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지지층 "安 낙마는 적폐세력 음모" 공세

    입력 : 2017.06.19 03:09 | 수정 : 2017.06.19 08:34

    방어 어렵겠다며 회의론 보이다 막상 사퇴하자 "마녀사냥" 역공
    여당선 "검찰개혁 반대파 개입"
    허위혼인 판결 공개 주광덕 의원, 문자폭탄 1만통 받는 등 타깃 돼
    故백남기 농민 딸도 트위터 봉변

    지난 16일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퇴는 42년 전 혼인 무효 판결문이 결정적이었다. 자유한국당 소속 법사위원인 주광덕 의원이 찾아서 공개했다. 그러나 주 의원은 그 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주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자 폭탄 1만통을 받았다"며 "안 후보자가 사퇴한 이후에 오히려 문자가 급증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은 안 후보자 사퇴를 '적폐 세력이 기획한 마녀사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근거는 없다. 그냥 '42년 전 판결을 어떻게 구했겠느냐' '검찰 개혁을 하려 하자 적폐 세력이 안 후보자를 낙마시켰다'는 논리로 공격하고 있다. 안 후보자 여성 비하 글 논란이 제기됐을 때만 해도 여권 지지층 내부에서도 회의론이 상당했다. 그러나 지난 16일 주 의원이 안 후보자의 '허위 혼인 무효 판결' 사실을 공개하자 친문 지지층은 '적폐 세력 음모론'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가세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트위터에서 '40년 전 자료를 어디서 구하셨냐'며 '검사 출신, 박근혜 청와대 김기춘 실장 때 정무비서관 했던 한국당 주 의원님, 대답해 달라'고 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검사 출신 주 의원이 검찰 개혁을 두려워하는 검찰 내 적폐 세력으로부터 받은 불법 정보' '검찰 고위급이 개입한 것이 분명하다'는 글이 수천개씩 올라왔다. 검찰이 내부 정보로 권력을 주무른다는 내용의 영화 '더킹'과 이 상황을 연결시키기도 했다.

    “판결문, 대법원에 요구해서 받았습니다”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의 결정적 증거가 된 혼인 무효 소송 판결문 입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주 의원이 들고 있는 서류에는 주 의원이 지난 16일 대법원에 해당 판결문의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주 의원은 “야당 청문위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눈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퇴하라”고 했다.
    “판결문, 대법원에 요구해서 받았습니다” -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이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경환 전 법무장관 후보자 사퇴의 결정적 증거가 된 혼인 무효 소송 판결문 입수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주 의원이 들고 있는 서류에는 주 의원이 지난 16일 대법원에 해당 판결문의 사본 제출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주 의원은 “야당 청문위원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내용에 눈감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퇴하라”고 했다. /이덕훈 기자

    논란이 커지자 주 의원은 16일 언론들을 통해 "국회의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서 판결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국회에 제출된 안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에 수록된 제적등본에서 혼인 무효 판결 사실을 발견했다"며 "등본에 나와 있는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대법원(법원행정처)에 판결문 사본을 요구했고, 이후 법원행정처로부터 국회 업무 이메일을 통해 판결문 사본을 받았다"고 했다. 그래도 공격은 계속됐다. 17일에는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36년 전 내 사건 판결문을 나도 구하기 힘들다"며 가세하기도 했다. 그러자 주 의원은 1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입수 경위를 밝혔다. 야당 의원들은 "문 대통령과 청와대가 잘못했다는 걸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는 지지자와 상황을 뒤집으려는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이라며 "마치 지난 정부에서 '비선 실세' 의혹을 제기하면 그건 알아보지 않고 '문건 유출'로 초점을 바꾸려던 행태와 똑같다"고 했다.

    이런 막무가내식 감싸기는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경찰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쳐 지난해 숨진 고(故) 백남기 농민의 딸 백도라지씨는 안 후보자 사퇴와 관련, 자신의 트위터에 '야 너 치우느라고 힘들었어'라고 했다. 앞서 백씨는 안 후보자를 향해 '결혼 사기범'이라며 "반성하고 사퇴하라"고 했다. 그러자 백씨에게 '미친 것' '백남기 장례 늦어진 것도 백도라지 때문' 등이라는 공격이 쏟아졌고, 백씨는 "명예훼손과 모욕죄로 고소하겠다"고 했다.

    여성학자 정희진씨는 지난 16일 한 일간지 칼럼에서 "예고대로 탁현민씨(청와대 행정관)의 '남자 마음 설명서'를 다루지 못했음을 사과드린다"며 "혹 이유가 궁금한 독자라면 시중의 좀비 영화를 보기 바란다. 나는 문해력(文解力)이 없는 이들과 '17대1로' 싸울 수 없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을 '좀비'에 빗댄 것으로 풀이됐다. 정씨는 최근 여성을 비하한 탁 행정관을 비판했다가 문 대통령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일부 극성 지지자는 최근 지나친 '문자 폭탄' 등에 대해 내부에서 비판이 올라오면 "적폐 세력에 빌미를 줄 수 있는 언행을 삼가라" "그런 식으로 하다가 또 정권 빼앗기는 것" 식으로 반응하고 있다. "나는 문 대통령 어용 지지자 문빠가 맞다" "우리 '이니'(문 대통령 애칭), 하고 싶은 것 다 하라" "누구를 임명하든 우리는 끝까지 간다" 등의 반응도 계속되고 있다.

    [인물정보]
    여당 "안경환, 지금이라도 사퇴해 다행"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