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평소 성적 암시가 담긴 사진을 자주 올려 네티즌의 폭발적 관심을 끌어내는 연예인 설리(본명 최진리·23)가 20일 ‘끔찍한 장어구이’ 동영상으로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머리는 그대로지만 뼈를 발라낸 생(生)장어가 불판 위에서 꿈틀대는 영상이다. 설리는 이 영상에 “살려줘, 으아아악, 살려줘, 으아아어어억으아아, 아악, 살려줘”하는 장난끼넘치는 자기 목소리도 입혔다. 네티즌들이 비판 댓글을 달자, 설리는 이날 게시물을 삭제하고 먹음직스럽게 구운 장어 사진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너네 장어 먹지 마 메롱” “니네가 더 못됐다”같은 글을 남겼다.

20일 설리가 처음에 올렸건 끔찍한 장어영상 사진(흐리게 처리·왼쪽)과 비판이 쏟아지자 새로 올린 장어구이 사진.

'식용(食用) 장어'는 동물보호법 적용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이 연예인의 행동을 '동물 학대'로 볼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대중문화계에서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트렌디하다'는 평가를 받는 연예인이 '시대 흐름을 거꾸로 거스르는 행동'을 한 건 맞는 듯하다. 한 문화 평론가는 "샌프란시스코, 뉴욕, 베를린 같은 도시를 중심으로 음식 문화에 대한 지속 가능성 이슈와 더불어 '동물 복지 농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 영상은 글로벌 관점에선 '추태'에 가까운 행동"이라며 "본인은 해당 영상이 '말괄량이' 이미지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올렸을지 모르겠지만,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은 동물자유연대 관계자에게 '설리 장어 영상'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물어봤다.

-20일 저녁 '설리 장어 영상'이 인터넷에서 상당히 논란이 됐습니다.
"동물보호법에서 '식용'은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법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다만, 동물 단체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 현상을 봤을 때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어떤 문제죠.
"우리는 매일 식탁에서 인식하든, 인식하지 않든 많은 동물을 마주합니다. 그리고 이런 음식도 이전에는 생명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잊곤 하죠.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인간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을 취합니다. 그럼에도 그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고, 취하는 과정에서 고통을 경감시켜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봐요. 이런 점에서 설리씨 본인은 장난이었을지 몰라도, 장어가 한 생명이었다는 점을 간과한 것 같습니다."

-그녀는 끔찍하다고 비난하는 사람에게 "너네 장어 먹지 마 메롱"이라고 했습니다. 설리를 감싸는 일부 팬도 '그녀에게 돌을 던지려면 산낙지 탕탕이 먹지마라'라고 하던데요.
"비판하는 이들이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는 것 자체나 동물 섭취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신의 생명을 아끼는 것처럼, 동물도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정말 노력하고 고통을 피하고 싶어합니다. 고통받는 생명 앞에서 그런 장난을 친 걸 문제삼는 거지, 설리씨가 장어를 먹는다고 문제 제기하는게 아닙니다. 생명의 고통을 장난스럽게 대하는 행위는 자칫 '생명 경시 풍조'로 흘러갈 수도 있어요. 영향력을 가진 유명 연예인의 행동으로 보기엔 아쉬운 것이지요. 생명에 대한 존중을 간과했다는 점을 비판하는 것입니다."

-2015년 영국의 한인마트에서 살아있는 꽃게를 팔다가 '학대 논란'에 휘말려 BBC방송을 타고, 영국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 조사를 받았던 일도 있었죠.

"그 당시 런던 남부의 한인 마트가 살아있는 게를 비닐로 포장해 팔다가 전국적인 논란이 일었죠. 당시 '게가 고통을 느끼느냐 마느냐'를 두고 생물학 권위자가 과학적으로 분석하기도 했고요. RSPCA는 결과적으로 '살아있는 게 판매가 동물복지법에 위반되는 부분은 없지만 게를 산 채로 포장하는 방법은 잔인하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더 나아가 요즘 외국에선 소나 양, 닭 등을 스트레스를 덜 받는 목초지 환경에서 키우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도축 방식으로 생산하는 트렌드가 있더군요.
"국내에서도 동물 보호 단체들이 '동물 복지 농장' 문화를 확산시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결국 우리가 필요에 의해 동물을 키우고, 도살하고, 섭취하지만 그 과정에서 생명으로서의 존엄을 지켜주고 보호하는 노력을 하자는 운동입니다. 외국에서도 그런 연장선에서 '공장식 축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고요."

-그리고 혹시… 동물 보호 단체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채식주의자'이신가요?
"채식을 하는 분이 대부분이고, 많은 단체가 직원들에게 권장을 하는 편이긴 합니다. 채식도 여러 단계로 나뉘어져 있는데, 대부분 실천하시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