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의초등학교 학교 폭력 사태'에 대해 서울시교육청이 21일 감사에 착수했다. 숭의초 학교장이 사건이 벌어진 지 3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교육청에 보고하는 등 사건을 축소·은폐하려 했다는 의혹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숭의초에서 현장 조사를 벌인 서울시교육청 중부교육지원청 등에 따르면, 숭의초는 학교 폭력 사건을 처음 알게 된 시점부터 23일간 교육청에 보고하지 않았다. 또 피해자인 3학년 유모군이 사흘간 가해 학생들과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도록 방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피해자 긴급 보호 조치를 명시한 학교폭력예방법을 위반한 것이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 학교 밖에 설치하자]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폭력 피해 학생이 병원 입원 등을 이유로 결석하고 나서야 '피해자 분리'가 이뤄졌다"면서 "피해 학생을 배려하는 조치를 학교 측이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한 것은 두 달 전인 4월 20일이다. 당시 경기도 가평으로 힐링캠프 수련 활동을 떠났던 유군은 숙소에서 같은 반 학생 3~4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가해 학생들은 유군에게 담요를 덮어씌운 채 플라스틱 소재 야구방망이 등으로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또 물을 찾는 유군에게 물비누를 건네주며 마시라고 했다고 피해자 측은 주장했다. 이 사건 이후 유군은 근육세포가 파괴돼 녹아버리는 '횡문근 융해증'과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 진단을 받았다.

반면 당시 상황에 대해 가해 학생 학부모 가운데 한 명인 탤런트 윤손하씨는 "방에서 이불 등으로 장난을 친 것이었고, 아이들이 여러 겹의 이불로 누르고 있던 상황은 몇 초도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었다"면서 "야구 방망이로 묘사된 그 방망이는 흔히 아이들이 갖고 놀던 스티로폼으로 감싸진 플라스틱 방망이여서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플라스틱 소재 방망이인 것은 맞지만 속이 텅 빈 것이 아니라 어른이 들기에도 묵직한 느낌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군의 담임교사는 수련 활동이 끝난 다음인 4월 24일 당시 같은 방에 있던 9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차 조사를 벌였다. 같은 날 피해자 부모는 경찰에 해당 사건을 신고했고, 경찰은 학교 폭력 사안이라고 학교 측에 통보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장은 학교 폭력을 인지한 지 24시간 이내에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지만 숭의초는 이를 지키지 않았다.

또 학교 폭력 사건이 접수되면 지체 없이 학교 폭력 전담 기구를 구성해 조사해야 하는데도 숭의초는 한 달 가까이 지난 5월 15일에야 구성했다. 결국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학교 폭력이라고 하기보다는 심한 장난에 가깝다"면서 '조치 없음'으로 이 사건을 종결했다. 숭의초 측은 "사건 발생 초기에 피해자·가해자 간 화해 여지가 있었고, 5월 초가 연휴여서 보고가 늦었다"고 교육청에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숭의초 교장은 피해 학생 부모에게 "학교를 징계하는 건 교육청이 아니라 법인 이사장이다. 교육청은 하나도 안 무섭다"고 말해 또 다른 논란을 불렀다.

숭의초가 가해 학생 규모를 고의로 축소했는지도 쟁점이다. 당초 학교 측은 목격자 진술 등을 근거로 가해 학생은 3명이라고 밝혔지만, 피해자 부모 측은 "한 명이 더 폭력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이 학생은 모 대기업 총수의 손자 박모군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당시 방에 있던 9명 학생 모두가 가해자가 3명이라고 진술했다"면서 "목격자, 피해자, 가해자의 이야기가 엇갈리는 만큼 감사를 통해 규명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