C국립대 4년)씨는 "취업 시즌과 해외 연수 일정이 겹쳐 고민했는데 (정해진 면접 일정 없이) 컴퓨터와 스마트폰만 있으면 입사 시험을 칠 수 있는 게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세프테니는 지난 2009년부터 전담 직원 3명을 두고 전체 직원과 과거 지원자 등 총 6000명의 인사 기록을 데이터베이스화했다. 연차에 따라 다르지만 10년 차 직원의 기록 항목은 800개에 달한다. 이어 AI가 이 데이터베이스 정보를 직원 개개인의 성격 진단 테스트와 연동시켜 기존 사원들이 각자의 경력과 성격에 따라 어떤 동료와 무슨 업무를 맡았을 때 성과가 좋았는지 분석하고, 해당 직원이 다음 해에 어떤 성과를 낼지 예측하고 검증하는 작업을 반복하도록 했다.

    2014년이 되자 예측과 실제 현실이 상당히 맞아떨어진다는 자신이 생겼다고 한다. 그해부터 매년 300명씩 인간 면접관과 AI 면접관이 같은 지원자를 별도로 면접해 결과를 비교해봤다. 그 결과 AI의 안목이 인간에게 뒤지긴커녕 더 정확할 때도 있었다. 인간은 고정관념이나 감정에 사로잡힐 수 있지만 AI는 그렇지 않아서였다. 올봄 AI 면접을 거쳐 합격 통보를 받은 가네다 유미(가명·22·일본 북부 D공립대 4학년)씨는 "인간 면접관과 마주 앉을 때보다 압박감이 적어서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아사히신문은 "히로시마 축산업체와 도쿄 금융기업 중에도 AI 면접관 도입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고 전했다. 과거 많은 경영 전문가가 "다른 건 몰라도 인사(人事)는 마지막까지 인간의 영역"이라고 했던 것이 무색해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세프테니의 채용 담당 리쿠르터 나은선씨가 "서류 전형부터 1차 면접까지는 AI에 맡기고, 인간은 사원 복지나 인력 배치 같은 업무에 집중 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인물정보]
    AI 한계는 어디까지… '의료계'도 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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