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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영광을 붙들고 늘어지는 지상파 예능

  • 글/구성 : 뉴스콘텐츠팀 이수진

    입력 : 2017.06.19 17:50

    지상파 채널과 케이블·종편 채널 속 예능의 서로 상반된 흐름

    MBC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10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했다. KBS '해피투게더'는 지난 8일 2부로 확대 편성되면서 전설의 '감자골' 멤버를 소환했다.

    케이블 채널 tvN은 '알쓸신잡'이라는 괴이한 제목의 예능이 시작됐고, 더불어 XTM에서는 '밝히는 과학자들'이라는 과학 예능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막 끌기 시작했다.

    위 현상은 지상파와 케이블·종편, 이 두 영역에서 최근 벌어진 예능의 대표 사례다. 굳이 두 사례를 비교한 이유는, 지상파와 케이블·종편에서 벌어지는 예능 프로그램들의 경향성이 뭔가 서로 상반되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KBS2 '해피투게더'의 조동아리 멤버들(좌), tvN '알쓸신잡'(우)

    채널, 경쟁의 소용돌이 속으로

    1995년에 케이블 TV 시대가 열렸을 때도 적잖은 우려는 있었으나, 지상파 3사의 위상은 비교적 굳건했다. 가정에서 리모콘 점유율은 지상파 3사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케이블 채널의 꾸준한 성장, 그리고 2011년 12월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으로 지상파가 갖고 있던 막대한 '리모콘 지분율'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요 몇 년 새에는 뉴스의 헤게모니가 종편으로 이동하는 모양새가 분명하다. 그 뿐 아니라 케이블과 종편 채널에서 런칭되는 예능들의 면면을 보면 참신하고 다양하다는 느낌이 있다. 그에 반해 지상파의 간판 뉴스 프로그램들의 시청률은 계속 떨어지고 있으며 황금시간대의 지상파 예능은 과거 1%에도 못 미치는 시청률을 기록했던 동시간대 종편 예능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지상파에게는, 3개 채널이 사이 좋게 나눠 가졌던 시청률을 수십개의 채널들이 쪼개 가져가는 극한 경쟁의 현실이 실제로 닥친 것이다. 극심한 경쟁의 낯선 환경에서 지상파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남을 것인가. 또한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예능을 위주로 눈 여겨 보니 지상파 예능은 과거의 영광을 자꾸만 붙들고 있었고, 케이블·종편 예능은 좀 더 생소하고 좀 더 희한한 포맷을 찾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서로 사뭇 상반된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

    목요일 밤, 예능의 주도권이 바뀌다

    필자가 이러한 현상을 비교적 명확하게 느꼈던 때는, 목요일 밤 11시 즈음 예능 프로그램들의 위상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목요일 심야 예능의 터줏대감은 뭐니뭐니해도 KBS2의 '해피투게더'다. 몇 년 후 SBS의 '자기야-백년손님'이 동시간대 편성되고 두 프로그램의 시청률 경쟁이 일면서 '해피투게더'는 포맷을 다양하게 변화시킨다. '쟁반노래방'에서 '반갑다 친구야'를 거쳐 찜질방 토크 등을 거치면서 그래도 간판 예능으로 꽤 오랫동안 명성을 유지해 왔다.

    KBS2 '해피투게더'

    그런데 최근 온 나라가 국정농단 사태를 계기로 시사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목요일 심야 시간대에 '썰전’이 시청률 1위를 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썰전'은 보통 시청률 1~2% 정도 기록했던 종편 예능이었다. 시사 이슈를 주로 다루었기 때문에 시청자들로부터 주목 받지 못하다가 시국에 대한 폭발적인 관심에 힘입어 단숨에 인기 프로그램으로 부상했다. '썰전'의 성공은 '외부자들', '판도라', '강적들' 같은 시사토크쇼들이 줄줄이 시청자들의 관심을 받게 했다.

    왼쪽부터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채널A '외부자들', MBN '판도라'

    지상파 예능이 강구한 생존 대책

    '해피투게더'는 '찜질방' 포맷을 마무리 짓고 전현무, 조세호, 엄현경 등 MC를 일부 교체했다. 그 후 다양한 포맷을 시도하며 다시 한번 도약을 꾀하고 있지만 잘 안되고 있다. 현재 시청률은 6%를 넘기기 힘든 지경이다. 고심 끝에 '해피투게더'가 내린 처방은 과거의 성공 사례를 다시 갖다 놓는 것이었다. '해피투게더'는 6월 8일부터 2부로 늘려 '조동아리' 멤버들을 투입해 과거 인기 코너였던 '위험한 초대'를 부활시켰다.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시도는 MBC에서도 일어난다. 우선 방송 시작때만 하더라도 매우 신선한 포맷으로 평가 받았던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일단락 됐다. 다소 파격적인 주제도 종종 다루었던 '마리텔'이 결국 낮은 시청률을 극복하지 못하고 안녕을 고했다. 시즌 2로 다시 오겠다는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기약이 없다.

