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진 전 삼성 사장, 특검 질문 40여개에 "거부합니다" 증언 거부…특검 "삼성 법위에 있다 생각"

    입력 : 2017.06.19 14:39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20차 공판에서 증인 신문을 마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뉴시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에 증인으로 소환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모든 증언을 거부해 증인신문이 35분 만에 끝났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 전 사장에게 40여 개의 질문을 던졌지만, 박 전 사장은 "거부합니다", "죄송합니다" 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이에 특검은 “삼성은 자신들이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김세윤) 심리로 19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뇌물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삼성그룹 임원이 이 재판에 증인으로 서는 것은 처음이다.

    박 전 사장은 대한승마협회 회장을 지내며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승마 지원 과정에 직접 개입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 혐의와 관련한 핵심 증인으로 꼽혀왔다.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선 통상 하루에 2~3명의 증인이 법정에 섰지만, 이날 재판에 박 전 사장 한 명만 증인으로 소환한 것은 이런 중요성 때문이다.

    하지만 박 전 사장은 지난 16일 법원에 '증언 거부 사유서'를 제출했다. 자신도 같은 사안으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을 염려가 있고, 위증으로 입건될 위험도 있어 증언이 부담스럽다는 이유에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본인이 형사소추 또는 공소제기를 당해 유죄판결을 받을까 염려될 경우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특검 측은 “박 전 사장의 증언 거부는 이재용 부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삼성그룹의 통일적인 의견”이라며 "위증죄로 추가 기소될 것에 대한 두려움과 총수에게 불리한 증언을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아예 증언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특검팀의 이같은 주장에 앞서 박 전 사장을 잠시 법정 밖에서 대기하도록 했다. 박 전 사장이 증언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 위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검 측은 “전·현직 고위공직자나 기업가, 많은 시민이 성실히 증언했는데 삼성 관계자들만 유독 협조를 안 하고 있다. 이는 삼성과 변호인들의 의사결정에 따른 조직적 행태”라며 “사법제도 자체를 무시하는 삼성 관계자들의 오만한 태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검 측은 앞서 임대기 제일기획 대표, 김재열 스포츠사업총괄사장, 이영국 전무 등 모든 관계자가 그동안 해외 출장을 사유로 불출석했다고 언급하며 "증인 출석을 거부할 명분이 없게 되자 증인 출석은 하되,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존 대기업 재벌총수가 연루된 수많은 사건이 있었지만, 이렇게 조직적으로 재판 절차에 협조하지 않은 선례가 없었다"며 "삼성 측 행태는 삼성 관계자들이 '우리는 법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검팀의 이같은 주장이 끝난 뒤 재판부는 박 전 사장을 다시 법정 안으로 소환했다.

    특검팀은 준비해 온 질문을 바탕으로 신문을 진행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있느냐', '조사에서 진술하고 확인 후 조서에 날인했느냐', '특검에서 변호인 입회 아래 조서를 받았느냐', '대한승마협회 회장 취임 후 아시아 승마협회 회장으로 일했느냐' 등의 질문을 연이어 던졌지만 박 전 사장은 "죄송합니다", "증언을 거부합니다"라는 대답만 반복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26일 증인신문이 예정된 황성수 전 전무와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보다 이 부회장의 증인신문을 먼저 하자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장 중요한 증인 중 한 명인 이 부회장을 먼저 신문하자고 하는데 갑자기 하는 것은 변호인들에게 큰 부담을 주는 게 아닌가 싶다”며 “기간이 일주일밖에 남지 않아 황 전 전무 등의 증인 신문을 취소하고 이 부회장을 신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