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신인왕 1순위' 이정후 "아버지 아닌 나의 이름으로"

입력 2017.06.18 23:03

2017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넥센 이정후가 안타를 친 후 달려나가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6.14/
2017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의 경기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3회말 1사 넥센 이정후가 안타를 친 후 달려나가고 있다. 고척돔=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7.06.14/
'신인왕 1순위' 이정후의 질주를 누가 막을 수 있을까.
현역 시절 이종범(왼쪽)과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서석초 시절 이정후. 스포츠조선DB
현역 시절 이종범(왼쪽)과 아버지에게 꽃다발을 건네고 있는 서석초 시절 이정후. 스포츠조선DB
걸출한 고졸 신인이 프로야구판을 뒤흔들고 있다. KBO리그는 2007년 임태훈(당시 두산 베어스) 이후 '순수 신인왕'의 명맥이 끊겼었다. 프로 1년차에 곧바로 1군에서 기회를 잡고, 그 기회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란 불가능에 더 가까웠다. 그만큼 아마추어와 프로의 간극이 더욱 커졌다는 것이다.
스포츠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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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람의 손자'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휘문고를 졸업하고, 1차지명 신인으로 올해 넥센 히어로즈에 입단한 신인 이정후는 '바람의 아들' 이종범 MBC스포츠+ 해설위원의 큰 아들로도 유명하다. 야구를 시작하기로 했을 때부터 늘 이정후를 따라다녔던 아버지의 이름. 이제는 '이종범의 아들'이 아니라 '넥센 이정후'로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해내고 있다.
18일까지 넥센의 시즌 전 경기에 빠짐없이 출전하면서 꾸준히 3할대 타율을 유지하고, 체력적으로도 지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10년만의 순수 신인왕 타이틀까지 따낼 수 있다. 현재 올스타 팬 투표에서도 나눔팀 외야수 부문 2위를 달리고 있는 이정후는 2008년 안치홍(KIA 타이거즈)에 이어 역대 두번째 고졸 신인 올스타까지 노린다. 아버지가 걸어온 그 길을 아들이 힘차게 따라 걷고 있다.
-개막 후 어느새 반환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초반과 비교하면 어떤가. 적응은 다 됐나.
▶아직까지는 할만 하다. 앞으로 더 더워지면 모르겠지만 체력 관리를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고교 시절까지는 3일 연속 경기를 하는 정도를 빼면, 이렇게 많은 경기를 계속 뛰어본 적이 없었을텐데.
▶고등학교 때까지는 대회에서 8강 이상을 가야 3일 연속 경기를 했다. 그 외에는 무조건 하루 이틀 쉬는 시간이 있었다. 지금까지는 정말 괜찮다. 피곤하다고 해도 자고 일어나면 괜찮아진다. 평소에 잠을 많이 자는 편이다. 새벽 1시30분~2시 정도에 잠이 들어서 오전 11시 정도까지는 잔다. 원정 가면 더 많이 잔다(웃음).
-시범 경기때까지 몸을 키우는데 주력했는데 얼마나 유지되고 있나.
▶지금은 시즌 중이라 몸을 키우기보다는 유지하는 자체에 중점을 두고 있다. 체중이 78~79㎏ 정도로 유지를 잘하고 있는 중이다.
-70경기 가까이 프로 선배들을 상대해보니 어떤가.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는 어떻게 대처하나.
▶정말 많은 것이 다르다. 타구 스피드도, 주루 스피드도, 볼 빠르기도, 변화구도 다 다르다. 특별히 대처를 한다기보다는 그냥 몸이 반응하는대로 하고 있다. 프로는 정말 모든 것이 어려운 것 같다. 낯선 것도 많다. 생활 패턴이 바뀌는 것도 어색했고, 원정 경기를 위해 새벽에 이동하는 것도 조금 어색하다. 경기를 계속 나가는 것도 경험해보지 않아서 낯설기는 했는데, 연습하는 것보다는 경기 뛰는 것을 좋아해서 괜찮은 것 같다.
