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한푼 안 내는 월급쟁이 800만명…정부, 면세자 축소 카드 만지작

    입력 : 2017.06.20 18:08

    우리나라 월급쟁이 중 세금 한푼 내지 않는 사람이 절반에 육박한다. 세금을 내는 사람이 53%, 안 내는 사람이 47%다. 이 같은 면세자 비율은 미국(35.8%), 캐나다(33.5%), 호주(25.1%), 영국(5.9%) 등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정부가 이런 비정상적인 근로소득 면세자를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병목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조세연구본부장은 20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소득세 공제제도 개선방안' 공청회에서 면세자 축소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점검한 결과, 면세자 비중을 축소하면서 전 소득계층에 고루 세 부담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는 근로소득 공제를 축소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청회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세제개편을 앞두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됐다. 공청회 첫 주제로 선정된 것이 소득세 문제다.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중은 2005년 48.9%에서 2013년 32.2%까지 낮아졌다가 근로소득공제가 세액공제로 전환되면서 2014년 47.9%로 급상승했다. 2015년 기준으로도 면세자가 46.5%로, 전체 근로자의 절반 가까이가 소득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있다. 전체 직장인 1726만명 중 803만명이 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내는 셈이다. 이들 중 700만명 이상이 연봉 30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이다.

    우리나라 근로소득자 중 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2%에서 2015년 46.5%로 늘었다./한국조세재정연구원·뉴시스

    전병목 조세연 조세연구본부장은 “높은 면세자 비중은 ‘모든 국민은 납세의 의무를 진다’는 국민 개세주의(皆稅主義·소득 있는 곳에 과세)에 위반되며, 정책의사 결정을 왜곡할 위험이 있다”면서 세제 개편을 촉구했다.

    전 본부장은 면세자를 줄일 방법으로 ▲표준세액공제 축소 ▲세액공제 종합한도 설정 ▲근로소득공제 축소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근로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높이려면 ‘월급쟁이만 봉’이라는 반발 여론을 뚫어야 하는 만큼, 정부는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단행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5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로선 소득세와 법인세 명목세율 인상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공약을 수행하기 위한) 재원 부분에 있어 세출·세입 개편이 쉬운 건 아니다”면서도 “물론 도저히 안 되면 (비과세 감면 등 명목세율 인상 등을 동원할지는) 추후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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