    MBC '세모방 : 세상의 모든 방송'의 세모방위원회 MC들

    비슷한 시기에 첫방송 된 '세모방'은 MC로 송해, 허참, 이상벽, 임백천 등 방송계 전설의 거물 4인방을 소환했다. 네 MC의 방송 구력을 합치면 무려 200년. MC의 원로 4인은 전세계 다양한 포맷의 예능들을 탐방하며 평가하고 신기해한다. 그러니까 박명수가 낚시 예능을 소개하며 '형제꽝조사'라는 제목을 얘기해주면 송해는 "그러니까 제목이 뭐야?"라고 되묻는다. 신구(新舊)의 어긋나는 커뮤니케이션이 재미를 유발하는 식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가 어느 정도의 반응을 끌어낼 지 현재까지는 그다지 낙관적이지는 않다. 과거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했던 '몰래카메라'의 영광을 바라고 시작한 '은밀하게 위대하게'는 거의 무관심 속에서 반년 정도 방송된 후 슬그머니 종방했다. MBC의 간판 '무한도전'은 7주의 휴식 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기획력의 부재로 팬들에게조차 비판을 받고 있다.

    MBC '은밀하게 위대하게' 중 한 장면

    다양하고 색다른 소재의 케이블·종편 예능

    반면 케이블과 종편의 예능은 상대적으로 신선한 포맷으로 각광받고 있다. 나영석의 예능은 기라성 같은 스타 MC 없이도 여행·먹방·수다 등 일상적인 소재를 끌어와, '꽃보다 시리즈', '삼시세끼', '윤식당' 등 내놓는 프로그램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 '알쓸신잡'은 급기야 어렵게만 여겼던 인문·역사·과학 등의 '학문'을 다루기에 이르렀다. 예능에서는 거의 등장하지 않았던 전문가 게스트들을 섭외해서 식도락 여행을 하며 온갖 지식의 향연을 수다로 쏟아낸다.

    '알쓸신잡' 말고도 학문을 예능에 본격 이용한 사례는 tvN의 '문제적 남자'로, 이미 예전부터 존재했다. 그 훨씬 이전에는 '더 지니어스' 시리즈와 '소사이어티 게임' 등 추리 예능도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바 있었다. '냉장고를 부탁해'나 '비정상회담' 같은 예능도 초기에 신선한 포맷으로 눈길을 끌더니 이제는 거의 장수 프로그램처럼 자리를 잡았다.

    tvN '문제적 남자' 중 한 장면

    지상파 예능은 지금 그저 버티고 있다

    케이블과 종편의 예능 소재는 시사에서 과학까지 분야를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손길이 뻗쳐 있다. 지상파의 유능한 PD나 작가들이 케이블종편 채널로 이적하는 일도 이제는 드문 현상이 아니다. 이들은 지상파에 비해 운신의 폭이 비교적 자유로운 환경에서 훨씬 다채로운 기획을 선보이고 있다.

    예능계의 상황이 이렇듯 녹록지 않은데, 지상파 예능은 돌파구를 아직 찾지 못한 듯하다. 이제는 떠나야 할 것 같은 '오래된' 예능들도 문제다. '1박 2일'이나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처음 포맷 그대로 시청률 10% 내외에 만족하며 일요일 황금 시간대에 버티고 있다. 한때 주간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개그콘서트'는 10% 미만으로 시청률이 하락했지만 딱히 대안이 없어 역시 버티는 중이다.

    MBC도 마찬가지다.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복면가왕' 등 간판 프로그램들이 10% 내외의 시청률을 위안 삼아 별다른 전환점 없이 수년 째 붙박이로 있다.

    KBS2 '1박 2일' 중 한 장면

    지상파 예능은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현재 지상파 방송을 아우르고 있는 이 '정체' 현상은 수십년째 고착화된 조직문화에서 그 원인을 찾는 분석이 많다. 덩치가 큰 만큼 변화를 이루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이 적지 않고 구성원들의 인식 전환도 쉽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어쨌든 자꾸만 과거의 영광에 집착하는 듯한 자세를 취하는 건 여러모로 보기에 안 좋다. 냉혹한 방송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거나 회피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이제 안정을 희구했던 기존의 태세는 전환해야 마땅한 시대에 맞닥뜨렸음을 인정해야 한다.

    과거 최소 33% 이상의 지분을 가져갔던 지상파의 위력은 앞으로 다시 가질 수 없을지도 모른다. 시청자들에게 주어진 채널이 너무 많아졌다. 그렇지만 이토록 무기력하게 과거의 영광을 기다리고만 있는 거대방송사들의 모습을 보는 건 답답하다. 전력을 다해 경쟁을 펼치는 광경을 보고 싶다. 과거 지상파 예능의 영광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이 그나마 남아있는 기대마저 접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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