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201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미국·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1961년생 동갑이다.

버락 오바마(Obama) 전 미국 대통령의 퇴임 후 첫 아시아 방문이 시작된다. 7월 3일 조선일보 주최 제8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에서 기조연설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은 방한(訪韓)에 앞서 인도네시아를 찾아 조코 위도도(Widodo· 이하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난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해 제7회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은 지난 13일 오바마 전 대통령이 6월 30일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2014년 대선 운동 기간 오바마 전 대통령과 닮은꼴 외모 때문에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렸다. 동갑(1961년생)인 두 사람은 '변화와 소통의 리더십'을 갖추었다는 공통점도 있다. 두 사람의 만남은 2016년 2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1년여 만이다.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오바마가 대통령궁 방문·오찬에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짧은 휴가를 보낸다고 밝혔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어 7월 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제4회 인도네시아 재외 동포 총회' 행사에서 연설한다. '인도네시아 디아스포라 네트워크 글로벌'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정치·경제·종교 등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전 세계 인도네시아인 등 6000명이 참석한다. 주최 측의 디노 패티 잘랄 회장은 현지 자카르타포스트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친구이고, 800만 재외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영감(靈感)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2010년 인도네시아 찾았던 오바마 - 2010년 인도네시아를 국빈 방문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대학에서 연설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학생들은 오바마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기 위해 오전 4시부터 줄을 섰다.

[오바마, 이번엔 하버드대 총장?]

오바마 전 대통령은 어머니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생부(生父)와 이혼하고 인도네시아인과 재혼하면서 6세부터 10세(1967~1971년)까지 4년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살았다. 이런 인연 때문에 2008년 오바마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의 인도네시아 팬클럽은 1만달러를 모아, 어린 시절 오바마가 다녔던 자카르타의 학교에 '소년 오바마' 동상을 세웠다. 미국 '퓨 리서치 센터' 조사에 따르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재임 때 30%대에 머물던 미국에 대한 인도네시아인들의 호감도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직후 70%까지 급상승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아시아 회귀전략(Pivot to Asia)이 성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후임인 트럼프(Trump) 행정부가 미국 최우선주의와 반(反)무슬림 정책을 내놓으면서 인도네시아에서 오바마에 대한 향수는 커졌다. 인도네시아는 전체 2억5000만 인구 가운데 89%가 무슬림이다. 오바마는 환태평양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아·태 지역과의 경제적 유대를 강조했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인도네시아 방문을 마친 후 다음 일정으로 7월 3일 서울 광진구 워커힐호텔에서 열리는 ALC 기조연설자로 나서 대통령 재임 8년간의 경험과 ‘세상을 바꿀 리더십’ 등에 대해 밝힐 예정이다. 퇴임 후 동북아에서 첫 연설 장소로 한국 ALC 무대를 택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