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속 와인 한잔… 여름을 즐기세요

    입력 : 2017.06.19 19:36

    문학작품 속 와인
    '빅 픽처' 소비뇽블랑
    주인공 아내가 즐기던 화이트와인
    뉴질랜드 와인 특유의 청량한 느낌
    '렉싱턴의 유령' 몬테풀치아노
    하루키 소설 속 이탈리아 레드 와인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으로 유명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쿠지노 마쿨
    소설 속 네루다가 마셨던 와인
    칠레의 국보급 와이너리에서 생산

    메디치 가문의 유산이 살아 숨 쉬는 이탈리아 피렌체에는 '토도 모도'라는 색다른 서점이 있다. 겉보기엔 규모가 작은 동네 서점이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우크바'라는 특별한 공간이 나온다. 책을 읽으며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공간이다. '토도 모도'는 이탈리아의 소설가 레오나르도 시아시아가 1974년 출간한 정치 소설 제목이다. 여름휴가를 맞이해 피렌체 토도 모도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와인 한잔하면 좋겠지만, 책과 와인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나 그 느낌을 낼 수 있다. 알코올 기운은 우리를 소설 속으로 안내해줄 것이다.

    ◇소설 속 와인

     
    "부인이 취향이 좋군요. 쇼비뇽 블랑이라면 클라우디 베이가 세계 최고죠."

    더글러스 케네디의 '빅 픽처'는 미국 뉴욕에서 잘나가던 변호사 '벤'이 아내의 불륜에 화가 나 충동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후 자신을 버리고 타인의 삶을 사는 내용이다. 소설 속에서 클라우디 베이 쇼비뇽 블랑은 불륜의 증거이자 살인 도구로 등장한다. '클라우디 베이(수입사 엠에이치샴페인즈&와인즈코리아, 가격 6만원·변동 가능)'는 국내에서는 2011년 서울 G20 정상회의 때 특별 만찬 와인으로 주목받은 후 높은 인기를 끌고 있다. 뉴질랜드 와인 특유의 깔끔한 맛과 강한 산도, 풍성한 과일 향이 청량한 느낌을 준다.

    "그날 밤 나는 케이시가 마련해놓은 몬테풀치아노의 레드 와인을 따서 크리스털 와인 잔에 따라 몇 잔을 마시고, 거실 소파에 앉아 막 사가지고 온 신간 소설을 읽었다. 케이시가 권한 것이 무색하지 않게 여간 맛이 좋은 와인이 아니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렉싱턴의 유령'의 한 구절이다. 미국 보스턴 교외 렉싱턴의 저택으로 초대받은 주인공이 며칠간 머물며 유령을 만난 일을 그려냈다. 이 장면에서 등장하는 와인이 '몬테풀치아노'다. 그중에서도 대표 와인인 '아비뇨네지 비노 노빌레 디 몬테풀치아노(수입사 레뱅드매일, 가격 12만원·변동 가능)'는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으로 유명하다.

    하루키의 또 다른 소설 '여자 없는 남자들'에는 이탈리아 와인인 '키안티'가 등장한다. 키안티를 대표하는 와이너리 '루피노'에서 생산하는 '루피노 리제르바 두깔레 오로(수입사 금양인터내셔날, 가격 12만원)'는 미국 금주령 시대에도 약국에서 몰래 판매됐을 정도로 마니아층이 많은 와인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블로 네루다와 칠레의 작은 어촌 마을의 우편 배달부 마리오와의 우정을 그린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에는 '쿠지노 마쿨'이 네루다가 즐겨 마시는 와인으로 등장한다. 잉카어로 '오른팔'을 의미하는 쿠지노 마쿨은 칠레에서 둘째로 오래된 국보급 와이너리다. 특히 '쿠지노 마쿨 로타' 2004년 빈티지는 1만5000병만 한정 생산해 칠레 APEC 당시 대통령이 각국 정상들에게 선물해 유명해졌다.

    영국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희곡 '헨리 4세'에 등장하는 뚱보 기사 존 폴스태프. 그가 즐겨 마시는 와인은 '셰리 와인'이다. 셰리 와인은 대표적인 주정 강화 와인으로 발효가 완료된 화이트 와인에 브랜디를 섞어 만든다.

    ◇소설과 와인

    꼭 소설 속에 등장하진 않더라도, 책을 읽다 보면 생각나는 와인이 있다. 스위스 소설가 '알랭 드 보통'의 대표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빛의 와인'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토스카나 지방의 '루체 델라 비테(수입사 신동와인)와 어울린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는 제목만 보면 굉장히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는 남녀 관계의 질척거리는 밑바닥까지 모든 면을 담고 있다. 루체 델라 비테도 낭만적인 이름과 달리 마셨을 때는 달콤한 베리향 뒤에 굉장히 복합적인 향과 부드러운 탄닌이 느껴진다.

    독일 현대 소설을 대표하는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대표작 '책 읽어주는 남자'는 독일의 대표적인 스파클링 와인 '헨켈 트로켄(수입사 하이트진로, 가격 4만1000원)'과 잘 어울린다. 겉으로는 투박하고 무뚝뚝하지만, 실제로는 굉장히 여린 여주인공 '한나'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단맛이 전혀 없는 깔끔한 맛에, 거품은 잔잔한 프랑스 샴페인과 달리 거칠고 세다. 그러나 그 특유의 단백하고 깔끔한 느낌 때문에 자주 찾게 되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의 대표 와인 '돈나푸가타, 탄크레디(수입사 나라셀라, 가격 9만9000원·변동 가능)'는 이탈리아 국민작가 주세페 토마시의 장편소설 '레오파드' 속 남자 주인공 이름에서 따 왔다. 소설 속 탄크레디는 출세를 향한 야망과 열정이 가득한 매력적인 젊은이다. 이처럼 와인도 네로 다볼라 품종 70%와 카베르네 쇼비뇽 30%가 절묘하게 조화돼 세련된 와인의 정점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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