-타격, 수비, 주루 중에 뭐가 제일 어렵다고 느끼나. 아무래도 수비 아닐까.
▶다 어렵다.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수비가 처음에는 어려웠는데 코치님들이랑 선배님들이 잘 알려주셔서 많이 적응 한 것 같다. 외야 수비에는 적응이 됐다. 코너나 중견수 다 편해졌다.
-초반에는 타구 판단 실수도 있었다.
▶왜냐면 고등학교 때까지는 아무리 타구가 빨라도 내야수 키를 넘기면 외야수가 중간에서 커트를 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런데 프로는 타구의 속도 자체가 다르다. 가장 당황했던 순간이, 땅볼이 2루수 (서)건창이형 옆을 지나가는데 오른쪽 펜스까지 굴러가는 거다. 고등학교에서는 상상도 못했을 타구다. 그런 것부터 시작해서 외야에 오는 타구 스피드나 높이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어려웠다. 이제는 조금씩 적응이 되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이종범의 아들로 주목받아 익숙하겠지만, 이제는 이정후의 이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릴 때부터 늘 아빠 덕분에 유명해졌었다. 약간 서운한 부분도 있었다(웃음). 학교 다닐 때는 야구를 열심히 잘해도 늘 아빠 때문에 이정도는 해야 한다는 이미지가 있었다. 이제는 프로에 와서, 아직 잘하지는 못해도 내 자체로 평가를 받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3할 타율이나 전 경기 출전 같은 기록에도 욕심이 있나.
▶욕심 전혀 안난다. 욕심나는 한가지는 포스트시즌 출전 뿐이다. 원래 긴장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개막전 때도 솔직히 긴장을 안했었다. 그런데 포스트시즌은 정말 다를 것 같다. 많이 떨릴 것 같은데 또 재미있을 것 같다. 꼭 해보고 싶다. 그리고 다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기록들은 내가 안 다치고 잘하면 따라오는 것이다.
-아마추어 때도 큰 부상이 없는 편이었다.
▶한번도 안 아프다가 고3때 황금사자기 대회 도중 슬라이딩을 하다가 왼쪽 약지가 부러졌다. 지금도 모양이 조금 이상하다. 야구하면서 처음 다쳤는데 그때 충격을 받았다. 6월에 1차 지명이 있는데 5월에 다쳤다. 병원에서 핀을 박아야 한다고 해서 좌절했는데, 아버지가 괜찮으니 마음 편하게 생각하라고 하셨다. 원래는 6주 진단을 받았는데 4주만에 회복했다(웃음). 그때 절대 다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 경기하는 모습을 벤치에 앉아서 보니까 너무 짜증이 났다. 내가 없어도 잘 이기더라(웃음).
-어릴 때 자란 곳이고, 아버지의 특별한 기억이 있는 광주 원정을 가면 기분이 남다를 것 같다.
▶맞다. 어릴 때 살던 곳이고, 무등구장에서는 어릴 때 경기도 했었다. 아버지 따라서 야구장도 자주 갔고. KIA에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냈던 형들이 많다. (양)현종이형, (안)치홍이형, (김)선빈이형, (나)지완이형. 어릴 때는 형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은 형이라고 못한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선후배니까 깍듯하게 선배님이라고 부르고 있다.
-어릴 때 같이 장난치던 형들과 상대팀으로 맞붙으니 어땠나.
▶지금은 내가 많이 컸다고 놀래고, 장난도 더 많이 치신다. 처음에는 익숙한 형들의 공을 타자로 치는 것이 신기하고 그랬는데, 승부는 승부다. 어디까지나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
-남은 시즌 어떻게 보내고 싶나.
▶지금처럼 안 다치고 끝까지 몸 관리 잘하겠다. 사실 프로 선수 중에 작은 통증 없는 선수는 없다. 나도 허리나 작은 통증들은 있지만 그건 항상 안고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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