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란 없다"… 사드 태풍도 넘은 미술계 큰손

    입력 : 2017.06.20 03:03

    [내달 상하이 문화예술특구 입성… 김창일 아라리오 회장 인터뷰]

    세계 100대 컬렉터이자 기업인… 터미널 경영하며 작가로도 활동
    9번째 개인전 '논다놀아' 열어 "비즈니스? 예술 할 때 가장 행복"

    "사드 태풍요? 12년 전 베이징 들어가 시행착오 겪으며 쌓아온 인맥과 신뢰, 배짱으로 막아냈지요."

    김창일(66) 아라리오 회장은 미술계에서 '사드 불패'로 통한다. 얼어붙은 한·중 관계로 국내 화랑과 미술관들이 줄줄이 전시를 취소하고 사업을 접을 때도, 아라리오는 무풍지대였다. 다음 달 1일엔 상하이 문화예술특구인 웨스트번드(West Bund·西岸)에 입성한다. 중국 정부가 전략 지원하는 웨스트번드는 롱 뮤지엄, 유즈 미술관 등 대형 사립미술관들이 터를 잡았고 퐁피두 미술관 상하이 분관이 2019년 개관한다. 아라리오는 이곳에 1000㎡ 규모로 갤러리를 열고, 1일부터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6개국 작가 22명이 참여하는 '아시아의 목소리' 전시를 시작한다.

    사드? 인맥과 배짱으로 막아냈다

    "다들 반대했죠. 중국에 갤러리 열 때, 이곳 천안에 2만평 스몰시티(조각공원) 만들 때, 서울 공간사옥 사겠다고 했을 때도요. 근데 저는 판단이 빨라요. 15분? 이것저것 안 따지고 미래만 보고 결정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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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하하하!" 김창일 회장이 천안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자신의 마네킹 작품 앞에서 폭풍처럼 웃었다. '작가 씨킴'으로 불러 달라는 그는 청바지에 운동화를 즐겨 신는다. 안경과 티셔츠 모두 자신이 디자인했다. 그는“내게 사업과 예술은 한몸이다. 서로에게 영감과 위안을 준다”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13일 아라리오 천안 갤러리에서 만난 김창일은 거침이 없었다. 천안종합버스터미널과 신세계백화점 충청점, 멀티플렉스 극장을 경영하는 기업인이자, 아트뉴스 등 유력 미술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컬렉터로 국내외 8곳 갤러리와 미술관을 운영하는 '큰손'다운 풍모였다. 웃음소리도 쩌렁했다. 자신의 아홉 번째 개인전 '논( )-논다놀아'(10월 15일까지)를 열고 있는 그는 "'씨킴'이란 이름으로 작업할 때 'I am so so happy'"라며 또 한 번 귀가 따갑게 웃었다. "실패는 해도 포기란 없죠. 사업도, 예술도, 하하!"

    소도시 버스터미널 주인이 세계에 이름을 알린 건 2003년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에 그의 인터뷰 기사가 대문짝만 하게 실렸을 때다. 유명 컬렉터 찰스 사치를 제치고 데이미언 허스트의 신작 '찬가(Hymn)' '자선(Charity)'을 잇달아 구입한 게 화제가 됐다. 수십억원 주고 산 이 작품들을 그는 버스터미널 앞마당에 갖다놨다. "천안 시민들 보여주려고요." 데이미언 허스트를 비롯해 로버트 인디애나, 수보드 굽타, 코헤이 나와 같은 세계적 작품들이 도열한 조각공원을 독일 저명 예술지 '아트'는 '한국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곳'으로 소개했다.

    성공한 기업인? 작가일 때 가장 행복

    열정적으로 수집한 현대미술품 3500여 점은 중국 공략에도 큰 자산이 됐다. "2005년 베이징에 갤러리 열었을 때만 해도 중국인들이 데이미언 허스트나 앤디 워홀, 키스 해링 작품을 볼 기회가 없었으니까요. 좋은 전시로 명성도 쌓고 위에민쥔, 쟝샤오강, 팡리쥔 같은 작가들과 전속 계약 맺으면서 세계 미술의 심장부가 될 중국에 기반을 다졌죠."

    김창일 '기행(奇行)'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작가 활동이다. 2년에 한 번 개인전을 열 만큼 왕성한 작업을 펼친다. '심심풀이로 하네' '남의 것 베끼네' 등등 별별 소리를 들었지만 "이젠 상처받지 않는다"며 웃었다. "어릴 때 나무와 돌, 나비랑 대화하는 이상한 아이였어요. 20대 후반 우연히 들른 LA 현대미술관(MOCA)에서 온몸이 전율하는 걸 느꼈지요. 비 온 뒤 크게 떠오르는 무지개를 본 느낌이랄까요. 운명이 시작됐죠."

    이번 전시에 나온 70여 작품은 엉뚱하고 재기 발랄하다. 빗물에 녹이 스며든 베니어합판을 캔버스 삼은 회화, 알루미늄 판에 철가루를 뿌려 그린 민화, 비 오는 유리창에 카메라 20대를 설치하고 촬영한 제주 성산항 풍경 등등. 메인 작품인 '마네킹'은 관람객들에게 가장 사랑받는다. "백화점에서 버려진 것들이죠.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 쓸모없는 그들에게 생명을 주고 싶었어요. 가운데 선 의사도 보이나요? 그게 저예요. 내가 치료한 마네킹들이 가발을 쓰고 지금 노는 거예요. 아주 신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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